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쌓일 전기차 폐배터리 2만개…'블랙파우더'로 부활한다

최선욱 2024. 5. 15. 17: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첨단과학기술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배터리산업화센터. 연합뉴스

제주공항에서 14㎞ 거리에 있는 제주첨단과학기술국가산업단지. 이곳엔 전기차 폐배터리 300여개가 보관돼 있다. 제주에 등록된 전기차에서 쓰이다가 수명을 다 한 배터리들이다. 법에 따라 2021년 이전 등록된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는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하는데, 제주도와 자동차 업계는 2030년까지 2만1000대의 배터리가 이곳에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제주도 내에선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할 방법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운반 중 폭발 위험성 때문에 육지로 가져가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배터리를 보관하기 위한 온도·습도 조절 비용만 점점 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와 현대글로비스가 손을 잡았다. 사용 후 배터리를 육지로 운반하고 중장기적으로 제주도 내에 배터리 재활용 체계를 만드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제주도와 현대글로비스는 이 같은 내용의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우선 제주도에 배터리 재활용 설비·체계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현대글로비스가 경남 김해로 배터리를 안전하게 옮기기로 했다. 운송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제작된 배터리 전용 회수 용기를 사용한다. 옮겨진 배터리는 김해 등에서 방전→해체→불순물 제거→분쇄→블랙파우더로 가공되는 작업을 거친다. 리튬·흑연·니켈·코발트·망간 등을 함유하고 있는 블랙파우더는 최근 새로운 자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 오영훈 제주도지사, 문용석 제주테크노파크 원장. 사진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는 이 블랙파우더 추출 시스템을 향후 제주도에 도입할 계획이다. 사용 후 배터리를 육지로 운반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제주도로선 미래 유망 산업을 도내에 유치하는 효과도 있다. 업계에선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2030년 약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한다.

이와 함께 배터리 중 재사용이 가능한 것들을 따로 모아 에너지저장장치(UBESS)를 만드는 사업도 추진한다. 이렇게 만든 UBESS는 지역 내에서 태양광·풍력 발전 장비나 전기차 충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작업의 효율화를 위해 제주도 내 폐차장 11곳에 전기차 폐차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회수에서 전처리(블랙파우더 가공)까지 단일화된 시스템을 갖춰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제주지역의 사용 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