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수원에 온 쏘니' 손석용, 4년 전 축구를 포기하려 할 때 그를 붙잡은 한 사람

김희준 기자 2024. 5. 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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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용(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화성] 김희준 기자= 손석용은 올 시즌 수원으로 이적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초반 팀 적응기를 거친 뒤 4월을 기점으로 염기훈 감독이 중용하는 선수가 됐다. 몸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고 공을 소유해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건네주고, 스스로 뒷공간에 침투해 득점 기회를 잡는 등 수원 공격 전개에 기여하고 있다.


4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손석용은 대구FC에서 프로 데뷔를 하지 못했고, K리그2 서울이랜드에서도 FA컵 1경기만 나섰을 뿐 리그 경기에는 뛰지 못했다. 축구선수 은퇴도 진지하게 고민하던 때였다.


손석용이 계속 선수 생활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은 당시 서울이랜드에 있던 故 김희호 코치다. 손석용은 지난 7일 '풋볼리스트'를 만나 "지금은 안타깝게 돌아가셨지만 김희호 코치님께서 내가 힘들 때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긍정적으로 내게 얘기해주시고, 에이전트에게도 좋게 얘기해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다"며 "2021년 K3리그에 있던 김포로 이적할 때도 김희호 코치님께서 '여기서 석용이가 경기를 뛰면 더 좋은 상황이 올 거다'라고 얘기를 해주셨다"며 2021년 여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인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손석용은 김포에서 날개를 펼쳐 수원에서도 활약 중이다. 수원 이적이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고 밝힌 손석용은 "득점으로 팀에 도움을 주고 상대를 괴롭혀서 득점이 나올 수 있게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팬들이 경기 응원을 많이 와주신 만큼 우리도 잘해서 승격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학민(왼쪽, 충남아산), 손석용(오른쪽, 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 축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는지


초등학교 때 코치님께서 스카웃하셨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집에 잘 안 들어왔다고 한다. 축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항상 저녁 먹을 때 어머니가 운동장으로 오셔서 나를 부르던 기억이 난다.


- 프로 데뷔 전에는 주니어 리그에서 득점왕도 차지했고, 자신감이 엄청났을 것 같다


그때는 워낙 좋은 성과도 내고 있었고, 몸도 점점 좋아져서 프로 가면 경기도 많이 뛰고 그럴 줄 알았다.


- 그런데 대구FC에서는 프로 경기를 아예 못 뛰었다. 이유가 있나?


그때 스트라이커를 했는데 신장이 큰 편도 아니었고 경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기회를 많이 못 받았지 싶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훈련에 별로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지는 않다. 처음 입단하고 바로 부상당한 것도 있고 자기 관리가 부족했다. 그때는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몰랐고, 그걸 알려고 노력도 안 했다. 그래서 대구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 서울이랜드 시절에도 리그 데뷔에 실패했다. 선수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을 것 같은데


맞다. 정정용 감독님이 계실 때였는데 3년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하다 보니 기회를 받아도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FA컵에서 경기를 뛰었는데 하필 그 경기가 선수 경력 최악의 경기였다. 축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다.


- 그럼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간 이유가 있나?


지금은 안타깝게 돌아가셨지만 김희호 코치님께서 내가 힘들 때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긍정적으로 내게 얘기해주시고, 에이전트에게도 좋게 얘기해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다.


- 김희호 코치가 해준 말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말이 무엇인지


아까 말했던 FA컵 경기 끝나고 코치님께서 책 사진을 찍어서 좋은 말씀을 보내주셨다. 거기서 나온 얘기가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걸 보고 힘을 낼 수 있었다. 또 김포로 이적할 때도 김희호 코치님께서 '여기서 석용이가 경기를 뛰면 더 좋은 상황이 올 거다'라고 얘기를 해주셔서 경기를 뛰겠다는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故 김희호 코치(당시 서울이랜드). 서울이랜드 제공
손석용(김포FC). 서형권 기자

- 김포로 이적한 뒤 등번호가 99번이 됐는데


남들이 물어볼 때는 자세한 이야기를 안 하고 등번호가 묵직하고 무게감이 있어 보여서라고 얘기한다. 사실 99번의 의미는 물이 99도에서 100도가 되면 끓듯 나도 선수로서 끓어오르게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다. 항상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99번을 선택했다.


- 2022년에 김포가 프로구단이 된 게 행운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김포가 K리그2로 올라간다고 했을 때 걱정도 많이 했다. K리그2 소속이던 서울이랜드에 있을 때도 경기를 거의 못 뛰었으니까 위축이 되더라. 그런데 첫 경기에서 내가 원하던 데뷔전 데뷔골을 이뤄냈다. 그 덕에 도전할 만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실제로 경험한 고정운 감독은 어떤가?


감독님이 운동할 때는 불같은 성격이다. 그래서 내가 욕을 많이 먹었다. 근데 나도 운동장에서 감독님께 소리치고 그럴 때도 있었다. 감독님은 항상 내게 반쪽짜리 선수가 되지 말라고 하셨다. 활동량이 많아 상대 뒷공간으로 움직이는 게 내 장점인데 감독님은 상대가 그걸 파악하고 대응했을 때 연계 플레이로 전환하는 게 내 단점이라고 얘기하셨다. 그 말을 듣고 연계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연계도 많이 하려 했다. 어떻게 보면 감독님이 화를 낸 부분들에 자극을 받아 김포에서 좋은 시간을 이어나갔던 것 같다.


- 김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가장 아쉬운 순간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K리그2 데뷔전이다. 골도 넣었고, 힘든 상대인 광주를 만나 이겨 시즌 전체에 대한 많은 희망이 생겼다. 아쉬운 건 아무래도 2023년 승격 플레이오프 경기다. 그때 무척 뛰고 싶었는데 선택을 받지 못했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정말 힘들었다.


- 김포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기억에 남는 별명이 있는지


김포 시절 별명들은 다 마음에 든다. 쏘니라는 별명은 손흥민 선수를 좋아해서 좋고, 손스타도 어감이 되게 좋다. 핸드스톤드래곤 같은 경우에는 가족들도 나를 그렇게 부른다.


손석용(수원삼성).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이번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서 이적 제안이 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작년에는 공격포인트 같은 지표도 아쉬웠다. 에이전트를 통해 염기훈 감독님께서 원하신다는 말을 듣고 믿어보기로 했다. 감독님께서 원한다니 감사했다.


- 염기훈 감독은 어떤 스타일인지


염기훈 감독님께서는 개인적으로 피드백도 많이 주시고 선수들에게 존중을 잘해주신다. 대화도 많이 나눈다. 감독님께서 최근까지 선수 생활을 하셨다 보니 선수들 마음을 잘 아시는데 그런 부분들이 좋다.


- 수원 팬들 응원을 경기장에서 듣는 느낌이 어떤지


당연히 개인적으로 동기부여를 하지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지 않아도 경기장만 가면 동기부여가 저절로 된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선수들끼리도 얘기한다. '팬들이 이만큼 오셨으니까 오늘 이겨야 한다.' 원정에서도 홈경기인 것처럼 응원해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뛰자고 선수들끼리 많이 얘기한다.


- 수원 팬들 응원이 상대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은지


가끔 응원에 위축된 선수들이 보인다. 반면에 거기에 지지 않으려고 흥분한 선수들도 보인다. 팬들 덕분에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


- 수원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자신의 장점은


수원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격수지만 수비도 많이 해주고, 일대일 싸움 등에서 상대를 힘들게 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많은 활동량과 상대와 싸워줄 수 있는 파워가 있다고 생각한다.


- 동료 중에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나?


정말 많다. 어리지만 (김)주찬이나 (이)상민이는 가진 재능도 많고 그 나이에 자기 관리도 잘한다. (김)현이 형, 뮬리치 이런 선수들은 1부리그에서도 경험이 있어 확실히 볼키핑이나 제공권이 좋다. 카즈키는 패스 질도 좋고 공을 잘 찬다. 동료들을 많이 보고 배우면서 성장하고 있다. 같은 포지션에서는 (전)진우나 주찬이, 패스는 카즈키나 (이)기제 형에게 많이 배운다.


- 선수로서는 어떤 선수가 롤모델인지


웨인 루니를 굉장히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롤모델로 삼아왔다. 키는 작지만 힘이 있고, 무엇보다 자기가 뺏긴 공은 끝까지 뺏어오는 강한 투지가 밑바탕에 있는 선수다. 득점력도 득점력이지만 공에 대한 집념이랄지 집착에 엄청 반했다.


손석용(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우리 감독님처럼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 선수 생활을 길게 하는 건 자기 관리를 잘한 거다. 그만큼 커리어도 생긴다. 예전에는 15년 이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20년을 할 생각이다. 선수 수명이 길어진 것 같아 40세까지는 하려고 한다.


- 염기훈 감독에게 비결을 물어봤나?


감독님은 테크닉이 좋아서 오래 하신 것 같다. 관리도 잘하셨지만 지금도 슈팅이나 크로스가 살아있다.


- 올 시즌 수원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득점으로 팀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계속 상대를 괴롭혀서 득점이 나올 수 있게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이 내 역할인 것 같다.


- 수원 승격 시 공약이 있나?


팬들이 원하시는 건 뭐든 하겠다. (위험한 발언일 수 있다) 공약이라고 한다면 축구 외적인 걸로 해야 할 텐데… 그렇다면 춤을 추겠다.


- 팬들에게 한 마디


항상 경기 응원 많이 와주시고 선수들에게 힘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매번 많이 오시는 만큼 우리도 잘해서 승격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서울이랜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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