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화폐 교육으로 직업도 경험하고 적성도 찾아요"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아영 2024. 5. 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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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온양풍기초등학교에는 '마르게리타'라는 작은 국가가 있다.

마르게리타 국가의 대통령을 맡은 박 교사는 매달 학급 회의를 열고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직업과 급여를 재조정한다.

박 교사는 "학생들한테도 어른들의 색안경이 있어서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급 화폐 활동을 통해 여러 직업을 경험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찾기도 한다"면서 "이 수업이 여러 방면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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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풍기초 박지현 교사 "학교 수업이 재밌는 기억으로 남길 바래"
충남 아산 온양풍기초 박지현 교사가 학급화폐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아산 = 김아영 기자

충남 아산 온양풍기초등학교에는 '마르게리타'라는 작은 국가가 있다. 이곳에서는 '본'이라는 가상화폐로 물건을 살 수 있고, 세금과 벌금도 내야 한다.

박지현 교사가 맡고 있는 5학년 1반의 이야기다.

제43회 스승의날을 앞두고 14일 만난 박 교사는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다른 교실에서는 볼 수 없는 '총 세금 2536본'이 눈에 띄었다. 올해 3월부터 약 두 달간 모인 세금이다.

게시판에는 이번 달 직업과 벌금 항목도 있다. 학생 28명은 마르게리타 국가에서 저마다의 직업을 갖고 있다. 가정통신문이나 과제를 수거하는 통계청 직원부터 통장을 개설해 월급과 저축금액을 확인하는 은행원, 갈등을 중재하는 판사, 벌금을 기록하는 경찰까지 10여가지의 직업이 있다. 학생들은 직업에 따라 280본~ 370본의 월급을 받게 되는데, 월급에서 세금 10%와 보험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이 지급된다.

마르게리타 국가의 대통령을 맡은 박 교사는 매달 학급 회의를 열고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직업과 급여를 재조정한다.

가장 많은 월급을 받는 통계청 직원이 단연 인기순위 1등이다.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자격요건도 갖춰야 한다. 통계청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토탈자격증 3급을,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 자격증 3급 이상이 되어야 한다.

박 교사는 "한 단원을 마무리할 때마다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발급해 주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 스스로 학습해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때때로 여는 상설 매점은 그동안 모은 월급으로 문구류와 간식을 살 수 있어 매번 품절 대란이다.

박 교사는 지난해 이어 올해 두 번째 학급 화폐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이 학급 활동에 좀 더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학급 화폐 활동을 하게 됐다"며 "이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이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 공부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학교에 다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학급 화폐 활동이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도 유도하지만 자신의 적성을 찾도록 돕기도 한다.

박 교사는 "학생들한테도 어른들의 색안경이 있어서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급 화폐 활동을 통해 여러 직업을 경험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찾기도 한다"면서 "이 수업이 여러 방면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기초적인 학급 화폐 활동을 운영해왔다면 내년에 만들어질 다음 국가에서는 부동산과 주식 활동도 도입해보고 싶다. 돈을 모아 원하는 자리를 살 수도 있고, 박 교사의 몸무게를 변화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투자도 할 수 있도록 좀 더 공부해 더 많은 직업과 경제 개념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다.

박 교사는 "지난해 학급 화폐 활동을 한 학생이 '똠얌꿍 국가에서 교사로 일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라는 편지를 남기고 전학을 갔다"며 "학생들에게 학교 수업이 재밌는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 뿌듯하고, 다른 교사분들에게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아영 기자 haena935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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