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심규상 2024. 5. 16.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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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대통령 의전용' 착공식 준비 공사에 수억원 지출... 비용은 시공사에 떠넘겨... 정작 대통령은 불참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충남도가 한 시간의 충남 공공임대주택 기공식(착공식) 행사를 위해 최소 수억 원이 드는 일회성 사전 공사를 벌여 논란이다. 사진은 지난 4월 18일 기공식 당시 시삽 장면이다.
ⓒ 오마이뉴스
  
▲ 대통령 온다고 시멘트 포장하더니 결국 1시간 쓰고 철거 충청남도가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충남 공공임대주택 기공식(착공식) 행사를 위해 최소 수억 원을 들여 축구경기장 절반 크기의 면적에 콘크리트를 깔고, 수천 평 공간에 파쇄석을 실어다 다지는 한편, 1km에 이르는 차단막을 설치하는 일회용 공사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행사가 끝난 후 유효기간 1시간짜리 시설물들은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다. ⓒ 이재환

충청남도가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충남 공공임대주택 기공식(착공식) 행사를 위해 최소 수억 원이 드는 일회성 공사를 벌여 논란이다.

한 시간짜리 기공식을 위해 축구경기장 절반 크기의 면적에 콘크리트를 깔고, 수천 평 공간에 파쇄석을 실어다 다지는 한편, 1km에 이르는 차단막을 설치하는 일회용 공사를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에 대비해 의전을 고려한 공사를 한 것인데 준비 정도가 과도해 보여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정작 윤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업시행사이자 충남도 산하기관인 충남도시개발공사는 공사비와 행사비 전액을 시공사에서 부담했고, 공사 내역 또한 적정해 보인다며 예산 낭비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결국 공사비가 입주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축구장 절반 크기 콘크리트로 포장... 기공식 끝나자 철거 돌입
 
ⓒ 최주혜

 
 기공식 때 행사 무대를 차리고 참석자들이 모였던 콘크리트 바닥을 뜯어내는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현장 모습.
ⓒ 오마이뉴스
 
 기공식 때 행사 무대를 차리고 참석자들이 모였던 콘크리트 바닥을 뜯어내는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현장 모습.
ⓒ 오마이뉴스
충남도(도지사 김태흠)와 산하기관인 충남개발공사(사장 김병근)는 지난달 18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한 시간 동안 충남형 공공임대주택인 리브투게더 기공식을 개최했다. 기공식이 열린 곳은 공공임대주택 예정 부지인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한울초등학교 인근 RH16 블록이다.

충남형 도시리브투게더는 신혼부부와 청년 등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과 주택 마련 기회 제공, 저출산 위기 극복 등을 위해 추진 중인 분양 전환 공공임대주택 공급 사업이다. 이날 기공식에는 500여 명이 참석해 공공임대주택 건립 사업의 의미를 나누며 착공을 축하했다.

기공식이 끝난 후 20일 만에 다시 찾은 현장에서는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본격적인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착공이 아닌 철거 공사였다.

기공식 때 행사 무대를 차리고 참석자들이 모였던 콘크리트 바닥을 뜯어내는 공사였다. 기자가 바닥 면적을 대략 측정해 보니 가로·세로 약 60여 미터의 'ㅁ'자 형태로 축구경기장 절반 정도 크기였다. 축구경기장 절반 크기의 콘크리트 바닥을 한 시간짜리 기공식을 위해 만들었다는 얘기다.

유효기간 한 시간짜리 시설물은 콘크리트 바닥만이 아니었다. 충남도는 무대 공간의 4~5배에 이르는 넓이의 공간에 평균 1미터 이상의 파쇄석을 실어다 깐 뒤 바닥을 다졌다. 복토 높이가 약 2m에 이르는 곳도 많았다. 최소 덤프트럭 수백 대 이상을 실어다 부은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는 이 공간에 한 시간짜리 임시 주차장과 임시 행사장, 진입로를 만들었다. 공간마다 굵은 끈을 이용해 주차선도 만들었다.

콘크리트 포장 공사와 바닥 복토 공사는 비가 내려 땅이 질퍽거릴 것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입구에서 무대까지, 또 주차장에서 무대까지 '呂' 자 모양의 행사장 테두리에 철재 파이프를 연결해 2단으로 약 1.5미터 높이로 분리막을 설치했다. 윗쪽 'ㅁ' 구역은 콘크리트 포장을 한 무대, 아래쪽 'ㅁ'구역은 주차장, 가운데는 무대와 주차장을 오가는 통로다. 행사 시간 동안 참석자들의 출입과 이동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짐작된다. 

"사전 공사비만 5억"... 성대하게 진행된 기공식
 
 기공식 때 행사 무대를 차리고 참석자들이 모일 예정인 곳은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바닥 면적을 대략 측정해 보니 가로·세로 약 60여 미터의 'ㅁ'자 형태로 축구경기장 절반 크기였다. 사진은 지난 3월 중순.
ⓒ 오마이뉴스
   
 당일 기공식 행사도 성대하게 진행됐다. 30여명의 주요 내빈을 위한 현장 다과회장도 설치됐다.
ⓒ 오마이뉴스
 
특히 공공임대주택 건립 예정지를 빙 둘러 차단벽을 설치했는데 차단벽 아래 2~5미터 높이의 경사면은 방수포를 이용해 덮어 놓았다. 덮개 공사를 한 곳은 무대를 중심으로 'ㄱ'자 형태로 약 수백 미터 구간이다. 경사면 덮개 공사는 미관상 이유와 토사가 유출 방지와 흙먼지 등이 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익명의 공사 관계자는 "기공식 준비를 위한 사전 공사비로만 5억 원 정도가 쓰였다"고 귀띔했다. 

당일 기공식 행사도 성대하게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20여 개의 몽골 텐트와 대형 무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30여명의 주요 내빈을 위한 현장 다과회장도 설치됐다. 식전 공연으로는 합창과 새마을운동 연극 퍼포먼스가 개최됐다. 이날 시삽에만 도지사, 도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등 30여 명이 무대에 섰다. 시삽과 함께 축포를 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했다. 행사가 시작된 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더위를 견디지 못한 참석자 절반 이상이 자리를 떴다.

일회성 공사, 대통령 의전용이었는데... 결국 윤 대통령은 불참
 
 공공임대주택 건립 예정지를 빙 둘러 차단벽을 설치했는데 차단벽 아래 2~5미터 높이의 경사면은 방수포로 덮었다.(오른쪽 사진) 덮개 공사를 한 곳은 무대를 중심으로 'ㄱ'자 형태로 약 수백 미터 구간이다. 그 아래로 굴삭기를 이용, 기공식 행사장 바닥에 파쇄석을 이용해 복토작업을 하고 있다.(지난 3월 중순)
ⓒ 오마이뉴스
  
 파쇄석을 실어다 깐 뒤 바닥을 다졌다. 복토 높이가 약 1.5m에 이르는 곳도 많았다. 행사장 테두리에 철재 파이프를 연결해 2단, 약 1.5미터 높이로 분리막을 설치했다.
ⓒ 오마이뉴스.
 
 행사가 시작된 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더위를 견디지 못한 참석자 절반 이상이 자리를 떴다.
ⓒ 오마이뉴스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충남도는 지난 3월 초부터 약 보름 정도 공사를 벌였다. 그런데 기공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분리막과 주차선을 철거했고 뒤이어 콘크리트 바닥 철거공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일회성 행사를 위해 배보다 배꼽이 큰 행사를 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함에 따라 의전 및 통제를 하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의 공사 관계자는 "애초 윤석열 대통령이 기공식에 참석하기로 해 갑자기 공사 결정이 떨어졌다"며 "내부에서도 'VIP가 참석한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일회용 공사를 할 필요가 있냐'는 볼멘 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지난 2월 27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국정과제 '공공주택 50만 호 공급'의 모범사례인 충남형 리브투게더 착공식에 대통령 참석을 건의했다"고 공개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애초 기공식은 3월 26일이었고, 이날 대통령께서 참석하기로 해 관련 준비를 한 것"이라며 "그런데 예정일을 일주일쯤 앞두고 다시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와 기공식 행사를 다시 4월 18일로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4월 기공식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충남도 관계자는 세부 준비 과정과 소요 비용에 대해서는 "산하기관인 충남 도시개발공사와 시공사 측이 협의해 한 일"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시행사이자 도 산하기관인 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대통령님께서 참석하시기로 해 전문업체에 자문한 후 시공사에 공사는 물론 당일 행사까지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했다"며 "기공식 준비와 행사비는 전액 시공사에서 부담해 얼마나 들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 요구에 답변하기 위해 시공사 측에 문의했지만, 소요 비용은 내부 영업비밀로 알려주기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시공사는 디엘이앤씨(전 대림건설)다.

대통령 참석이 예정됐던 충남도와 충남도시개발공사가 주관한 기공식 행사에 드는 비용을 전액 시공사에 떠넘겼다는 얘기다. 

기공식 준비 공사비는 시공사에게 떠넘겨 
          
 지난 4월 18일 행사가 끝난 후 행사장 모습. 행사 관계자들이 무대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오른쪽 상단이 행사장 무대가 설치된 곳이고, 왼쪽은 주차장을 조성했던 곳이다.
ⓒ 오마이뉴스
 기공식 때 행사 무대를 차리고 참석자들이 모였던 콘크리트 바닥을 뜯어내는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현장 모습.
ⓒ 오마이뉴스
 
충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일회성 행사에 과도한 준비공사와 행사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업에 대한 홍보도 시공사의 역할"이라며 "얼마가 소요됐는지 잘 모르지만 그리 많은 돈이 들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예산 낭비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일회성 공사비에 철거 비용까지 결국 무주택 입주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인 충남참여자치연대 관계자는 "대통령 의전을 위한 사전 준비가 지나쳐 '기둥보다 서까래가 더 굵은 격'이 됐다"며 "도민 혈세가 일회용 공사비로 새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행사 준비용 공사비와 행사비는 결국 도민들과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무주택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남도는 기공식을 한 내포신도시의 RH16 블록 6만 8271㎡의 부지에 84㎡형 949세대(건축 전체 면적 16만 285㎡, 지하 1층, 지상 18∼25층)를 건립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에는 모두 3930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중 입주민들의 임대보증금(1544억 원)을 뺀 나머지(2386억원)는 충남도 출자금이나 기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도는 이후 천안·공주·아산·청양 등에도 리브투게더 사업을 벌여 오는 2026년까지 총 5000세대(전 세대 84㎡)를 공급할 계획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착공식을 했지만 착공은 빠르면 오는 10월쯤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충남형 공공임대주택인 리브투게더 기공식에서 이후 머릿돌기념판 글에 새길 글귀로 '힘쎈 충남 리브투게더! 도민에게 희망이 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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