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주얼리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냐고요?

강민지 2024. 5. 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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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우드의 창립자 모나 젠슨을 만나 물었습니다.
톰 우드의 실버 주얼리.
톰 우드의 실버 주얼리.
톰 우드의 실버 주얼리.
톰 우드는 2013년 모나 젠슨이 설립한 주얼리 브랜드입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모나 젠슨은 북유럽 디자인 감성을 바탕으로 간결하고 편안하며 지속 가능한 주얼리를 디자인하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그넷 링, 즉 인장 반지는 톰 우드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브랜드 창립 약 10년 만에 톰 우드를 오슬로와 도쿄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둔 글로벌한 주얼리 하우스로 이끈 그를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톰 우드의 창립자 모나 옌슨의 포트레이트.

Q : 브랜드 톰 우드는 누군가의 이름처럼 들려요. 처음엔 창립자를 남자로 생각했습니다.

톰 우드는 상상 속 이름이에요. 제 안의 남성적 자아와 고스트 라이터(ghost writers, 가상의 필명을 사용하는 작가)를 상징해요. 톰 우드라는 페르소나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유니섹스 방향을 잡아 주기도 하고, 그 자체로 뮤즈로서도 기능합니다.

톰 우드의 주얼리 캠페인.
톰 우드의 주얼리 캠페인.

Q : 톰 우드를 론칭하기 전,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근무했다고요. 어떤 과정을 통해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건가요?

톰 우드 전엔 타 브랜드를 위해 전략을 제시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그러다 완전히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우연치 않게 패션을 접하게 됐죠. 패션 블로거와 스트리트 스타일 사진 작가가 패션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보며 매료됐던 거 같아요. 주얼리가 패션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엔 돋보이는 브랜드가 없단 점에 주목했죠. 틈새시장을 발견한 거예요! 그때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간 제가 했던 브랜딩과 마케팅 경험을 살리기에도 제격이었어요.

Q : 톰 우드를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미니멀, 기능주의, 컨템포러리.

Q : 시그넷 링(Signet Ring)이 톰 우드의 첫 제품이에요.

제가 가장 아끼는 주얼리가 결혼 반지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전 애초에 결혼 반지를 거부하던 사람이었죠. 결혼 반지를 맞추는 일이 고루하고 개성 없게 느껴졌달까요? 그러다 사건이 발생했어요. 어느 날, 당시 연인이던 남편이 오래된 상자에 담긴 빈티지 실버 시그넷 링을 발견한 겁니다. 그는 그 반지를 제 사이즈에 맞춰 수선하곤 제게 청혼했고, 전 다른 결혼 반지와는 차별화된 그 특별한 반지가 마음에 쏙 들었어요. 그렇게 저희 부부는 결혼 반지를 시그넷 링으로 맞췄습니다. 반지 윗면엔 결혼기념일을 새겼는데 그게 마치 비밀 코드 같아서 재미있어요. 시그넷 링은 고대 왕이 공식 문서에 서명할 때 착용할 만큼 역사가 오래됐지만 그 에피소드를 겪고 난 후엔 문득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시그넷 링 특유의 크기와 무게가 울림을 주었고, 톰 우드의 첫 번째 주얼리 컬렉션을 만드는 출발점이 됐어요.

하트 모양 시그넷 링.
하트 모양 시그넷 링.

Q : 현재 주얼리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톰 우드와의 연결점도 궁금합니다.

현 시장에서 주얼리는 전체적인 룩을 더욱 빛나게 하고 개성을 살리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고객은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템과 독창적인 주얼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오늘날 링, 이어링, 네크리스는 가방이나 신발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중요한 액세서리로 성장했습니다. 실버는 다시금 주목받는 소재로 떠올랐고, 유니섹스 스타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어요. 남성도 주얼리를 하는데 더이상 거리낌이 없습니다.

주얼리 트렌드는 주기적인 패턴을 띄는 편이나 패션만큼 급진적이진 않아요. 사적인 기억이나 추억을 담고 있다는 점 덕에 주얼리는 타 패션 아이템보다 더 긴 투자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단기적인 유행을 좇는 게 아닌 오래 착용할 수 있는 품질 좋은 주얼리를 만드는 건 제가 추구하는 철학과도 맞닿아 있어요. 톰 우드는 유니섹스 디자인과 실버에 중점을 둔 모던 주얼리 브랜드입니다. 그 점은 브랜드를 시작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예요.

볼드한 주얼리를 선보이는 톰 우드의 캠페인.
볼드한 주얼리를 선보이는 톰 우드의 캠페인.

Q : 톰 우드는 북유럽 디자인 감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요.

북유럽 디자인은 자연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어요. 저 또한 어린 시절 노르웨이 서부 해안에 있는 작은 섬에서 자란 경험 덕에 자연이 가깝게 느껴집니다. 자연과 자연을 바탕으로 한 북유럽 디자인 특성은 톰 우드의 컬렉션에도 밀접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아이스 후프(Ice hoops)’는 얼음이 녹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여름에 출시될 새로운 ‘페블(Pebble)’ 컬렉션 역시 자연에서 힌트를 얻었죠. 바다와 모래에 깎여 부드럽고 둥글어진 자갈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찾았거든요.

Q : 몸에서 절대 빼지 않는 주얼리가 있나요?

기분이나 일정 그리고 의상에 따라 주얼리를 바꾸는 편이에요. 요즘은 실버와 골드를 섞는 조합을 좋아해요. 꾸민 듯 안 꾸민 듯해서 자연스럽고 모던한 느낌을 주죠. 최근엔 실버와 골드가 같이 있는 듀오 딘(Dean) 링과 다이아몬드가 박힌 골드 스플릿(Split) 링을 레이어드해서 착용하곤 합니다. 6월에 출시를 앞둔 바오(Bao) 컬렉션도 자주 착용해요. 그중에서도 바오 펄스(Bao purse)는 저의 새로운 애착템이라 할 수 있죠. 더 차려입은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착용하는데, 항상 블랙을 고수하는 제게 주얼리는 빠지면 안 될 포인트입니다.

듀오 딘 링.
골드 스플릿 링.

Q : 톰 우드가 차별화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저희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가치는 더 책임감 있는 미래입니다. 윤리적인 소싱과 생산이 그 초석이 될 거예요. 톰 우드는 글로벌 시계 및 주얼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 기준에 대한 주요 권위인 ‘RJC(Responsible Jewellery Council)의 공인 인증 멤버로 선정됐습니다.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또한 디자인 쪽으론 소비자가 오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Q : 패스트 패션 산업이 오리지널 디자인을 카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렴한 가격과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패션은 그에 대한 연구 또한 개발에 투자할 시간과 자금조차 제공하지 않아요. 영감과 헌신된 기술, 장인 정신이 없다면 제품은 원작의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다른 사람이 완성한 디자인을 복제하는 저렴한 비즈니스 모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그 저렴한 가격 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부도덕적인 생산 방식입니다.

골드와 실버를 소재로 한 톰 우드의 입체적인 주얼리.
골드와 실버를 소재로 한 톰 우드의 입체적인 주얼리.
골드와 실버를 소재로 한 톰 우드의 입체적인 주얼리.
골드와 실버를 소재로 한 톰 우드의 입체적인 주얼리.

Q : 음악, 미술, 건축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눈여겨보는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브루탈리즘(brutalism) 건축 양식의 팬이에요. 안도 타다오(Ando Tadao)는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고요. 디자이너 중엔 요지 야마모토(Yoji Yamamoto),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레이 카와쿠보(Rei Kawakubo),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시몬 로샤(Simone Rocha) 디자이너를 애정합니다. 그리고 느와 케이 니노미야(Noir Key Ninomiya),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 같은 신진 디자이너의 활동도 주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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