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국산차 '포니' 원래 이름은 '아리랑'…울산서 탄생 50주년 전시회

김윤호 2024. 5. 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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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포니 테마 전시. 김윤호 기자

1974년 세상에 나온 1호 국산차 '포니'.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이 있는 울산에 공개 50돌을 기념해 '포니 테마 전시장'이 차려졌다. 울산박물관은 14일 "이달 3일부터 9월 22일까지 일정으로 박물관 기획전시실에 '첫 번째 국민차, 포니' 테마 전시장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시장은 개장 일주일만인 지난 9일까지 4000여명이 찾았을 만큼 인기다.


1979년식 포니1, 1983년식 포니2 픽업


50돌에 맞춘 테마전답게 전시 주제는 포니 하나다. 포니 탄생 배경과 역사적 의미,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사진·영상물 등으로 채워져 있다. 먼저 실물 차인 1979년식 포니 1대와 1983년식 포니2 픽업 1대가 눈길을 끈다. 포니 전시장 관계자는 "포니1은 현대차가 네덜란드에서 역수입해 2012년 울산박물관에 기증한 것이고, 포니2 픽업은 시민이 기증한 차"라고 말했다. 예전 포니 광고가 실린 신문과 포니 이름 짓기 공모전 내용이 담긴 잡지, 포니 설계부터 단종까지의 연대기를 묶어 만든 이미지 자료 등이 볼거리를 더했다.
울산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포니 테마 전시. 김윤호 기자
포니는 고유 독자 모델 1호 국산차라는 상징성이 있다. 포니를 생산하기 전까지 현대차는 유럽(영국) 포드의 코티나 2세대 모델을 들여와 생산했다. 해외 업체 부품을 수입해 자체 조립해 판매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당시 승용차 대부분은 영업용 차, 즉 택시로 팔려나가 쓰였는데, 코티나 택시에서 잦은 고장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포드의 해결책은 황당하게도 '비포장도로 운행 자제'였다.

코티나는 선진국 도로 사정에 맞춰서 설계했는데, 당시 한국 도로 포장률은 20% 정도여서 코티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사실상 자동차를 운행을 중단하라는 해결책을 내놓은 셈이다.


'아리랑'에서 '포니'로


울산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포니 테마 전시. 김윤호 기자
현대차는 독자적으로 고유 모델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이탈리아 디자인 용역 회사에 독자 모델 디자인을 맡겼다. 한국에선 생소한 '폭스바겐 골프'처럼 생긴 해치백 스타일 '꽁지 빠진 닭' 모양의 포니 디자인이 나왔다. 1975년 12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니 출시로 당시 한국은 8개 자동차 공업국(미국·프랑스·이탈리아·영국·독일·일본·스웨덴·체코)에 이어 9번째 자동차 고유모델 출시 국가가 됐다. 울산박물관 관계자는 "포니 생산 직후 우편으로 차 이름을 공모한 결과 '아리랑'이 많았다"라며 "차 이름을 아리랑으로 했지만,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노랫말이 있어서 곧바로 다시 의논한 끝에 '포니'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우리집차, 나의 첫차, 마이카 주역


울산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포니 테마 전시. 김윤호 기자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포니는 불티나게 팔렸다. 한국인 체격과 도로 사정에 잘 맞아서다. 1976년 판매 당시 국내에서 판매된 승용차는 2만4618대. 포니 판매 대수가 1만726대로 전체 판매 대수의 44%를 차지했을 정도다. 포니는 단종된 1985년까지 한국 '마이카' 시대를 여는 핵심 주역이었다. 수출 시장길도 포니가 사실상 개척했다. 포니는 중남미·중동·아프리카·아시아·유럽 등 60여 개국에 수출됐다. 울산박물관 측은 "포니는 한국 최초 독자 생산 자동차라는 기록뿐 아니라 '나의 첫차, '우리 집 차'라는 뿌듯함과 애정이 묻어있다"며 "이번 테마 전시를 통해 기록·추억·도전으로 꽉 찬 포니를 만나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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