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뷰공업 김소정PD의 N가지 면모!

정소진 2024. 5.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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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버튼을 절로 누르게 만드는 <사내뷰공업> 김소정 PD의 네 가지 '부캐'. 그 속에 담긴 3년간의 이야기.

유튜브 〈사내뷰공업〉 채널 기획자이자 콘텐츠 회사의 PD입니다. 유튜브 활동을 할 때 본명 김소정이 아닌 김아리를 내세우는데요. 본명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본명으로 활동하면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해 내 진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았어요. 불특정 다수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의문을 느꼈죠. 원하지 않기도 했고요. 〈사내뷰공업〉 채널에 나만의 브이로그를 올리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화보에서 황은정, 김혜진, 김민지, 신지유 네 명의 부캐와 김소정 PD 본캐를 표현했습니다. ‘인류학자’로 불릴 만큼 화보에 담지 못한 수많은 ‘부캐’를 만들었죠. 각 부캐는 저마다 성향과 특징이 있고, 이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표현됩니다

구독자분들이 ‘아리의 세포들’이라고 표현해 주시더라고요(웃음).

세포처럼 많은 부캐를 연기하다 보면 본래 내 성향과 취향을 잃을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오히려 나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살아가며 내 성격과 좋아하는 것, 나와 친한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연기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나열하니까 내 취향과 특성이 잘 보이더라고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감을 가장 염두에 둬요. 공감만이 유머와 분노, 슬픔, 다양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죠. 나만의 특화된 것이 아닌,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사를 만들려고 해요.

유튜브 채널에서 〈우당탕탕 대학 공감〉 〈우당탕탕 알바 공감〉 등 다양한 공감 쇼츠 영상을 선보이죠. 가장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역시 황은정이 인기가 많았어요(웃음). 학교마다 있을 법한 캐릭터죠. 제 학창시절에도 은정이 같은 친구가 있었고요.

쇼츠 목록에서 ‘복장 검사하는 날 90년대생 황은정’ 영상이 1140만 회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합니다. 황은정 캐릭터가 인기였던 이유는

분노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다큐 황은정〉 서사 초반에 은정이는 친구들의 돈을 빼앗고, 친구들에게 벌 청소를 대신하라고 시켜요. 선생님께 바락바락 대들기도 하죠.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문장이 있어요. 이처럼 사람들은 〈다큐 황은정〉 영상 댓글 창에 은정이 같은 친구 때문에 불행했던 시절에 겪었던 각자의 사정을 썼더라고요. 저는 불행과 분노라는 감정이 대중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구상할 때 실존 인물에게서 아이디어를 얻나요? 혹은 나의 페르소나를 표현하나요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도 있지만 어딘가 존재하지 않을까 상상하며 만들기도 해요. 내가 겪은 일을 토대로 구상할 때도 있죠. 황은정, 황한솔, 김혜진, 홍유경은 실존 인물이에요. 황은정은 제가 다녔던 중학교에서 ‘논다’ 싶은 친구들의 특징을 섞은 인물이죠. 김민지, 신지유는 상상 기반으로 만든 인물이고요.

모든 부캐는 어디에서 한 번쯤 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죠. 내 부캐와 닮은 행인을 마주했을 때 드는 생각은

이 세상에서 인간 군상은 다양하지만 나름 유형화되는 게 재미있어요.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 그때 다양한 사람을 얄팍하게 만나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몇 마디 말만 주고받아도 상대방의 성향이 조금 파악돼요. 당시 손님 외형을 보고 화법을 예측하곤 했거든요. 예측이 들어맞았을 때 쾌감을 느꼈죠(웃음). 특히 놀이공원 아르바이트를 하면 그 능력치가 높아져요. 다들 잔뜩 꾸미고 오기 때문에 취향까지 파악할 수 있답니다.

소정 PD의 대학시절은 편의점과 놀이공원, 식당…. 안 해본 게 없을 만큼 다채로운 아르바이트로 채워졌어요

일주일에 세 가지 일을 했고, 오전에는 학교도 가야 했어요. 어느 크리스마스 날, 길에서 케이크를 파는데 제가 너무 애처롭고 불쌍하더라고요. 근데 나를 불쌍하게 여기면 안 되잖아요. 나는 그저 열심히 일하는 거지 스스로 동정할 필요는 없었죠. 그때부터 생각을 바꿨어요.

어떻게 바꿨나요

사람들은 소비해야만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여행과 공연, 취미 활동까지 모두 소비가 따르죠. 저는 경험은 소비와 아무 상관없다고 봐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 것도 경험이라며 가치관을 바꿨어요. 마음가짐을 바꾼 뒤로 힘들고 구질구질한 상황에서도 잘 극복하고 견뎌내는 힘이 생겼죠.

아르바이트 경험이 모여 지금의 김소정 유니버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부캐를 탄생시킬 계획인가요

개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다만 캐릭터의 연령대를 점점 높여갈 계획입니다. 초반에는 중학생 캐릭터로 시작했고, 고등학생도 다뤘어요. 이제 부캐들의 대학생활도 다루죠. 머지않아 직장인 서사도 만들어보려 합니다. 제 나이가 높아짐에 따라 부캐 연령대도 높이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구독자를 만나고 싶어요.

유튜브 〈사내뷰공업〉 채널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채널을 만들고 영상을 올릴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요

사실 회사에서 시켜서 했어요.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죠. 도저히 할 게 없었거든요(웃음). 3년 전에는 유튜브 쇼츠 영상이 생긴 지 얼마 안 됐던 터라 참고할 쇼츠 영상이 없어서 혼자 연구했어요. 메이크업 변신, 성대모사를 소재로 한 웃긴 영상만 올리다가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 찾아왔죠. 그래서 서사를 쌓아가는 부캐를 하나둘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채널 동영상 개수가 벌써 500개 가까이 되더라고요. 2년 동안 일주일에 3~4개를 게시했으니까요. 영상 개수를 보니 네모난 크로마키 천에서 알바생을 포함해 다양한 부캐, 나의 페르소나를 연기하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죠. 3년 정도 하니 이 분야에서는 내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대학교 때까지 사회부 기자를 꿈꿨다고요. 사회 문제와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시사 직격〉처럼 요즘 2030의 현실, 노인 빈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즐겨 봐요. 유튜브나 SNS 숏폼 영상보다 자주 보죠.

유행하는 챌린지 영상이나 숏폼 트렌드보다 사회 문제 연구에 더 열중인 이유는

대학생 때 전공 수업으로 저널리즘 강의를 많이 들어서 사회 문제나 비주류 분야에 관심 갖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어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가는 것에 매력을 느껴요. 사회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내가 올바른 기준을 갖고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죠.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도 귀 기울이고 싶어요. 나도 언제든 소외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언젠가 사회부 기자로 전향할 의향이 있나요

아니요(웃음). 지금도 부캐를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다큐 김혜진〉에서는 상경한 청년의 거주지 불안정 문제, ‘제갈혁’을 통해선 폭식증과 먹고 토하기 같은 여성 문제를 반영하고 있어요. 요즘 새로 나온 캐릭터 중 ‘나혜영’은 나르시시스트 문제를 표현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 문제와 연결한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요즘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회 문제는

2030 청년이 앓고 있는 번아웃과 우울증 문제입니다. 관련 도서도 많이 찾아보는 편이죠.

청년이 앓는 다양한 문제 중 왜 번아웃과 우울증에 눈길이 갔나요

20대 초반에 일본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할 때 번아웃을 심하게 앓았어요. 이대로 사라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죠. 제가 앓았던 문제라서 관심이 갔고요. 혼자 상경해서 힘들게 살아가는 〈다큐 김혜진〉 영상을 본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정말 많은 공감 DM을 보내줬어요. ‘저도 혜진이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서 우울증을 앓았지만 지금은 견뎌냈어요’ ‘지금 저는 힘든 상황인데 언니 영상을 보고 공감하며 힘이 났어요’ ‘언니도 이런 시절을 보냈군요’와 같은 메시지를 받았죠. 생각보다 많은 청년이 우울감을 겪고 있는 현실을 체감했어요. 제 채널의 주요 시청자 연령대는 20대 비율이 높은데, 이 20대들이 내 영상을 보고 삶의 동력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영상 한 편이 완벽하게 치료해 줄 순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긍정적 영향을 주고 싶거든요.

다시 번아웃을 겪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습관과 예방법을 알려준다면

규칙적인 삶이 중요해요. 똑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퇴근하는 삶을 2년 넘게 지속하고 있는데요. 일주일에 3회 영상을 올리지만 아직 번아웃이 없는 걸 보면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교육 플랫폼의 ‘콴다 과외’ 캠페인 모델로 섰고, 브랜드 ‘어프어프’와 협업했습니다. 인기를 실감 중인 지금, 김소정인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아주 단순한 사람.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스스로 절대 잊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입니까

웃기고 싶어서 타인을 비하하거나 약자를 조롱하지 않는 것.

지난해 9월 이사를 앞두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지금은 새집을 꾸미는 중이겠군요

거의 완성됐습니다.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갔어요! 불을 꺼도 밝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고요, 내 노동과 노력에 대한 결과를 눈으로 본 순간이어서 뿌듯했습니다. 또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했고요(웃음). 김소정의 꿈은 꿈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오늘 할 일을 퀘스트 깨듯 살아가는 사람이라…. 미래를 보지 않는 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못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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