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댁에 AI 놔드려야겠어요”...약 챙겨주고, 인덕션도 끈다

박해리 2024. 5. 1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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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원이 4일 수원사업장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CX·MDE(고객 중심 멀티 디바이스 경험)센터에서 패밀리 케어를 시연하고 있다. 혼자사시는 부모님이 약복용할 시간이 되면 조명과 알람으로 알려주는 모습이다. 사진 삼성전자

“아버지가 오늘 아침 당뇨약을 복용하지 않았습니다. 오전 4시간 동안 움직임이 없고 전화도 안 받으십니다. 현 위치는 ‘집’이라고 뜨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14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CX·MDE(고객 중심 멀티 디바이스 경험) 센터. 일반 가정집처럼 꾸며진 실험실에서 시연자로 나선 직원이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원격으로 작동시켰다. 로봇청소기가 집안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는 동안 스마트폰엔 청소기에 내장된 카메라가 촬영한 실내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이 직원은 “아직은 카메라를 통해 집안 내부를 모니터링하는 정도지만 올 10월쯤에는 사람이 쓰러져 있는 상황을 인지하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인공지능(AI) 라이프 솔루션 ‘패밀리 케어’를 공개했다. 패밀리 케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가족들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고령자를 위해 개발됐다. 삼성 가전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스마트싱스’에 다음달 탑재될 예정이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앞으로 다양한 AI 제품과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AI 리더십을 더 확고히 할 것”이라며 “시니어를 돕는 패밀리 케어가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결 통해 더 똑똑하게


삼성전자 직원이 14일 수원사업장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CX·MDE(고객 중심 멀티 디바이스 경험)센터에서 'AI 라이프'를 소개하고 있다. TV에서 스마트띵스를 실행하면 집 안의 맵뷰가 펼쳐지며 연결된 가전을 한눈에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기존에도 스마트싱스를 통해 가전 간 연결성을 강조해왔다. 패밀리 케어는 연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사용자의 상황을 고려해 가전을 맞춤 세팅하고 손쉽게 제어·모니터링 할수 있도록 했다. 삼성의 AI 기술을 적용한 효과다. 부모님의 TV·냉장고·정수기·인덕션·스마트폰의 사용 여부를 가족들이 스마트싱스로 확인하고, 함께 거주하지 않는 자녀들도 원격으로 부모님의 상황을 확인하고 가전을 제어할 수있다.

예를 들어, 당뇨·혈압약 복용 시간을 설정해두면 시간에 맞춰 조명이 바뀌고 스피커에서 음성 알림이 나온다. 동시에 정수기는 알맞은 온도의 물을 미리 준비된 컵에 따라 놓는다. 약 보관 서랍에 부착된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복용 여부를 체크한다. 냉장고 내부 카메라로 자녀들이 원격으로도 식재료가 부족한지, 소비기한이 지났는지를 체크한 후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할 수도 있다. 인덕션을 켜둔 채 부모님이 외출하면 자녀 스마트폰에 알림을 보내 원격으로 인덕션 전원을 끌 수 있다. 제어 기능의 거리 제한은 없어 해외에 출장간 자녀도 스마트폰으로 부모님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 가전만 연결되는건 아니다.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에 속한 글로벌 15개 가전업체의 제품이면 모두 스마트싱스에 연결할 수 있다. LG전자 제품도 연결 가능하다. 이선아 상무는 “더 많이 연결하고 사용할수록 더 똑똑하게 라이프 케어를 할 수 있다는 게 모토”라며 “삼성 기기들은 알아서 자동 연결되며 일일이 조작하지 않아도 유용한 기능을 알아서 추천함으로써 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유아 케어, 신혼부부·1인가구 대상으로한 솔루션도 차차 제공할 예정이다.

김현정 프로가 14일 수원사업장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CX·MDE(고객 중심 멀티 디바이스 경험)센터에서 'AI 라이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AI는 삼성’ 굳히기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갤럭시S24를 공개하며 AI 폰 시장 선두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AI콤보, AI스팀, AI디스플레이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AI=삼성’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모두를 위한 AI’ 비전을 발표하며 스마트홈 기기의 연결성도 강조했다.

임 부사장은 “삼성의 AI는 하루 아침에 뚝딱 나온 게 아니다. 사업부의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해왔고 2022년 10월에는 여기 이 실험실(CXI랩)을 만들었다”라며 “이곳에서의 연구를 통해 AI를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자신있게 제안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부에 처음 공개한 CXI랩은 1700평 규모의 시설로,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스마트 기기를 경험하게 될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총 3000여개 제품을 테스트하며 연구하고 있다.

삼성이 AI가전에 공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가전 시장은 6700억달러(약 920조원) 규모이며 내년에는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AI 가전 시장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10.7%씩 성장한다. 삼성전자 등 가전업계는 침체된 가전 시장에 AI를 접목해 타개하려는 중이다.

조주완 대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조주완 LG전자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5.12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LG전자 역시 AI가전에 주력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에 깔린 7억대의 제품과 7000억 시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가속해 ‘공감 지능’을 구현할 것”이라며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AI 인재 영입을 위해 나보다 연봉을 더 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한다”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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