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야근 좀 해줘"…초과근무하면 세금 깎아준다는 이 나라
독일이 ‘더 오래 일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추진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근무 시간이 적어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을 바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정부가 장시간 근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성장 계획’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다음 달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초과 근무에 대한 세금 감면과 복리후생 개편 등이 (개편 방안에) 포함될 것”이라며 “독일 재무부는 주당 41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에 대해선 세금을 감면하고 실업급여 제도를 바꾸는 걸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이 이런 정책을 준비하는 건 경제 사정이 그만큼 악화됐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천연가스 수급 등 에너지 위기로 지난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역성장했다. 올해 1분기엔 0.2%로 반등하긴 했지만, 연간 성장률은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독일은 저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덜 일하는’ 근로자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꼽고 있다. 독일은 2022년 기준 연평균 근무시간이 134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짧다. 유럽 평균은 1607시간, OECD 평균은 1752시간이다.
독일의 근무시간은 한국(1901시간), 미국(1811시간)과 비교해도 약 70% 수준이다. OECD에 따르면 독일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지난 50년간 30% 감소했다. 이와 관련, FT는 “시간제로 일하는 독일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여가 시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관련 제도도 덜 일하는 문화를 부추기고 있다. 독일의 저임금 근로자는 더 일한다고 해도 추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거나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 혜택이 줄어든다. 뉘른베르크 고용연구소의 엔조 베버 박사는 “한 달에 최대 538유로(약 79만원)를 면세로 벌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나 부부 공동 과세를 허용하는 ‘세금 분할’ 규정을 예로 들며 “독일 세금 제도에는 여성이 장시간 일하는 데 대한 인센티브가 많이 부족하다”고 신문에 말했다.
독일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요르그 쿠키스 독일 총리실 사무차관은 “경기가 좋아져 연간 0.6%, 0.8% 성장률로 돌아간다 해도 구조적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그래서 우리가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FT는 독일 정부의 정책 변화 시도가 노동자들에게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독일 노동조합 대부분이 재무부의 초과 근무 세금 감면과 실업급여 제도 변경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오히려 노조는 더 적게 일하겠단 입장이다. 일례로 올해 독일 철도 노조는 2029년까지 주당 근무시간을 현 38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는 독일만이 아닌 유럽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FT는 “유럽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크게 줄었다”며 “그 결과 이 지역의 성장과 경쟁력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권역)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2020년 대비 평균 5시간 줄었다고 추산하면서, "이는 연간 200만명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진 것과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로 실제 노동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까지 겹치고 있다.
이에 네덜란드와 영국 등에서도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스티븐 반 바이옌버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신문에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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