금 캐느라 황폐해진 숲이 살아나기까지 걸린 시간

김지연 2024. 5. 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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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생사진의 거장, 프란스 란팅을 만나다

[김지연 기자]

 그리니엄은 지난 14일, 세계적인 자연사진 작가 프란스 란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란팅작가는 16일부터 열리는 ‘프란스 란팅: 디어 포나’ 사진전을 계기로 내한했다.
ⓒ 그리니엄
 
"자연의 모든 것은 재사용되고 순환한다. (사진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자연사진 작가 프란스 란팅(72세)은 그리니엄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란팅 작가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대표하는 야생사진의 거장입니다. 사진작가 경력만 40여년에 달합니다. 특히, 그림·컴퓨터그래픽(CG)에 비견되는 매혹적인 사진으로 유명합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그를 "가장 위대한 야생사진 작가"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 란팅 작가가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단독 전시회를 위해 내한했습니다. '프란스 란팅: 디어 포나' 사진전으로, 오늘(16일)부터 7월 31일까지 유료로 개최됩니다. 란팅 작가와의 인터뷰는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지난 14일 진행됐습니다.

란팅 작가 "생각은 여전히 환경경제학자"… 순환경제적 시각 강조

야생사진의 거장인 란팅 작가는 그리니엄과의 인터뷰에서 환경경제학적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란팅 작가는 또 한국 정부와 기업이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는 "지구의 모든 자원은 순환하고 있다"며 "우리는 생태계를 하나의 경제처럼 생각하고 그 형태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생태계와 순환경제를 강조한 것입니다.

란팅 작가는 사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에서 환경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도입니다. 1970년대까지 그의 관심은 생태학과 경제학을 조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1979년에 미국에서 자연사진을 만나며 사진작가로서의 경로를 밟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직까지도 환경경제학자처럼 생각"하며 작품 활동에 임한단 것. 그 결과, 작품 전반에 환경경제학적인 관점이 묻어 있단 것이 란팅 작가의 말입니다.
 
 작품명 ‘미국삼나무, 몰리노크리크, 2015’. 사진 속 거대한 삼나무들은 심은 지 불과 7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 Frans Lanting
거대한 세쿼이아 숲, 황폐해진 캘리포니아의 회복 보여줘

란팅 작가의 관점이 잘 드러나는 작품은 단연 미국삼나무를 찍은 사진입니다. 작품명 '미국삼나무, 몰리노크리크'입니다. 평균 높이 91m가 넘는 미국삼나무, 국내에는 세쿼이아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작품은 골드러시로 한때 황폐해졌던 미 캘리포니아주 삼림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후 사람들의 보전과 복원 노력 덕에 삼나무들이 자라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인터뷰 중 란팅 작가는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거대해 보이는 이 나무들은 심은 지 7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란팅 작가는 "미국 삼나무는 키우고 적절한 시기에 수확해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사례"라며 순환경제의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

- 자연사진과 생물다양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자연은 항상 나에게 영감을 줬다. '디어 포나'란 이번 전시회 제목도 자연에서 따온 이유다. 자연 안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 비밀들이 항상 나를 끌어당기고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그리고 동물들의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생물다양성에 대해 배우게 됐다.

생물다양성은 개별 종(種)이란 실로 잘 짜인 카펫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실 하나가 사라지면 안 된다는 것. 나아가 그 종의 보전 나아가 다양성 자체를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 자연보호의 최전방에서 우리(사진작가)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작품명 ‘표범 한 마리, 보츠와나, 1989.’ 프란스 란팅 작가는 이 표범을 찍기 위해 4주 동안 숨바꼭질을 했다고 말했다.
ⓒ 그리니엄
- 40여년간 자연사진을 찍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나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해 달라.

"딱 하나만 고르는 건 정말 어렵다. 다이아몬드가 여러 면을 비추는 것처럼, 여러 작품들이 지구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회 중 사진 하나를 가리키며) 예를 들어 사진 속 송골매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동물 중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다. 또 저기의 해파리는 지구상에 살아 있는 생물 중 가장 오래된 생물 중 하나다.

표범과 관련해서도 이야기가 있다. 이번 사진전에는 표범 사진이 2점 포함됐다. 그중 한 표범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카메라를 설정하고 4주간 텐트에서 먹고 자면서 표범과 숨바꼭질을 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텐트 주변에 표범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이 사진에는 표범도 나도 서로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항상 내러티브를 중요하게 보고 주제를 선정한다. 그 모든 이야기마다 감정을 담아내고, 또 연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자연의 파괴된 모습까지도 '아름답게' 담아내는 모습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이나 괴로움은 없었나?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와 초현실주의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덕분에 그런 기법을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런 기법이 현실이 다르게 보이게끔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에 대해선 어떻게 보면 양면성이 있다고 본다. 생물다양성을 보여주는 사진은 삶을 기념하고 축하한다. 동시에 그 안에 담긴 문제들을 보여주는 사진이기도 하다.

이 과정은 앞서 말한 다이아몬드 비유와 같다. 하나의 이미지로 다이아몬드의 다양한 면을 담을 수는 없다. 실제로 1998년에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생물다양성 특집호 작업을 맡겼을 때, 그 복합성을 보여주기 위해 굉장히 긴 작업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프란스 란팅 작가, 고아람 전무통역사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인터뷰는 사진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지난 14일 진행됐다.
ⓒ 그리니엄
- 수십년간 자연사진을 찍으면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는가?

"우리가 자연을 보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지 두 세대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관찰한 것을 말하자면, 이제야 자연 보호에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까지는 특정 지역이나 구역 보호에 국한됐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 보호가) 전 세계적 문제란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 온실가스가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지구라는 닫힌 시스템에서 자원이 순환되고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세대에는 좀 더 크게 한 발짝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나온 30X30 캠페인*이 그 사례다. 환경활동가들이 꿈꿔왔던 캠페인이다. 시작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으나, 간단하기 때문에 그만큼 효과적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가 이 목표를 도입해서 실행하려는 상황이다."

*30X30 캠페인: 전 세계 바다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자는 캠페인. 2022년 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목표로 채택됐다. 이어 작년에는 해당 목표가 포함된 국제해양조약 제정이 최종 타결됐다.
 
 프란스 란팅 작가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며, 이곳 또한 생태계 다양성이 복원되는 곳이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 그리니엄
- 생물다양성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위의 답변과 연결된다. 한국 정부에는 2030년까지 육지나 해양의 30%를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정부는 30X30 목표와 관련해 실질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들은 선형경제를 어떻게 하면 순환경제로 바꿀 수 있는지가 과제다. 이 도전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하고 싶다. 상장기업들은 경제활동에 대한 책임으로 분기별·연간 보고서를 낸다. 여기에 재무지표뿐만 아니라 천연자원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나? 한국에서의 작업도 계획 중인지 궁금하다.

"한국에 방문한 것은 처음인데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군사지역, 무서운 곳이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 또 여기도 생태계가 복원되는 곳이란 것을 느끼게 됐다. 만약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되면 이런 다양성을 더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

한국 일정이 끝나면 남아메리카 파타고니아로 향할 예정이다. 퓨마를 추적해 촬영할 예정이다. 미 캘리포니아 퓨마와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관찰하려고 한다.

2주 전에는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제인 구달 박사를 만났다. (제인 구달은 영국의 저명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다.) 은퇴해도 될 연세인데 굉장히 활동적으로 일하면서 지구를 여행하고 계셨다. 그 모습을 통해 열정과 영감을 받았다. 구달 박사의 그 발자국을 열심히 따라가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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