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6월 27일 첫 무관중 TV 맞짱 토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6월 27일 미국 애틀랜타주에서 첫 무관중 ‘맞짱 TV토론’을 벌인다. 양당이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열기 전 대선 주자 토론을 여는 건 이례적이다. 지지층 이반을 겪는 바이든 대통령과 사법리스크 우려가 커진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조기에 승부수를 띄워 지지율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유인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엑스(X)에 “나는 CNN의 6월 27일 토론과 ABC방송의 9월 10일 토론을 수락했다”며 “트럼프 말대로 언제 어디서든 (토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는 2020년 두 번의 토론에서 나에게 졌다. 그는 이후 토론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제 다시 나와 토론하고 싶어 하는 듯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는 자신의 교통편을 직접 준비하겠다고 한다. 나도 내 비행기(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를 가져갈 것이고, 앞으로 4년은 더 가지고 있을 계획”이라고 조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곧바로 “제안대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바보 같은 조와 토론할 준비가 돼 있고, 의향도 있다”고 밝히며 응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측이 일부 세부 사항을 아직 조율 중이지만, 이번 합의로 현대 역사상 가장 빠른 대선 토론 가능성이 커졌다”며 “틀에 박힌 캠페인에 즉각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들은 최근 토론 개최와 조건에 대한 막후 협상을 벌여왔다. 양측은 1988년 이후 대선 주자 토론을 주관해 온 초당파 조직 ‘대선후보 토론 준비위원회’ 일정을 따르지 않고,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등 제3 후보가 없는 맞토론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여기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자체 리스크’를 조기에 극복해야 할 요인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지지율 정체로 인해 9월 사전투표가 시작되기 훨씬 전 맞토론이 시작되기를 원했다. 반면 대선후보 토론 준비위는 민주당(8월)과 공화당(7월) 전당대회 이후인 9월 16일과 10월 1일, 10월 9일 세 차례 토론 일정을 계획했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조기 토론 베팅은 재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고,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맞설 것이라는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캠프 측은 많은 시청자가 볼 수 있는 맞토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을 더 많이 드러낼 수 있는 극적인 방법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대선 당시 첫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잘라 중간에 끼어들기를 반복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입을 다물어라. 대통령답지 않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첫 대선 토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했다.
바이든 캠프는 맞토론이 실시간 관중이 없는 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기를 원했고, 발언자의 제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마이크가 차단되는 조건을 제안했다. CNN 토론은 바이든 캠프가 제안한 방식대로 진행된다. ABC방송은 아직 세부적인 토론 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역시 무관중 TV 스튜디오 토론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그간 양당이 전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각 당의 대선 후보를 지명하기 이전에 조기 토론을 하자고 압박해 왔다. 사법리스크가 중도층 유권자 민심을 더 자극하기 전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려놓기를 바랐던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두 번 이상 토론을 강력히 추천하고, 흥행을 위해 매우 큰 장소를 제안한다. 아마도 바이든은 군중을 두려워할 것”이라며 “언제든 말만 하라. 나는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0월 1일 폭스뉴스 주관 토론에 참여하겠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바이든 캠프 책임자인 젠 오말리 딜런은 “바이든 대통령은 두 차례의 일대일 토론에서 자신의 조건을 분명히 했고, 트럼프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며 “더 이상 게임은 없고 혼란은 없다. 더는 토론에 대한 논쟁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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