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받은 앨리스 먼로 별세

홍지유 2024. 5. 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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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작가 중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가 별세했다. 93세.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먼로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14일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고인은 10여년간 치매를 앓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 중앙포토


먼로는 2013년 캐나다 작가 중 최초이자, 단편 소설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노벨문학상 위원회는 "먼로는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며 "장편 소설의 그림자에 가려진 단편소설을 예술의 형태로 갈고 닦은 작가, 단 몇 페이지에 복잡한 서사를 담을 수 있는 작가"라고 평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먼로가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명맥을 잇는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러시아계 미국 소설가인 신시아 오지크는 먼로를 "우리의 체호프"라고 불렀다. 체호프는 이야기의 전개보다 찰나의 순간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먼로의 작품도 일상적인 순간을 스쳐 가는 통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2013년 10월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서점 노벨문학상 수상자 코너에 앨리스 먼로의 책이 전시돼 있다. 뉴스1


그는 평범한 삶에 깃든 비극과 모순을 탁월하게 그려내는 작가였다. 단편 작가인 만큼 중후 장대한 서사를 쓰진 않았지만 일상의 찰나에서 얻을 수 있는 보편적인 깨달음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전했다.

평범한 여성의 삶을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가로도 기억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영화로도 만들어진 『런어웨이』에는 남편의 정서적 학대에 상처받은 여성의 하루가 담겼다.

먼로는 노벨문학상 외에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과 캐나다 문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길러상,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받았다. 2009년 부커상 위원회는 먼로를 두고 "작가들이 평생에 걸쳐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 정확성을 작품마다 성취해냈다"는 평을 남겼다. 미국에서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헨리상을 받았다.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난 먼로는 11살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해 10대 시절부터 단편 소설을 썼다. 첫 작품은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 영문학과 재학 당시 쓴 '그림자의 세계'(1950)다. 당시 먼로는 단편 소설을 지역 라디오 방송국과 학교 문예지 등에 발표하며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림자의 세계' 발표 이후 먼로는 대학을 중퇴하고 결혼했다. 결혼 후에는 밴쿠버에 정착해 남편과 함께 서점을 운영하며 틈틈이 소설을 썼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장편 대신 단편을 쓴 이유에 대해 "아이들을 키우느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는 지식인이 아닌 평범한 주부에 가까웠다. 다른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앨리스 먼로의 단편 '곰이 산을 넘어오다' 를 원작으로 한 영화 ‘어웨이 프롬 허’의 한 장면.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는 남편의 이야기다. 중앙포토


주요 작품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등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국가에서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었다. 2012년 마지막 작품이자 13번째 단편집인『디어 라이프』를 쓴 이후 절필 선언을 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의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단편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영화 '어웨이 프롬 허'로 각색됐다. 영화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 주인공 피오나 역을 맡은 줄리 크리스티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은 영화 '미워하고 사랑하고'(2013)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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