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의 과학 산책] 긴 계산, 지루함의 미학
위대한 과학적 발견 속엔 종종 무심코 지나친 장면들이 있다. 다음 세 장면을 보자. 장면 1. 인류역사상 가장 긴 계산은 무엇일까? 바로 케플러의 제3법칙이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1599년부터 계산을 시작하여 무려 20년 동안 계산한 끝에 1619년에 마침내 이 법칙을 발견했다. 그 계산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해 출간한 책 『우주의 조화』에서 이 법칙을 발표하면서 서문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100년 동안 독자를 기다릴 것이다. 신은 6000년 동안 관찰자를 기다리지 않았는가.”
장면 2. 아이작 뉴턴은 1665년 영국 런던에 흑사병이 돌아 학교가 문을 닫자 고향 울즈소프로 내려갔다. 그리고 2년 동안 고향에서 맹렬한 사색을 통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뉴턴의 사과나무 일화는 이 사색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훗날 뉴턴이 고백하기를, “울즈소프 귀향 초기에 긴 적분 계산을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장면 3. “소수(素數)들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가?” 수학의 왕으로 불리는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열다섯 살 무렵 그의 최초의 수학 연구로 이 질문을 숙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려 100만까지 소수를 계산해서 그 유명한 ‘소수 정리’의 식을 찾았다. 이 놀라운 영감을 얻기까지 계산이 얼마나 지루했을까. 훗날 가우스는 당시를 회상하기를, “그때 나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어요.”
위 세 장면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긴 계산의 아름다움이다. 과학적 통찰력은 종종 긴 계산으로부터 얻어진다. 긴 계산 속엔 영감이 숨죽이고 있다. 그 영감은 컴퓨터로는 감지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미묘한 느낌의 심연, 치열할 때만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인생도 때론 긴 계산과 같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 속에 치열함이 담기면, 그 임계점을 넘을 때 피어오르는 영감이 우리의 인생을 새롭고 아름답게 만들기도 한다.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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