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캣서 37배 수익…유니콘 발굴 ‘미다스 손’ [영업이익 강소기업]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5. 1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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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씨엔티테크

쿠캣.

2013년 이문주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당시 소셜미디어(SNS)에서 ‘오늘 뭐 먹지?’라는 음식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초기 단계 쿠캣에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선 회사가 있었다. 씨엔티테크다. 씨엔티테크는 쿠캣의 가능성만 보고 1장짜리 계약서에 보통주로 투자했다.

이뿐 아니다. 회사 성장 전략을 함께 짜고 회사에 돈이 필요하면 추가 투자 유치도 돕는 등 물심양면 쿠캣이 잘되도록 지원했다.

이문주 쿠캣 대표는 “창업 초기라 경영 전략 수립, 인재 유치 등 부족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는데 선배 창업자가 과외해주듯 잘 이끌어줘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는 달았다. 쿠캣이 GS그룹에 편입될 무렵 씨엔티테크는 초기 투자 금액을 엑시트(자본 회수)할 수 있었는데 수익률이 어마어마했다. 무려 원금의 37배에 달했다.

이런 식으로 씨엔티테크는 매년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엑시트를 하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스타트업 투자 한파가 찾아왔다는데도 최근 3년간 매출액은 평균 230억원, 영업이익은 50억~6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익률이 20% 이상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씨엔티테크 어떤 회사?

프랜차이즈 자사 앱 개발·운영 효시

창업자는 전화성 대표.

2000년 카이스트 재학 시절 학내 벤처 1호인 에스엘투라는 음성인식 기술 기반 서비스로 첫 창업을 했다가 군 문제 등으로 회사에서 나오게 되면서 재창업에 도전(2003년)한 게 오늘에 이른다.

창업 초기만 해도 씨엔티테크는 피자, 치킨, 햄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 주문을 처리하는 대표번호, 홈페이지 주문 서비스가 주력이었다. 일명 푸드테크. 이때부터 유명 업체에 앱 개발·운영 등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대신 정기 수수료를 받는 SaaS 솔루션으로 특화했다. 1588로 시작하는 대표번호 주문하기, 홈페이지 주문 서비스, 모바일 앱으로 주문하기 등이 모두 이 회사 기술이다.

2009년 이후 모바일, 키오스크 등으로 주문 영역을 넓히고 프로세스를 표준화, 모듈화를 진행해 배달 앱 기술 표준을 제시한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매출이 안정화되면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한 사업이 액셀러레이터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사업 모델 액셀러레이터는 극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육성시키는 회사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2012년 처음 초기 기업에 투자할 때는 ‘투자’ 개념보다 ‘기부’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그렇게 7년 동안 투자를 해오다 2018년에 몇몇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했다. 그때 회수한 금액이 투자한 전체 금액의 2.5배가 됐다. 이후 액셀러레이터 사업에 좀 더 몰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현재까지 투자 건수 기준 4년 연속 AC 부문 1위를 했다. 보육한 기업 수는 지난 10년간 5000개 기업 이상 된다.” (전화성 대표)

참고로 올해 기준 씨엔티테크의 펀드 운용액(AUM)은 1100억원 규모다.

씨엔티테크는 푸드스타트업 쿠캣에 초기 투자해 37배의 수익을 올렸다. (쿠캣 홈페이지 캡처)
영업이익률 왜 높나

푸드테크 캐시카우, 스타트업 투자 발군

씨엔티테크 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푸드테크사업부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02년부터 국내 외식업계에 자사 배달 앱, POS(결제 시스템), 연동되는 미들웨어 등의 기반 기술을 제공하면서 성장했다. 한때 경쟁 업체로 대형 통신 업체가 들어왔지만 씨엔티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자연스레 철수했을 정도로 경쟁력을 키웠다. 전화성 대표는 “그때부터 프로모션을 통해 경쟁 기업이 쫓아오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른 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없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오면서 고성장 기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경쟁 업체가 추격을 포기했고, 씨엔티 영업이익률은 더 개선됐다. 경영학에서 BCG 매트릭스(잠깐용어 참조)로 따져보면 별(Star)의 위치, 즉 시장성장률도 높고 경쟁사 대비 시장점유율도 높은 위치에 놓이게 됐다.

물론 사업이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다. 2010년 이후 배달 앱이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레 기존의 자사 앱 기반 외식 주문 중개 서비스가 위축됐다. 그래도 자사 앱 운영대행 시장점유율이 계속 높게 유지되다 보니 BCG 매트릭스 기준 캐시카우(Cash Cow) 영역에 들어갔다. 캐시카우 영역은 시장 전체 성장률이 낮아도 이익률은 개선되는 구간이다. 따라서 푸드테크 사업은 여전히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때 성장 타개책으로 삼은 것이 액셀러레이터 사업이다. 액셀러레이터 사업은 2012년에 첫 시작을 했지만 본궤도에 오른 때는 2020년이다.

액셀러레이터 사업은 벤처캐피털과 비교했을 때 결코 만만한 비즈니스 구조가 아니다. 예를 들어 1000억원짜리 펀드가 있다고 치자. 통상 VC는 30~40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AC는 비슷한 수익률을 얻으려면 동일 규모 펀드에 800개 안팎의 초기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 인력 규모로 봤을 때 전자는 7~8명이면 되지만 후자는 양질의 스타트업 발굴은 물론 육성까지 해야 해서 최소 200명 이상 인력이 필요하다.

대신 쿠캣 사례에서 봤듯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수익률이 어마어마하다. 씨엔티는 푸드테크 사업이 주춤할 무렵인 2020년부터 액셀러레이터 사업이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하면서 성장 전기를 마련했다. 이렇게 양대 비즈니스가 이익률을 확보하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전체 영업이익률이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가 됐다.

변수는 없나

해외 진출 재개 여부 지켜봐야

씨엔티테크는 AC업계 최초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최근 코스닥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외식 주문 중개 플랫폼 사업에 비해 AC 관련 매출 비중이 작다는 점을 지적받아 올해 AC 매출을 높인 후 내년 4월쯤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입장이다.

전화성 대표는 “회사가 두 가지 사업 모델 모두를 좀 더 안정화시킨 후 AC로서의 전문성과 수익성이 더 좋아질 내년에 다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코로나19 이전에 추진했던 해외 진출도 재개해야 할 숙제가 있다. 2015년부터 5년간 씨엔티테크는 홍콩,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몽골 등 7개 국가에 진출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해외 파견 직원을 모두 철수시켰다. 시장 성장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다시금 해외 진출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더불어 푸드테크 때 만든 SaaS 모델을 초기 기업에 적용시키는 실험도 추진 중이다.

전 대표는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SaaS 기반 초기 기업의 진단 평가, 육성을 체계적으로 하는 밸류체크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이 시스템을 국내외 초기 기업 보육을 위해 적용하며 앞으로 1만개 초기 기업을 육성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잠깐용어 *BCG 매트릭스

성장성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산업을 4가지로 분류하는 분석 기법.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을 물음표, 점유율과 성장성이 모두 좋은 사업을 스타, 투자에 비해 수익이 월등한 사업을 캐시카우, 점유율과 성장률이 둘 다 낮은 사업을 도그라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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