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과학 협력' 포장하고…북·러, 무기 기술 거래 본격화하나
러시아와 전방위로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대표단의 러시아 방문을 대대적으로 부각했다. 정상적인 국가 간 과학기술 협력으로 포장하지만, 실제론 핵·미사일 고도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무기 기술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신문은 14일 북·러 정부 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과학기술분과위원회 제8차 회의에 참석하는 국가과학기술위 대표단의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단장에는 이충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주북한 러시아 대사관은 전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평양국제공항에서 대표단을 전송했다"며 주요 연구중심(연구센터) 대표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 외교관으로 구성된 북한 대표단의 방러 기간 주요 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대사관은 이번 북·러 과학기술분과위원회 회의를 통해 의정서가 채택될 예정이라며 "과학기술, 기초연구, 법규범 기초 실현 등 분야에서 앞으로의 쌍무 협조 발전에 관해 이룩된 합의들이 반영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 과학 및 교육연구소들과 기관들에 대한 참관"이 포함된 '방대한 일정'을 준비했다며 대표단이 모스크바국립종합대학, 기상수문 및 환경분석 중앙관리국,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등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측이 북·러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 분야를 기초연구 등으로 소개한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의식해 이를 문제 없는 국가 간 과학 협력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라 채택된 안보리 결의 제2270호(2016년 3월)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모든 형태의 기술협력을 금지했고, 북한 국적자에 핵·미사일 관련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어 같은 해 북한의 5차 핵실험(2016년 9월)으로 채택된 안보리 결의 제2321호는 첨단 재료과학과 첨단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산업공학 등으로 교육·훈련 금지 분야를 특정했다. 이는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기술 이전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북한이 이런 분야를 교묘히 피해 미진한 최신 무기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유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러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방위 협력을 가동해 정상적인 국가 간 협력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모습"이라며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무기·군사기술 등에서의 '부당 거래'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제재와 무관한 의료분야는 물론 국제학술회의 등을 통해 기술·정보를 공유 방식으로 협력을 이어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마체고라 대사가 북·러 양국이 이번 의정서에 담을 수 있는 행사로 오는 9월 평양에서 과학대회를 조직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편, 북한의 코로나19 봉쇄로 중단됐던 북·러 간 여객열차 운행도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올레그 코제먀코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 나선시 간 여객 철도 운행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러 간 여객열차 운행 재개가 북한 당국의 대규모 해외 노동자 파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열차는 항공편보다 은밀하고 신속하게 대규모 인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며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저렴한 노동력이 필요한 러시아와 안정적인 외화벌이 창구가 필요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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