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포기 놓고 고심”…외식업계 ‘기후플레이션’ 도미노 인상 시작되나

임유정 2024. 5. 1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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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가격 지속 상승…원가 부담 확대
스페인, 이상 기후로 올리브유 가격 치솟아
가뭄 등 날씨 영향 다른 먹거리 가격도 오름세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올리브유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외식업계의 원가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요 식재료 가격이 연초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가격인상과 이윤 포기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경기 반등에 기대를 걸만한 마땅한 요인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기후변화로 식재료 물가가 오르는 기후플레이션이 시작됐다. 최근 커피 초콜릿 등 잇따른 가격 인상에 이어 올리브유가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올리브유 사용량이 많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와 일반 소비자에 까지 타격을 입히는 모습이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올리브유 가격은 2020년 4분기 톤당 1996달러에서 2021년 3분기 4409달러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1만88달러까지 치솟았다.

세계 올리브유의 40%를 생산하는 스페인에 최근 2년 동안 이상기후가 지속돼 폭염과 가뭄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연간 130만~150만톤에 달하던 스페인의 올리브유 생산량은 2022~2023년 66만톤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주요 올리브 생산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가장 먼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비상이 걸렸다. 올리브유보다 가격이 저렴한 해바라기유를 사용하는 비중이 늘었다. 100% 스페인산 올리브유를 사용해오던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 BBQ는 지난해 10월부터 튀김용 기름을 해바라기유와 절반씩 섞은 것으로 교체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튀김류를 판매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식용유 가격 인상으로 대부분 다 어렵다고 보면된다”며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해외 주요 시장에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없이 개인적으로 식용유를 공급 받아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당장 피부로 느끼는 부담이 더 크다. 현재 B2C제품도 잇따라 오르고 있어서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과 샘표식품는 이달 초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30% 이상 올렸다.

추가 인상도 기다리고 있다. 사조대림 역시 오는 16일부터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평균 30%대 인상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원F&B도 이달 중 올리브유 가격을 30% 올릴 예정이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대체당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기후로 인해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도 지난해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의 가뭄이 극심했던 탓이다. 지난 10일 기준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 당 8891달러다. 작년 5월에는 톤 당 3000달러대였는데,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도 1년 새 30% 넘게 급등했다. 최근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로부스타 선물(7월물) 가격은 톤 당 3440달러로, 작년 5월 평균 가격(t당 2622달러)보다 31.3% 높다. 주산지인 베트남 중부 고원지방이 가뭄을 겪으면서 생산량이 줄었다.

특히 국제 설탕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거듭하며 외식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거의 전 식품에 사용되는 설탕 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식료품 줄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가와의 전쟁’에 마지막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세계 2위의 사탕수수 재배 국가 태국은 심각한 가뭄으로 2023~2024년 사탕수수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다. 태국 사탕수수원당위원회(OCSB)에 따르면 이 기간 태국의 사탕수수 수확량은 이전 2022∼2023년의 9390만 톤보다 1170만 톤(12.5%) 감소한 8220만 톤에 그쳤다.

이 밖에도 외식 물가를 끌어올릴 다양한 제품 가격인상이 지속 이어지고 있다. 김(조미김·마른김) 수출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치솟자 업체들이 조미김 가격을 올리고 있다. 조미김 전문업체인 광천김과 대천김, 성경식품이 주요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 가격을 약 10~30% 인상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푸트코트에서 시민이 음식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물가 상승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제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 가격 인상 카드가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인상 카드는 신중히 꺼낼 예정”이라며 “가격을 올렸는데 손님이 끊겨 더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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