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아니라 대통령직에서..." 용산발 언론 개입에 누리꾼들 '분노'

임병도 2024. 5. 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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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통령 사진 잘려 유감, 대통령실 항의전화 받아 "... "지금이 왕조시대인가" 비판

[임병도 기자]

 
 대통령실이 사진을 문제 삼은 5월 7일 자 경향신문 기사
ⓒ 경향신문
  
대통령실이 언론사 기사에 게재된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문제 삼아 전화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입니다. 

<경향신문>은 16일 ""대통령 사진 잘려 유감" 용산에서 걸려 온 전화"라는 기사를 통해 대통령실의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7일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실에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그날 1면에 들어간 윤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위와 아래가 잘려 나가 유감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창길 기자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 대한 언론 보도 지침을 대통령실이 따로 마련해 놓은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첫날을 다룬 2017년 5월 11일 경향신문 지면과 비교했습니다. 당시 경향신문에 나온 문 대통령의 사진을 보면 세 장 모두 머리 부분이 잘려 나간 사진이었습니다.  

김 기자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미지에 대한 대통령실의 감각이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우상화하는 북한 정권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라며 "북한은 최고 지도자의 초상 사진이 걸려 있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 지도자의 모습이 잘려 나가는 것을 금지한다. 이미지를 실재와 혼동하는 것이 바로 우상 숭배"라고 지적했습니다. 

누리꾼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까?"... "얼굴이 아니라 대통령직에서 잘라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경향신문>이 보도한 내용이 공유됐습니다. 누리꾼들은 "쟤(윤석열 대통령 지칭) 일꾼이야. 일하라고 뽑은.. 무슨 왕조시대 왕 뽑은 줄 아나?", "어떤 내용이 실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군",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뭐 이런 건가"라는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광나루에서 방귀를 뀌자 옆에 있던 이익흥 경기도 지사가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말했던 사건을 뜻합니다. 이후 '각하 시원하겠습니다'는 아부를 뜻하는 말처럼 사용됩니다. 

온라인커뮤니티 댓글에서 베스트 1위는 "대통령 사진을 위아래로 자르는게 아니라 대통령직에서 잘라야 하는데"가 차지했습니다. 

한국 언론자유 지수 62위, 1년 새 15단계 하락
 
 2024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지난해 47위였던 한국은 62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한국은 언론 자유에 문제 있는 국가 집단에 포함됐다
ⓒ RSF 갈무리
 
국경없는기자회가 공개한 '2024 세계 언론 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47위보다 15단계 하락한 62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언론 자유지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31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2009년 69위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 2016년 70위까지 추락하며 언론에 문제가 있는 국가 집단으로 전락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43위→41위→42위→42위→43위'로 40위대를 유지하면서 '양호' 국가로 분류됐다가 윤석열 정부 2년 차에 '문제' 국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민은 세계 언론 자유지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윤석열 정부 들어서 언론 환경이 극도로 나빠졌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바이든 날리면'으로 시작된 MBC 기자 전용기 배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어디서 나올까요?  

'각하 시원하겠습니다' 시전하는 대통령실 
 
  MBC 이기주 기자와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설전을 벌이는 모습
ⓒ KBS유튜브 갈무리
 
2022년 출근길 문답 도중 MBC 기자가 윤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하자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은 "들어가시는 분에게 그렇게 얘기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라며 제지했습니다. 2024년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한 오찬 자리에서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경향신문>에 전화로 항의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 직원은 해당 날짜의 신문에 야당 지도자 사진은 윤 대통령보다 이미지가 좋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당시 <경향신문>이 사용한 사진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 유튜브 캡처 이미지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 직원들의 행태를 보면 1956년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를 말했던 아부꾼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1순위는 대한민국도 국민도 아닌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뿐인 것처럼 보입니다. 대한민국 언론 환경이 나빠지고 언론자유 지수가 추락하는 원인이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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