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27) 간밤에 우던 여울

2024. 5. 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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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간밤에 우던 여울
원호(1397∼1463)

간밤에 우던 여울 슬피 울어 지나가다
이제 와 생각하니 님이 울어 보내도다
저 물이 거슬러 흐르고저 나도 울어 예리라
-청구영언

진정한 승자

1453년 단종 1년, 김종서와 황보인 등을 제거하고 실권을 장악한 수양대군은 1455년 나이 어린 조카 단종의 왕위마저 찬탈하고 스스로 보위에 오른다. 1456년 사육신을 처단하고 1457년 단종을 영월에 유배한다.

집현전 직제학 원호(元昊)는 벼슬을 내려놓고 영월 서쪽(제천시 송학면 장곡리)으로 거처를 옮긴다. 이곳을 흐르는 서강은 굽이쳐 청령포로 흐른다.

간밤에 슬피 울며 지나가던 여울이 이제 와 생각하니 님이 울어 보낸 것이었구나. 저 물이 거슬러 흐르고자 하니 나도 울어 가리라.

아침 저녁으로 영월을 향해 절을 올리던 그는 단종이 죽자 상복을 입고 삼년상을 지낸 후 고향 원주로 돌아가 두문불출하였다.

한반도면 신천리 청송회관 앞 삼거리에서 제천쪽으로 가다가 조그만 고개를 넘으면 관란정과 유허비각이 서 있고, 원호의 시조가 새겨져 있다. 절개를 지킨 이들은 현실에서는 패자였으나 역사와 예술에서는 승자로 변신하였다. 그런 것이 민심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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