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등진 8명 호소에도 답 없는 전세 사기 [기자수첩]

조유정 2024. 5.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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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

전세 사기 피해를 호소하다 사망한 첫 번째 사망자와 8번째 사망자의 유서 내용이다.

전세 사기 피해 후 대책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한 점이다.

법을 악용한 임대인, 시장 관리에 소홀했던 정부, 개인이 수백 채 건물을 소유하고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대출을 허가해 준 금융기관 모두 전세 사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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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

“괴롭고 힘들어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빚으로만 살아갈 자신이 없다. 살려달라 애원해도 들어주는 곳 하나 없다.”

전세 사기 피해를 호소하다 사망한 첫 번째 사망자와 8번째 사망자의 유서 내용이다. 두 피해자의 사망 시점은 약 1년 3개월 기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유서 내용은 비슷한 점이 있다. 전세 사기 피해 후 대책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한 점이다. 지난해 2월28일 첫 번째 전세 사기 피해자 사망 이후 지난 1일 8번째 사망자가 나올 때까지 실효성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책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내놓은 현행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책은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방안이다. 피해자 지원 방안은 △ 기존 주택/ 타주택 구입자금 대출 지원 △ 저리 전세대출‧저리 대환대출 △ 긴급주거지원(공공임대주택 입주) △ 인근 공공임대 거주 △ 생계비 지원, 주거비 등 긴급복지 △ 저소득층 신용대출 △ 전세 대출금 20년 무이자 분할 상환이다. 겉보기에는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 같지만 실상 이 지원을 이용 받긴 어렵다.

지원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피해자로 인정을 받아야 하고 또 소득 현황에 따라 지원 내용이 달라진다. 특히 금리 인하, 기존 전세자금대출 무이자 분할상환 등을 위해서는 현재 보증금을 갚아야 하거나 경‧공매 절차가 끝난 뒤에야 신청 가능한 상황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생계에 위협 받는 피해자들에게 빚을 갚고 오면 새로운 빚을 준다는 것이 어떻게 대책 있을 수 있는가.

사망한 피해자들은 조직적인 전세 사기 범죄에 노출됐다. 수백 채의 집을 소유한 임대인은 법의 사각지대 아래 감시를 피하며 의도적으로 보증금을 편취했다. 보증금을 받은 것도 돌려주지 않은 것도 임대인이지만,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갚는 건 임차인 몫이다. 받지 못한, 어쩌면 받을 수 없는 보증금을 지키는 방법은 경매를 통해 거주 중인 집을 낙찰 받는 것 밖에 없다. 결국 피해자들은 빚을 낸 상황에 또 빚을 내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전세 사기 피해자들 추모하는 모습. 독자 제공

빚만큼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건 사회적인 시선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를 정부 지원금으로 도와준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일부는 ‘왜 도와줘야 하냐’라고 까지 말한다. 이 같은 시선은 피해자들을 더욱 위축시킨다. 취재하며 만난 피해자 중 일부는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아니며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를 도와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법을 악용한 임대인, 시장 관리에 소홀했던 정부, 개인이 수백 채 건물을 소유하고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대출을 허가해 준 금융기관 모두 전세 사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에 뒷짐을 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 마련을 요청하고 있으나 정부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피해자 지원은 지체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란 것은 아니다. 다만, 피해자를 국가에서 인정한 만큼 국가가 책임지고 보상을 하고 피해자들의 채권 등을 활용해 임대 주택 등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대책없는 반대 속 피해자들은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눈치싸움은 결국 전세 사기 피해 규모만 늘릴 뿐이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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