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풍차 아래 일렁이는 운무 ‘황홀’

남호철 2024. 5. 1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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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경관 수려한 대구 군위
아침 햇빛에 물든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산마을 풍차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군위댐 일대가 일렁이는 운무와 휩싸여 환상적인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누구나 인생샷을 얻을 수 있는 사진 명소다.


대구시에 편입된 군위군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화산산성 전망대, 국내 굴지의 수목원인 사유원(思維園),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팔공산 권역을 중심으로 하늘정원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한밤마을, 화본역, 영화 리틀포레스트 촬영지 등 감성 자원까지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기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지로도 알려지며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최근 군위에서 사진 명소로 떠오른 곳이 삼국유사면(옛 고로면) 화북리 화산(華山·해발 828m)의 700m 고지에 위치한 화산마을이다. 가난했던 시절 주민들이 맨손으로 일군 ‘개간촌’이 힐링명소로 탈바꿈한 곳이다. 군위~영천 28번 국도에서 이정표를 따라 꼬불꼬불 7.6㎞ 산길을 올라가야 만난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마을은 1962년 정부의 산지개간정책에 따라 180가구가 집단 이주하면서 생겼다. 주민들은 직접 길을 조성하고, 지게에 솥단지를 지고, 아이를 등에 업고, 이불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억척스럽게 이곳에 와 삶의 터전을 일궜다. 이후 환경도 가꾸면서 전국 최고로 꼽히는 경관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 경관 단지와 풍차전망대 등을 통해 마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발돋움했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넓게 펼쳐진 고랭지 밭이 눈에 들어온다. 수려한 산으로 둘러싸인 군위댐을 볼 수 있는 풍차전망대와 마을을 조망하는 하늘전망대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이는 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 구름바다 위에 둥실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몽환적인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며 밤에는 별빛이 쏟아져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다.

들과 마을을 지나 빨간 풍차전망대에 닿으면 발아래 2010년 준공된 군위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낮은 산들이 댐을 둘러싸고 있다. 뒤를 돌아보면 펑퍼짐한 정상부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간다. 마을 높은 곳에 자리한 하늘 전망대에서는 풍차전망대를 멀리 볼 수 있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사유원 전경. 사진 왼쪽 위에 첨단과 명정이 자리하고, 가운데 모과나무로 조성된 풍설기천년 아래 빨간 현암이 있다. 오른쪽 아래 콘크리트로 건축물인 소요헌과 소대가 보인다.


군위에서 또 다른 명소로 떠오른 곳은 부계면에 위치한 사유원이다. 산 능선 3개와 계곡 2곳을 아우르는 약 33만㎡ 산자락에 수목원 형태로 구현된 사유의 공간이다. 알바로 시자, 승효상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이 사유원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명상, 다도, 삼림욕, 자연치유까지 한자리에서 누릴 수 있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힐링·명상 테마 ‘우수웰니스관광지’로 선정됐다.

사유원은 모과나무 네 그루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대구 지역 향토기업인 태창철강 유재성 회장이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본으로 반출되고 있었던 우리나라 모과나무의 사정을 알게 된 이후 수백 년 우리 땅에 뿌리내린 모과나무가 불법 채취되거나 바다 건너에서 수명을 다하는 일이 없도록 모으기 시작했다. 사유원 내 ‘풍설기천년’은 그가 30년간 수집하고 가꾼 108그루 모과나무를 한데 모은 정원이다.

사유원에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숨어 있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출신 건축가인 알바로 시자는 수평적인 공간인 ‘소요헌’, 수직적 공간인 ‘소대’, 그리고 작은 예배당 ‘내심낙원’을 설계했다. 승효상 건축가는 찻집 전망대 ‘현암’, 물탱크를 개조한 작은 망루 ‘첨단’, 명상공간인 ‘명정’ 등을 설계했으며 생태화장실, 벤치, 조명 등 사유원 부대시설도 디자인했다.

신축 건축물은 자연이 주가 될 수 있도록 평지에 도드라지기보다는 땅에 스며들듯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꼬부랑길’을 올라가면 먼저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을 연상케 하는 기울어진 ‘소대’가 나타난다. 대자연 속의 낮은 건축들에 비해 높이 20.5m의 키 큰 잠망경 모양 전망대이다. 자신의 건축 작품 ‘소요헌’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겠다는 시자의 요청으로 지어졌다.

포르투갈어로 ‘작은 탑’이라는 뜻인 ‘미라도로’라는 이름을 가진 소대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층마다 변화무쌍한 풍경이다. 멀리 정상 비로봉을 중심으로 팔공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대에서 산 쪽을 바라보면 연한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가 나타난다. ‘소요헌’이다. 시자가 피카소의 대작 ‘임신한 여인’과 ‘게르니카’를 전시할 스페인 마드리드 오에스테스 공원의 가상 프로젝트를 사유원에 창조한 것이다.

소요헌은 회색 콘크리트와 하얀빛 그리고 일부 예술작품과 푸른 정원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공간이다. 소요헌 뒤 ‘초하루길’을 따라 올라가면 수백 년 된 모과나무 108그루와 붉게 녹슨 철근 구조물이 가족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어우러진 ‘풍설기천년’이 반긴다.

사유원 내 명상공간인 명정.


풍설기천년을 지나 숲길을 걷다 보면 사유원의 전망대 ‘명정’이 등장한다. 위아래로 오르내리고 좁은 복도를 지나다녀야 하는 게 미로처럼 느껴진다. 전망대이지만 사유원 전경을 볼 수 없다. 벽이 사방을 에워싸는 바람에 파란 하늘과 정원 가운데를 가득 메운 연못만 보이게 만든 공간이다. 좁은 통로와 어둠, 벽 사이로 내려오는 빛이 방문자들을 기다린다. 정상의 ‘첨단’은 건축가 승효상이 만들었다. 사방팔방 뻥 뚫린 개방감이 시원하다.

물탱크를 개조한 망루인 첨단 위 풍경.


사유원 첫 번째 집 현암은 풍경을 벗 삼아 차를 마실 수 있는 ‘티 하우스’다. 지하로 들어서는 것 같은 입구를 통과하면 통창으로 들어오는 녹음을 만난다. 지붕에서는 탁 트인 전망을 맞이한다.

구멍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는 와사.


붉은 철판 건축물인 승효상 씨의 ‘와사’와 ‘사담’ 등도 독특하고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건물이다.

여행메모
화산마을 풍차전망대 일방통행… 사유원, 월요일 휴무·2~4시간 소요

대구 군위군 화산마을에 가려면 내비게이션에 ‘화산산성 풍차전망대’를 검색하면 된다. ‘화산마을’로 검색하면 다른 곳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마을 입구부터 일방통행이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사유원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마지막 입장은 오후 3시다.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운영하고 그다음 평일에 쉰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평일 5만원, 주말·공휴일 6만9000원이다. 미취학 아동(만 0~7세)과 반려동물은 입장할 수 없고,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반 하에 가능하다.

사유원의 하루 제한 인원은 350명. 사유원 홈페이지나 네이버를 통한 사전 예약제를 운용하고 있다. 주차장은 무료이지만 평일에도 일찍 만원이다.

사유원 곳곳을 돌아보려면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오가며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야 한다. 적어도 2시간, 알찬 탐색을 위해선 한나절은 잡아야 한다.

외부 음식을 반입할 수 없고, 음주도 금지된다. 연못뷰 레스토랑 ‘사담’에서 식사할 수 있다. 명정 인근 카페 ‘가가빈빈’에서는 풍설기천년의 모과나무에서 채취한 모과로 담은 차를 맛볼 수 있다.

군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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