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따뜻한 책 『감당 못 할 전학생』
사회생활을 하며 신경이 쓰이는 건 집단에서 혼자 삐죽 튀어나온 듯한 기분이 들 때다. 한마디로 눈치 못 챙길 때.
최근 본 동화책의 주인공은 좀 달랐다. 초등학교 6학년 외국에서 전학 온 ‘아담’이란 아이다. 마음이 번잡할 때 서점 동화코너를 살펴보곤 하는데, 제목부터 끌렸다. 『감당 못 할 전학생』이라니.
아담은 전학 첫날 자리에 앉자마자 내내 평온히 눈을 감고만 있다. 아담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관심의 중심이 된다. 왜 그런지는 곧 설명된다. 5학년 때 화나면 눈을 감고 머리를 벽에 부딪혔던 과잉행동장애 친구, 해외에 오래 살다 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떠나간 친구들이 매 학년 서너 명씩 있었다.
그런데 아담은 다르다. 운동장 나무에 빵을 잔뜩 꽂아 새들과 노닐고, 선 안 밟기 놀이를 하며 즐거워한다. 동참하는 ‘아담들’도 늘어난다. 나쁜 짓은 아닌데 거슬려 하는 어른들이 생긴다. 다른 친구들과 달라 ‘우리’가 되기 힘들었던 아이들도 동요한다. 왜 아담만 모든 게 자연스러울까.
동화작가 심순은 이런 미움·질투의 감정에 실을 꿰어 아담 이전의 무수한 아이들이 꾹 참아온 상처들을 찬찬히 끌어낸다. 외국식 억양, 다른 피부색이 만든 교실 내 차별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겹겹이 맺혀있던 아이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진다. 하도 눈치를 보느라, 눈치 안 보는 아이가 오히려 문제아가 되는 현실도 돌이켜보게 한다.
첫눈에 사로잡힌 제목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더 좋았다. 뭔가 다른 친구를 낯설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나쁘다고 낙인찍지 않고 살살 달래며 돌려놓는 듯한 제목이다. 아담과 아이들을 이해의 자장으로 품어 안는다. 학폭의 시대, 더욱 뭉클한 동화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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