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주고 아이돌 부르는 대학축제… 온라인서 입장권 되팔기도

나경연 2024. 5. 16.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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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축제 시즌을 맞아 대학들이 '아이돌 섭외 잔치'로 변질된 축제 운영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재학생에게만 지급되는 입장 팔찌를 온라인에서 비싼 값에 되팔거나 아이돌을 보기 위해 입장 규칙을 어긴 외부인과 재학생 간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서울 시내 대학교 축제 비용은 평균 1억~2억원에 달하는데 80~90% 이상이 아이돌 섭외에 들어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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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팬 몰려들어 학생과 마찰 “학생이 주인공인 축제 돼야”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열린 외국인 학생 축제에서 학생들이 공연을 관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축제 시즌을 맞아 대학들이 ‘아이돌 섭외 잔치’로 변질된 축제 운영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재학생에게만 지급되는 입장 팔찌를 온라인에서 비싼 값에 되팔거나 아이돌을 보기 위해 입장 규칙을 어긴 외부인과 재학생 간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재학생에게 나눠준 입장권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외대 재학생 김모(19)씨는 “이달 초 열린 축제에서 재학생과 외부인이 입장하는 줄과 시간이 달라 외부인에게 돈을 받고 학생증을 양도하는 일이 많았다”고 15일 전했다.

온라인에서 돈을 받고 입장권을 되파는 일도 벌어졌다. 인천대 관계자에 따르면 축제 첫날인 지난 7일 전후 재학생에게 제공된 입장 팔찌가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서 약 10만원에 팔렸다. 축제 첫날 출연했던 인기 아이돌 그룹 ‘아이브’와 ‘크래비티’ 팬들이 팔찌를 대거 구매하면서 팔찌 가격이 훌쩍 뛰었다.

외부인들이 입장 규칙을 지키지 않아 재학생과 마찰이 생기는 일도 빚어졌다. 인천대 측은 축제 시작 전부터 공연에 방해되는 물품의 반입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이 대포 카메라를 들고 와 관객 시야를 가리면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거액의 아이돌 섭외 비용을 두고 재학생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 시내 대학교 축제 비용은 평균 1억~2억원에 달하는데 80~90% 이상이 아이돌 섭외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 비용은 학교가 부담하는 교비, 재학생이 낸 학생회비, 외부 후원금 등으로 충당한다.

최근에는 아이돌 섭외가 축제의 필수요소가 되면서 학교 측이 공연 전문 외부 업체에 용역을 주는 일도 잦다. 지난 2월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서울대 봄 행사 용역 공고문에는 폐막제 초청 가수 사항에 ‘최정상급 가수 1팀 이상 섭외 필수’ 내용이 포함됐다.

일부 학생은 아이돌 섭외가 학교의 이름을 알리고 학생 호응을 끌어낸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외대 재학생 김유진(20)씨는 “아이돌이 출연하면 외부인이 볼 때 ‘이 학교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고, 재학생도 ‘우리 학교가 이 정도 연예인은 부를 수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돌 섭외보다 학교 특색을 살린 축제를 기획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재학생 임다혜(25)씨는 “학생들이 즐기는 행사이므로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축제를 단순 연예인 공연으로 채우는 대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대학 축제는 대학생들이 주류문화와는 다른 하위문화와 저항문화를 누리는 기회가 됐다”면서 “대학 축제는 청년들만의 정신을 대변하는 무언가를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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