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전세대란’ NOW SEOUL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5.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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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전셋값 2억~3억씩 ‘껑충’
매물 없어 갱신 계약 눌러앉는 수요↑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잠실 아파트 전경. (매경DB)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자녀 중학교 진학을 위해 수시로 전세 매물을 살펴보지만 좀처럼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여섯 곳에 대기를 걸어놨는데도 두 달째 연락이 없다. 이 씨는 “전세 매물이 아예 씨가 말라 매물이 어쩌다 나오면 보통 1억~2억원씩 뛰는 것이 예사다. 그마저도 매물 잡기가 어려워 차라리 대출받아 아파트를 매수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여간 전셋값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7% 올랐다. 50주 연속 상승세다. 구별로 보면 성동구(0.15%), 노원구(0.12%), 광진구(0.11%) 등 강북권 인기 지역 전셋값이 많이 뛰었다. 강남권에서는 서초구(0.08%)를 비롯한 주요 지역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부동산원은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 소형 아파트 위주로 전세 수요가 꾸준히 유지됐다.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며 상승 거래가 잇따라 체결됐다”고 분석했다.

서울 주요 단지 전세 매물도 급감하는 모습이다. 일례로 지하철 2·7호선 환승역 대림역, 7호선 남구로역이 가까운 서울 구로구 구로삼성래미안은 총 1244가구 대단지지만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다. 인근 단지인 구로두산위브(660가구), 구로두산(1285가구) 역시 전세 매물이 손에 꼽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서울 송파구 ‘리센츠’ 전용 84㎡ 전셋값은 12억원 수준이다. 불과 1년 전 전셋값이 9억6500만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2억원 넘게 오른 가격이다. ‘잠실엘스’ 전용 84㎡ 전셋값도 지난해 9억원대에서 올해 12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송파 대단지 ‘헬리오시티’ 같은 평형 역시 전셋값이 8억5000만원에서 10억5000만원대로 2억원가량 올랐다.

송파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봄 이사철을 맞아 전세 매물을 찾는 수요는 넘쳐나지만 매물이 거의 없다.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놔도 순식간에 거래가 체결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북권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 84㎡는 최근 10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1년 전 시세(7억9000만원대)와 비교하면 2억6000만원 상승했다. 인근 ‘래미안옥수리버젠’ 같은 평형 전세 시세도 8억원대에서 9억원대로 올랐다.

전세 매물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전세수급지수도 연일 우상향곡선을 그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5월 첫째 주 기준)는 100.1로 전주(99.3)보다 0.8포인트 뛰었다.

전세수급지수는 2021년 12월 6일 99.1을 기록해 100 아래로 떨어졌다 2022년 12월 26일 60.4로 저점을 찍더니 최근 다시 뛰어 100을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노원, 도봉, 강북구 등 동북권이 103.1로 오르면서 이미 100을 웃돌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매물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기준선인 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서 전세를 구하는 사람보다 내놓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이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현장 곳곳에서 전세 매물이 부족한 모습이다. 서울, 수도권은 매매 거래가 위축된 와중에 전세로 실수요가 몰리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전세 공급이 줄어든 것은 임대차법 영향으로 계약 갱신이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셋값이 치솟고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을 연장하면서 새로 공급되는 전세 매물이 귀해졌다.

임대차법에 주택 입주 물량 부족 영향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17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3만6247건 중 갱신 계약은 1만2604건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전년(27%) 대비 8%포인트 늘었다. 전세사기 여파로 젊은 층의 빌라 전세 기피 경향이 심화되면서 아파트 전세 수요가 더 몰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를 대로 오른 전셋값은 당분간 상승 곡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양질의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지난해(3만2795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 입주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1년(2만336가구)과 비교해도 절반가량 줄어 부동산R114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가 연 1%대 저금리의 신생아 특례전세대출을 내놓은 것도 전세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정책 리스크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면서 정부의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손질에 제동이 걸려 전셋값이 우상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상한제는 전월세 가격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또한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세입자가 기존 2년에서 4년(2년+2년)으로 계약 연장을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임대 기간을 4년 동안 유지해야 하고 임대료도 5%밖에 올리지 못하면서 집주인들은 앞다퉈 전세 물량을 거둬들였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다 보니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윤석열정부는 임대차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며 임대차법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여소야대’ 국면이라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4년 동안 묶여 있다 한꺼번에 튀어 오른 가격으로 전세 물량이 주기적으로 쏟아지면 임대차 시장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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