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돌며 800만원 먹튀…"카드 안 가져왔다" 그놈의 교묘한 수법

최모란 2024. 5. 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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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단말기에 허위 정보 입력하는 A씨. A씨는 이런 수법으로 26곳의 주점과 식당에서 41차례에 걸쳐 800만원 상당의 무전취식을 했다. 부천원미경찰서

지난 8일 오전 6시쯤 경기도 부천의 한 술집. “손님이 폭력을 휘두른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술값 시비’가 원인이었다. 업주는 “카드결제가 안 된 것 같아서 재결제를 요구했더니 손님이 때렸다”고 주장했다. 주먹을 휘두른 A씨(43)는 “카드로 9만원을 선결제하고 추가로 20만원을 결제했는데 업주가 자꾸 재결제를 요구해서 화가 났다”며 진술했다.

첨예한 두 사람의 주장에 경찰은 우선 A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A씨는 승인이 난 카드 영수증을 제시하며 경찰에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카드 회사에 문의한 결과 A씨가 “추가로 결제했다”며 카드 영수증까지 보여줬던 20만원은 물론, 선결제했다는 9만원도 카드 결제 승인이 나지 않았다.

부천원미경찰서는 상습사기와 폭행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경기 부천과 고양, 인천시의 술집과 식당 26곳에서 41차례에 걸쳐 8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달 22일 출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주점이나 식당을 방문해 “신용카드를 안 가져왔다. 카드번호 등을 직접 입력하겠다”고 업주를 속인 뒤 신용카드 단말기에 결제 금액 등의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이른바 ‘키인(KEY IN)’ 결제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했다. 키인 결제를 할 때 카드사에서 받은 승인번호가 아닌 허위 승인번호를 입력하면 실제 결제는 이뤄지지 않지만, 단말기에서 영수증은 출력된다. 단말기에서 영수증이 발급된 것을 A씨가 보여준 탓에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 전까지 피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업주도 많았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카드 단말기 사용이 서툰 60∼70대 고령층 업주였다.

경찰 관계자는 “실물 카드 없이 손님이 직접 카드 단말기를 조작하는 것은 사기 수법일 가능성이 높으니 절대로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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