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가 밝힌 작년 여름 비밀 "2000년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다"

천권필 2024. 5. 1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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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지난해 7월 한 여성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을 마시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여름이 2000년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올여름에도 기록적인 더위가 전 세계를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공동 연구진은 14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3년 북반구의 여름이 기원 후를 기준으로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상 관측이 시작된 1850년대 이전의 기온을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온도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가 남긴 단서를 활용했다. 열대 지역부터 고위도까지 북반구 전역에 걸쳐 약 1만 그루의 나무와 화석에서 나이테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금강송 나이테. 중앙포토

나무는 자라면서 매년 기후 상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나이테에 기록한다. 예를 들어 따뜻하고 습한 해에는 더 많이 자라서 넓은 나이테를 형성한다. 반대로 추울 때는 나이테도 더 얇아진다.


2023년 여름, 가장 추웠던 해보다 4도 높아


차준홍 기자
연구팀의 분석 결과,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북반구 지역의 평균 기온은 1~1890년 사이의 여름 평균 기온보다 2.2도가량 더 높았다. ‘산업화 이전’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1850~1900년 평균 여름 기온보다는 2.07도 더 따뜻했다.

2000년 역사상 여름 기온이 가장 낮았던 536년과 비교하면 4도 가까운 차이(3.93도)를 보였다. 536년 당시에는 대규모 화산 폭발로 엄청난 양의 에어로졸이 성층권으로 분출되면서 급격한 지표면 냉각을 유발해 소빙하기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나이테 데이터로 확인한 대부분의 따뜻한 시기는 엘니뇨 현상과 관련이 깊었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유지되는 현상으로 지구 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엘니뇨는 17세기 남미 어부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지만, 나이테 데이터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엘니뇨가 북반구의 여름 기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온난화가 엘니뇨 증폭…올여름 기온 기록 또 깨질 수도”


20세기 이후로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온난화의 영향으로 엘니뇨 현상이 더 강해지면서 여름은 더 더워지고 있다. 연구팀은 “2023년 여름은 자연 기후 변동성의 범위를 최소한 0.5도 이상 초과했다”고 분석했다. 공동 저자인 케임브리지 지리학과 울프 번트겐 교수는 “긴 역사를 살펴보면 최근 지구 온난화가 얼마나 극적인지 알 수 있다”며 “2023년은 유난히 더운 해였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올여름에도 기록적인 더위가 전 세계를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니뇨 현상이 초여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올여름에 또 한 번 기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팀을 이끈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대 얀 에스퍼 교수는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추가로 증폭돼 폭염은 더 길고 심해지고, 가뭄 기간도 연장될 것”이라고 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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