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 탈출, 치열한 공부만이 살길”

양민경 2024. 5. 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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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비아토르) 펴낸 최종원 VIEW 교수
최종원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신간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를 펴낸 소감을 전하고 있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최종원(53)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교수는 자신을 ‘교회 근본주의자’로 칭한다. 교회가 기독교의 근본 가치로 돌아갈 것을 주문하는 본인이야말로 “누가 뭐래도 교회 근본주의자”라는 것이다. 종교 경전을 문자 그대로 철두철미하게 해석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보는 세간의 인식을 뒤집는 발언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스도가 인간을 통해 구현하길 원하는 바는 무엇인지, 근원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진정한 교회 근본주의자”라고 설파하는 그를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영국 중세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최 교수는 신간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비아토르)에서 ‘영성’ ‘구원’ ‘환대’ ‘예언’ 등 교회의 근간을 이루는 15개 주제를 짚는다. 목회자도, 신학자도 아닌 그가 외부인의 눈으로 한국교회 현실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전작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와 결을 같이한다.

'일하는 그리스도.' 목수 도구를 든 예수 그리스도를 조각한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그가 이 책을 펴낸 배경에는 지난해 9월 뜻있는 이들과 함께 설립한 ‘드림투게더처치’(DTC)가 있다. 평신도 중심 공동체로 ‘도심 속 수도 공동체’를 지향하는 DTC에는 현재 한인 40여명이 매주 모여 예배하고 있다. 성도 중 목회자도 있지만 신학 비전공자도 설교단에 오를 수 있다. 회중교회 전통을 따르는 수평적 공동체이기에 가능한 구조다. 직분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호칭하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 최 교수를 비롯해 15명이 주일예배 설교를 맡는다. 책은 그간 최 교수가 이곳에서 전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DTC는 교회 예산의 60%를 구제 사역에 사용한다. 목회자 사례비가 없고 학교 강의실을 빌려 예배하는 공동체라 교회 유지가 큰 비용이 들지 않아서다. 그간 캐나다 산불과 이집트 홍수 구호, 노숙인 점심 대접에 헌금을 사용했다. 최 교수는 “밴쿠버에선 대형교회에 속한 목회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중직 목회를 한다. 우리는 목회자뿐 아닌 모든 성도가 이중직을 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일각에선 ‘일하는 목회자’를 상찬하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목회 모델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우리가 정답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의 이중직 목회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으면 한다”고 했다. 또 “개신교는 종교개혁 당시 성직을 없앴으므로 이런 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종교개혁이 초대교회 정신을 되새기는 데 의미를 둔다면 교회 역시 성직 위계가 없던 그 자리로 돌아가야 마땅하다”고 했다.

‘성직주의’와 ‘교권주의’를 타파해야 한국교회의 미래가 있다고도 했다. 이 둘이 목회자와 평신도 간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빚어내 성 비위 등 숱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환대에 충실하길 기대했다. 그는 “지금은 교회 내 인식이 전혀 그렇지 않지만 구약성경에선 한센병 환자를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사람으로 기록한다”며 “성경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도 쉽게 배제하게 된다. 존재가 명확한데 이를 부정하고 담론을 끌어가는 건 진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이나 성 관련 주제는 교회가 풀어가기 만만치 않은 문제다. 무조건 덮어놓거나 사랑으로 포용하자고 해결될 일은 더더욱 아니”라며 “고민 자체를 터부시해선 사회와 소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책으로 한국교회에 전하려 한 메시지를 묻자 “다 같이 힘내 낙심치 말고 믿음의 길을 걸어가자”는 답이 돌아왔다. “2000여년 역사 속 교회는 비현실적이고 불편해 보이는 것과 마주하며 새로운 역동을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교회사를 가르치며 우스개로 하는 말이 있다. ‘이러다 망할 것 같은데 망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세계 교회가 100년에 한 번꼴로 공의회를 소집한 건 그때마다 큰 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150년 정도 됐으니 위기를 맞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신앙의 정절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사회와 시대에 대한 공부도 절실하다”며 “치열한 공부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해 위기를 돌파하는 한국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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