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취감경 안된다"는 오동운…'음주 성폭행' 변호땐 달랐다
"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책임 감경하는 것은 맞지 않다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1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주취 감경’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에 내놓은 서면 답변이다. 그러나 이런 공직 후보자로서 소신과는 대조적인 오 후보자의 과거 변호 전력이 17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도마 위에 올랐다.
부장판사 출신인 오 후보자는 변호사 개업 이듬해인 2018년 술 취한 여성을 쫓아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한 남성 A씨를 변호했다. A씨는 2018년 4월 서울 강북구에서 술에 취해 걸어가고 있는 30대 여성 B씨를 발견하고 뒤쫓아가 B씨 주거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B씨의 격렬한 반항 속에 내쫓겨 난 상황에서 A씨는 두 차례 더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했을 정도로 집요했다. 이 과정은 모두 CCTV에 담겨 법정에 제출됐다.
그러자 오 후보자 등 A씨 측은 재판에서 “A씨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했다”며 주취 감경을 다퉜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 등에 비추어 보면, A씨가 음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며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주취 감경 폐지’는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다. 주취 감경이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사책임을 감경해주는 걸 뜻한다. 주취 감경을 둘러싼 논란은 2008년 ‘조두순 사건’에서 조씨가 주취 감경으로 12년 형을 선고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형법에 따르면 음주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반드시 감형해야 했다. 비판이 끊이지 않자 2018년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 규정이 ‘필수’에서 ‘임의’조항으로 개정됐고, ‘성범죄에 대해선 감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성폭력 특례법 20조가 신설됐다. 대법원 양형위 통계자료에 따르면 조두순 논란 이후인 2013~2017년 주취 감경 사례는 전체 6만5194건 중 0.4%로 수직 하강했다.
그런데 오 후보자는 2017년 법복을 벗은 뒤 1년 만에 변호사로서 ‘주취 감경’ 변론을 꺼내든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변호인의 변호권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법복을 벗은 이후 다시 공직에 오를 것은 상상도 못 한 사람처럼, 변호사로서 사익에 충실하게 살아오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이제와 주취 감경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말한들 소신과 원칙이란 게 여건마다 달라 질 수가 있는 것이냐”고 했다. 오 후보자는 이외에도 변호사 시절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 등 다수 성범죄자 변호 ▶20세 딸에게 재개발 예정인 토지 및 주택을 매매 ▶배우자를 로펌 운전기사로 채용한 사실 등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오 후보자 측은 중앙일보에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입장은) 판사 재직 시절의 판단”이라며 “해당 사건에서 후보자는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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