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 사이프러스CC는 지금…‘女心 저격’ 수국 세상

정대균 2024. 5. 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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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일부터 2개월간 수국 축제
36홀 전 코스 수국으로 뒤 덮혀
무료이용권 경품 등 포토 테스트
수국으로 둘러 싸인 사이프러스 북코스 7번 홀 그린. 사이프러스CC 제공

이 맘때가 되면 기억 속 뒤안길에 무심히 내버려 두었던 시(詩) 한 편을 떠오르게 하는 곳이 있다. 추억이 켜켜이 쌓인 LP판에서 흘러 나오는 구성진 노랫가락을 따라 부르듯 기억을 더듬어 한 구절 한 구절 시구를 이어가 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사이프러스 남코스 5번 홀. 사이프러스CC

김춘수의 불후의 명작 ‘꽃’이다. 심금을 울리는 이 명시(名詩)를 떠오르게 하는 곳은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자리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다. 사이프러스의 36홀 골프 코스는 사시사철 거대한 식물원이라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봄이면 온갖 꽃들의 향연으로 코스는 꽃 내음이 진동한다.

시인의 꽃과 골프장의 꽃의 의미적 연관성은 묻지도 따질 필요도 없다. 너나할 것없이 사이프러스에 들어선 순간 저절로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를 읊조리게 되기 때문이다.

사이프러스의 5월은 마치 첫 사랑을 기다리는 것처럼 설레임으로 몸서리치게 한다. 여름 꽃의 대명사인 수국이 만개하는 6월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6월부터 7월까지 사이프러스는 그야말로 ‘수국 맛집’이 된다. 세상의 모든 수국을 다 모아 놓은 듯 코스는 각양각색의 수국 천지다.

포토존으로 인기있는 서코스 6번 홀 수국 편백터널. 사이프러스CC 제공

목수국, 별수국, 산수국(큰잎 수국, 오크잎 수국, 원추형 수국, 부드러운 수국, 등반 수국) 등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수국들이 누가누가 더 아름다운가 내기를 하듯 온갖 자태를 뽐낸다. 색깔도 분홍, 보라, 하얀, 파란색, 투톤 컬러, 라임라이트(녹색) 등 그야말로 총천연색이다. 수국 컬러는 토양의 산도(PH)에 따라 정해진다고 하니 그 또한 흥미롭다.

수국의 꽃말은 진실한 사랑에서 짝사랑, 변심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감정을 총망라한다. 꽃말만 놓고 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꽃 중에서 가장 변화무쌍하게 감정이입이 되는 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분홍 수국은 진실한 사랑, 파란 수국은 냉정, 냉담, 무정, 거만이란다. 보라색 수국은 감사와 진심, 하얀 수국은 순결, 넓은 마음, 관용 외에 아이러니하게도 변심, 변덕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정열적인 빨간 수국은 소녀의 꿈, 노란색 수국은 짝사랑이다.

도로 양켠으로 수국이 도열해 있는 사이프러스CC 진입로. 사이프러스CC 제공

그런 수국이 사이프러스에는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일단 1km 이상인 골프장 진입로에서 부터 방문객을 격하게 환영한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사이로 한껏 치장한 얼굴을 빼꼼 내민 수국과의 첫 대면에서 부터 기분은 절로 업된다.

최상의 코스 컨디션을 자랑하는 사이프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홀과 홀이 독립적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홀에서 홀로 이동할 때 잘 가꾸어진 거대한 정원을 마치 소풍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수국은 그 때도 어김없이 아름다운 용모로 보는 이의 감성을 사정없이 헤집는다.

라운드를 하면서 스코어에 집착하는 미련을 떨다가도 ‘뭣이 중헌디’라고 자책하게 된다. 그만큼 라운드는 잠시 뒷전으로 미뤄도 괜찮다. 벤트그라스로 조성된 페어웨이는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매끄럽다. 켄터키블루와 훼스큐가 혼재된 러프는 푸르디 푸르러 영낙없는 청보리밭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 공간은 다앙한 꽃들로 가득하다.

분홍과 파랑 수국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서코스 5번 홀. 사이프러스CC 제공

그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연출하는 장관은 상상만으로 행복 만땅이다. 1,983,471㎡(60만평)의 천혜의 자연에 조성된 사이프러스 36홀 코스(회원제:서-북코스, 대중제:동-남코스)를 통틀어 ‘신들의 정원’으로 부르는 이유다.

6~7월 사이프러스의 비주얼을 책임지는 것은 두 말할 나위없이 수국이다. 여심(女心)을 저격하는 일명 ‘수국 가든’은 모기업인 영안모자 백성학 명예회장의 사람을 가장 중요시 하는 인본주의 경영과 자연에 대한 관심, 그리고 순천만 정원 박람회장을 가꾼 운영사 (주)대정의 민규영 대표이사의 조경 지식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모든 홀이 시그니처지만 동코스와 서코스 시그니처홀은 편백나무와 수국터널이 아름다운 1번 홀과 6번 홀이다. 남코스 시그니처홀은 한라산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티샷을 날릴 수 있는 5번 홀, 북코스는 자식이 없는 부부가 오르면 자식을 낳게 해준다는 전설을 간직한 성불오름이 지척에 있는 1번 홀이다.

6~7월에 수국이 절정인 '수국 맛집' 사이프러스CC. 사이프러스CC 제공

골프텔과 빌리지도 있다. 골프텔은 38평과 49평 2가지 타입의 독립된 빌라 느낌이다. 럭셔리한 공간인 빌리지는 57평, 68평, 78평, 107평 4가지 타입이 있다. 사이프러스가 대표적 체류형 골프장으로 인기를 얻는 요인이다. 또 여름철에는 골프텔 옆 야외 잔디밭 광장에서 바비큐 가든파티를 즐길 수 있다. 고객 니즈를 반영해 흥겨움을 더해줄 야외 라이브바도 운영될 예정이다.

사이프러스는 사계절 아름답지 않은 시기가 없지만 특히 6월부터 7월까지 2개월간이 절정이다. 골프장측이 그 시기에 ‘수국축제’를 하는 이유다. 축제 기간에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사진 중 베스트 샷 사진을 선정, 그린피 무료 이용권 등 푸짐한 상품을 제공한다. 서코스 7번 홀과 남코스 7번 홀에 설치한 수국축제 이벤트존에 티샷 볼이 안착하면 그늘집에서 우도 땅콩 막걸리를 무료로 제공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사이프러스는 2009년 KLPGA 유러피안투어 한국 여자 마스터즈대회 개최를 통해 국제적인 토너먼트 코스로 인정 받았다. 지난해에는 KPGA구단대항전을 통해 코스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그리고 오는 11월 K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을 유치해 ‘힐링 코스’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서코스 2번 홀 그린에서 바라본 사이프러스CC 클럽하우스. 사이프러스CC 제공

제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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