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의 공교육화, 방과후학교도 공교육입니다"

신재용 2024. 5.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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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17-1] 방과후학교 이진욱 선생님

[신재용 기자]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0~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학교는 더이상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명제와 잘 들어맞는 제도가 방과후학교다. 특별활동, 특기적성교육, 교과보충수업 등이 2005년부터 방과후학교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방과후학교에서 학생들은 다양하게 활동하고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간다. 사교육으로 접해야 하는 과목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여, 교과 수업을 보완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것 역시 방과후학교의 역할이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는 전국 대부분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수업이 이뤄지고 있고, 약 11만 명의 방과후학교 강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정규 수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심어주고 있다. 교육공무직 직종인터뷰 열일곱 번째로, 방과후학교 강사로 활동하는 이진욱 선생님을 만났다. 이 선생님은 현직 방과후학교 강사이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방과후학교 강사분과의 분과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기자말
 
 방과후학교 이진욱 선생님
ⓒ 신재용
"방과후학교는 공교육"

-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이진욱입니다. 나이는 54살이고요. 방과후학교 수업을 1999년부터 시작했으니 25년 됐네요. 처음 시작할 때는 '특기적성교육'이었다가, 2005년부터 방과후학교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죠. 저는 풍물을 가르칩니다. 수입은 넉넉하지 않지만(웃음), 애착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업을 한 학교도, 만난 아이들도 정말 많네요.

처음에는 사진을 전공했어요. 출판사와 스튜디오에 있다가 풍물을 하게 됐어요.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찾아보다가 학교 수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방과후학교 말고도 학교 안에는 (정규 수업 외에) 여러 교육과 강사들이 많아요. 교과수업 시간에 강사들이 초빙받아 수업하는 것도 있고, 예술, 체육과목에서도 수업을 해요."

- 방과후학교에 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방과후학교라는 이름은 2005년부터 생겨났어요. 그전에 있었던 특기적성교육이나 보충수업 등이 통합되면서 방과후학교가 됐죠. 일반적으로는 수익자 부담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부모가 수강료를 내고 학생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듣게끔 하는 거죠. 최근에는 정부 지원금으로 방과후학교를 하거나, 저소득층이나 한부모가정 등의 학생들에게는 자유수강권을 주기도 해요.

지원금은 지역마다, 교육청마다 달라요. 이름도 다르고, 해마다 달라지기도 하죠. 주로 도시보다는 농산어촌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전체를 지원금으로 하는 경우가 많죠. 수익자부담의 일부분을 지원금으로 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제도들은 완벽히 정착된 게 아니라서 없어지기도 해요. (교육청이 아닌) 지자체에서 지원금이 나오기도 하고요. 구조는 다양해요.

학생들이 공교육의 틀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뭔가를 한다는 게 중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방과후학교도 공교육입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할 때 첫 구호가 '방과후학교는 공교육이다'였어요. 아직도 사교육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방과후학교를 두고 학교에서 할 게 아니라거나, 방과후학교 강사는 사교육 업자이고 외부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하지만 방과후학교는 공교육이고, 방과후학교 강사는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생각해요. 실제 많은 강사 선생님들이 (자기 일을) 학교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활동해요."

지역 교육청마다 방과후학교 길라잡이를 발행하며, 방과후학교 우수 사례를 선정한다.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방과후학교 지원금을 제공한다. 각종 통계자료에서는 방과후학교에 지출하는 비용을 사교육비로 보지 않고, '사부담 공교육비'로 본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방과후학교 수업이 줄어들자, 사교육비가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방과후학교의 도입 취지는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고, 이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여보자는 것이었으며,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도 방과후학교를 두고 '사부담 공교육'이라고 밝혔다.

- 한 학교에만 계시기도 하지만, 여러 학교에 출강하시기도 하는데요. 선생님의 하루 일상을 알려주세요.

"적게는 한 학교에만, 일주일에 1번 정도 출강하시면서 부업처럼 하시는 분도 있고, 토요일까지 하시는 분도 있어요. 토요일 방과후학교를 하는 지역도 있거든요. 그렇게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고, 자기 작업실이나 공방이 있는 분도 있어요. 거기서 수업을 연구하거나 교재, 교구를 개발하고 강사 양성까지 하죠.

보통 오후 1시쯤부터 학교에 가서 수업합니다. 1시부터 시작해서 5시 전쯤 끝나요. 과목에 따라서 오전에 (방과후학교 강사가) 수업하기도 해요. 방과후학교는 아닌데, 예술이나 체육 쪽 과목은 수업시간에 일정 기간 강사가 초빙돼 관련 수업을 하죠. 저도 지금 하고 있고요. 오전에 수업하고, 점심 먹으면서 다른 학교로 이동해 방과후학교를 하죠. 방과후학교 외에도 문화센터나 어린이집, 학원 같은 사교육기관에 가서 수업도 하죠. 그리고 저는 풍물 단체에 소속돼 있거든요. 모여서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합니다."

"수업 없을 때는 수입 0, 보릿고개라고 하죠"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서 학교와 위수탁계약을 맺는 거로 압니다. 개인사업자로서 장단점은 어떤 게 있고, 앞으로는 어떻게 되기를 바라시나요?

"장점이랄 게 별로 없어요. 그나마 시간 활용이 자유롭다는 거? 그런데 그 시간도 수업 준비를 해야 하니,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에요. 학교에서 3~4시간 수업한다면 그 시간에만 일하는 게 아니죠. 수업하는 데 필요한 서류나 준비물을 제가 준비해야죠. 학교에 제 사무실이나 자리가 있는 게 아니니까 학교에서 할 수는 없고, 각자 집이나 사무실이 있는 분은 사무실에서 해야죠. 밤을 새워서 교재를 집필하거나 준비하시는 분도 봤어요.

교재나 교구가 많이 필요한 과목이 있어요. 그런 과목 선생님들은 멀리까지 교재나 교구를 공수하러 다녀오시죠. 시간 여유가 많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진 않아요. 말하고 보니 장점이랄 게 없네요(웃음).

단점은 개인사업자니까 사람들이 소득이 많은 것처럼 오해하고, 시샘해요. 특히 전업으로 하거나 수강생이 많은 과목이라면요. 학교 안에서도 '강사료만 해도 꽤 된다', '강사료를 낮춰야 한다'는 말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강사료가 고스란히 제 수익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에요. 필요경비라는 게 있고, 교재나 교구 등 준비물을 준비하는 시간과 비용이 있죠. 무엇보다도 수업이 없는 때도 있어요. 특히 수도권은 겨울방학 때 수업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수입도 없죠. 수업이 있다고 해도 방학에는 수강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요. 우스갯소리로 '보릿고개'라고 하죠.

그리고 우리는 길어봐야 1년 단위 계약을 해요. 운이 좋으면 여러 해 동안 그 학교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갑자기 수업이 없어지기도 하죠. 더군다나 퇴직금도 없고, 4대 보험은 제한적으로 들어가고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지역가입자로 돼있어서 직장가입자 분들보다 더 많이 냅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아쉬운 점이 있죠. 고용보험은 적용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직업훈련교육 등 일부 적용되지 않는 게 있어요. 그리고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4개 학교에 출강한다면 4개 학교를 동시에 모두 그만둬야 하거든요. 한 군데에서만 잘리는 경우는 있어도, 4개 학교 모두 그만두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다시 오면 가능하죠. 코로나19 때는 거의 모든 학교에서 수업을 안 했거든요."

"고용이 안정되면 좋겠어요"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시기, 수많은 사람이 일터를 잃었다. 방과후학교 강사 역시 직격탄을 맞은 직종 중 하나였다. 학교가 문을 닫고 원격 수업을 진행하면서 방과후학교도 운영하지 않았고,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졸지에 수입이 끊겼다. 특히 방과후학교 운영 관련 설문 조사를 하는데 방과후학교 강사가 학교 외부에서 수업하러 들어온다는 이유로 방과후학교를 '감염 위험이 높은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여러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말이 설문에 들어가는 등 터부시되기도 했다.

"앞으로는 고용이 안정되길 바라는 게 강사들의 공통적인 바람입니다. 보릿고개가 마침 채용 시기입니다. 다음 연도 수업을 위해서 서류 내고 면접을 보죠. 강사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때죠. 열심히 일하던 학교에서 갑자기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열 군데 넘게 서류 넣고 면접 보기도 하고요. 이런 게 좀 안정됐으면 좋겠어요. 다만 방과후학교라는 게 학생 수요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어요. 그걸 모르는 건 아닌데, 그래도 강사들의 입장을 조금은 더 존중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모든 교육공무직은 정해진 월급을 받습니다. 그렇지 않은 직종은 처음인데요. 개인사업자로서의 수익 구조가 궁금합니다. 선생님들의 수입은 어떻게 책정되며, 방과후학교 강사마다 편차가 심한지, 심하다면 어느 정도로 차이가 나는지도 궁금합니다.

"10배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어요. 부업 정도로 하시는 분과 전업으로 하시는 분을 비교하자면 그렇고요. 학부모가 수익자 부담으로 내는 돈이 수강료입니다. 이 수강료는 강사료, 교재·재료비(이하 재료비), 수용비 셋으로 이뤄져 있어요.

강사료는 강사 수입이에요. 재료비는 수업하는데 필요한 교재나 교구, 재료 등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이죠. 과목마다 다를 수 있어요. 자기가 직접 교재나 재료를 공급해서 재료비에서 수익을 내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학교에 있는 악기를 쓰고, 기껏해야 가끔 프린트물 1~2장 정도를 주니까 재료비가 없어요.
 
 방과후학교 강사의 수강료 구조. 학교와 개인이 직접 계약할 때의 구조다.
ⓒ 신재용
 

그리고 강사료의 5~7% 수준의 수용비가 있어요. 수용비는 방과후학교 운영에 쓰이는 비용이에요. 냉·난방비, 복사기 사용 등. 이 수용비를 외부인인 강사들이 공간을 빌려 쓰는 비용이라고 인식하더라고요. 우리는 빌려 쓰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당당히 쓸 권한을 가지고 쓰는 거라고 봐요.

'수용비를 강사료의 5~7%로 한다'라는 규정이 보통 <방과후학교 길라잡이>에 있는데요. 이 규정을 '강사료에서 5~7%를 뗀다'라고 잘못 해석하는 학교가 있어요. 내 수입의 5~7%가 더 줄어드는 셈이죠. 예전엔 이런 경우가 정말 많았다가 노조가 요구해서 많이 없어졌죠.

여기에 강사와 학교가 직접 계약하는 게 아니라 위탁된 업체와 계약하는 경우가 있어요. 직접 계약할 때와 약간 달라지는데 강사료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게 원칙이에요. 그런데 교묘하게 계약서를 써서 깎는다거나 인건비에 강사료뿐 아니라 방과후학교를 관리하는 코디나 매니저 비용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는 경우도 있어요."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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