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빚더미’ 앉은 한전…"더 감당 못해" 전기료 인상 호소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김동철 사장은 16일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함을 정부 당국에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김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대규모 누적적자를 더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전은 연결 기준으로 최근 3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의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가량에 달한다. 한전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다 올해 4년 만에 흑자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누적적자 약 43조원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하소연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이자비용만 4조5000억원 수준에 달해서다.
앞서 정부는 2022년 전기료를 세 차례, 지난해에도 세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상당 폭’ 더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이 전기료 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정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한전이 상당 기간 ‘두붓값이 콩값보다 싼’ 역마진 구조로 전기를 공급해서다. 특히 2022년 구입전력단가가 162.5원/㎾h이었는데, 판매단가는 120.5원/㎾h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전기료는 해외 국가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최저 수준이다. 김 사장은 “에너지의 93%를 수입하는 한국의 전기료가 자원대국 호주(311.8원/㎾h)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318.3원/㎾h)·이탈리아(335.4원/㎾h)·영국(504.3원/㎾h) 등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김 사장은 “만일 전기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한 전력망 투자와 정전·고장 예방을 위한 필수 전력설비 투자는 더욱 막막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기료 인상을 미루다 한전이 쓰러지면 그게 끝이 아니다. 시간 문제일 뿐 결국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프랑스는 지난해 적자를 견디지 못한 EDF(프랑스전력공사) 지분의 100%를 국유화했다.
정부도 전기료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전기·가스 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언제’ 올리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 “올 상반기 공공요금은 동결 기조”라고 밝힌 만큼, 7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여름은 넘길 가능성이 크다. 여름엔 전력 수요가 많아 전기료를 올렸다간 국민 반발이 상당할 수 있어서다. 더욱이 올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 올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한다. 한전보다 한국가스공사의 재무상태가 심각한 점 역시 전기료 인상을 지연시키는 요소다. 정부는 가스요금 인상을 우선하는 데 무게를 둔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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