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진료 불만 많다"...국민이 바라는 의료시스템 경청한 의사들
“환자들은 ‘3분 진료’에 불만이 많다. 병원 안에서 의사 처방에 대한 다른 의료진의 더블 체크도 의무화됐으면 좋겠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14일 오후 2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국민과 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공청회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A씨는 비대위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비대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시민 원고 공모를 진행했다. 의사와 의사 직계 가족은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수상작은 총 9편으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2편, 가작 5편을 선정했다. 이날 공개된 공모 수상작들은 공통으로 3분 진료 개선·주치의 제도·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을 언급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의학과 교수는 “시민 원고를 보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충분한 소통시간이 필요하다는 가장 많았다”며 이번 공모에 들어온 60편의 원고들을 분석했다. 오 교수는 “그간 의사 중심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시민들은 환자가 중심에 있는 의료·지역 격차가 줄고 필수의료 의사가 잘 일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의료계 인사들은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1977년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시작된 시스템인데 큰 틀이 바뀌지 않은 채 수십 년이 흐르다 보니 여러 모순이 생겼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정부가 이 모순을 고치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 필수 의료 패키지 등을 내놨는데 의료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의사들과 제대로 된 상의가 없었기 때문에 의료 현장 혼란이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을 새로 세우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당선인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했다. 안 의원은 “지금 현재 민생 현안 중 가장 중요한 일이 의료대란 막는 일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협의체를 만들어 내년부터 증원 규모를 합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사태에 의료진의 책임을 통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비대위 성명서에서 “동료 선후배들과 의학 발전을 논하는 동안에 우리 의료는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게 돼버렸다”며 “저희의 책임이었음을 통감한다. 너무 늦게 깨닫고 이제야 나서게 돼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개혁을 위한 국민과 의료계와 정부의 협의체는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하며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상설기구로 설립되어 정권이나 공무원의 임기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며 “의료계도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춰 환자 편에 서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진정한 전문가가 되자”고 제안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의료현장과 학교로 복귀할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강 위원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의료사태로 인한 환자들의 불안과 절망, 전공의들의 눈물이 우리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며 “(정부는) 전공의와 의료계에 가해진 부당한 명령과 처벌을 거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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