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행정 약한 캐나다에도 밀린 대한축구협회 '조급함'… 데드라인 설정부터 돌아봐야

김정용 기자 2024. 5. 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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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마시 캐나다 감독. 캐나다 축구협회 X(구 트위터) 캡처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제시 마시는 한국이 아닌 캐나다 대표팀을 이끈다. 축구계에서 한국은 캐나다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전통과 저력이 강하지만, 마시 감독은 캐나다를 택했다.


캐나다 축구협회는 1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마시 감독 선임 소식을 발표했다. 마시 감독은 캐나다가 개최국으로 나서는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감독직을 수행한다.


캐나다는 축구협회의 자금과 행졍력 모두 대한축구협회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마시 감독 선임이 가능해지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금을 끌어왔다. 캐나다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 참가하는 3개 팀 몬트리올임팩트, 토론토FC, 밴투버화이트캡스, 여기에 축구협회가 진행한 모금에 참여한 개인들까지 돈을 보탰다. 캐나다가 전격적으로 움직인 반면, 축구협회는 마시 감독과 교감한 뒤에도 자금 마련과 협상 과정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캐나다의 가장 큰 차이는 조급함이었다. 캐나다는 오랫동안 대표팀을 지휘한 존 허드먼 감독이 물러나자, 지난해 9월부터 정식감독 없이 긴 물색 기간을 거쳤다. 이 시기 캐나다 축구협회가 혼란을 겪으며 차기 감독 선임이 불가피하게 늦어진 면도 있다. 하지만 조급하게 굴었다면 그런 와중에도 정식감독을 밀어부쳤을텐데 캐나다는 그러지 않았다.


캐나다 U20 대표팀 감독이었던 마우로 비엘로가 지난해 9월부터 대행을 맡아 약 8개월 동안 대행으로서 버텼다. 이 기간 동안 대회도 치렀다. 북중미 네이션스리그 8강을 대행이 지휘하다가 자메이카에 밀려 탈락했다. 올해 3월에는 코파 아메리카 본선 참가팀을 가리는 단판 플레이오프도 있었다. 원래 남미 대회지만 올해는 남미와 북중미 통합으로 열리는 큰 대회인데, 플레이오프에서 코스타리카에 패배하면 아예 참가권을 잃게 될 판이었다. 비엘로 대행이 다행이 이 경기는 통과하면서, 마시 감독은 부임 직후 코파라는 큰 대회를 지휘하게 됐다.


과거에도 캐나다는 대행이 오래 지휘봉을 잡는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2013년 초에는 자국 지도자 콜린 밀러 감독을 대행으로 선임했다가, 도중에 토니 폰세카 축구협회 기술이사가 지휘봉을 잡는 등 오락가락했다. 대행과 '임시대행'이 번갈아 경기를 지휘하며 약 7개월을 버틴 끝에 스페인 출신의 베니토 플로로 감독을 선임해 3년을 보냈다.


플로로 감독이 물러난 뒤에도 후임을 바로 찾지 못하자 대행 체제로 오랫동안 적임자 물색 과정을 거쳤다. 2016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반년을 대행으로 버텼다.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마이클 핀레이 감독대행이 이 시기를 담당했다. 결국 콜롬비아 출신 옥타비오 삼브라노 감독이 부임했지만, 1년을 못 채우고 물러난 뒤 자국 여자대표팀을 맡았던 존 허드먼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에야 북중미 골드컵 4강 및 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웃 미국은 대행으로 아예 1년을 넘기기도 했다. 2017년 10월 브루스 아레나 감독이 사임한 뒤 정식감독으로 선임할 후임자를 찾지 못하자 대표팀 코치로 두 차례 일한 데이브 사라찬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사라찬은 이듬해 11월까지 13개월이나 대행으로 일했다. 미국은 신중하게 선임한 그레그 버홀터 감독에게 오래 팀을 맡기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축구 선진국과 거리가 멀지만, 최소한 대표팀 감독 선임을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례는 제시한 셈이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서형권 기자
제시 마시 전 리즈유나이티드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협회는 '최대한 빠른 정상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일단 감독 경질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맞았다면, 대표팀 특성상 정상화는 최대한 빠를 필요가 없다.  대표팀은 주요 대회 본선을 제외하면 긴 준비기간을 갖는 패턴으로 운영되는 팀이기 때문이다. 또한 후임자를 급하게 찾으려 해도 마땅한 인물이 아예 없는 시기도 있다.


축구협회는 6월도 아닌 5월까지 선임을 마치겠다는 목표로 달려 왔다. 그러나 선임 가능한 무직 감독의 풀이 확 늘어나는 시기는 올해 여름이었다. 유럽 주요 리그가 2023-2024시즌을 마친 뒤 계약을 마친 감독들이 나오게 된다. 또한 유로 2024와 코파 아메리카가 끝나면 유럽, 남미, 북중미 대표팀에서도 감독들이 쏟아질 수 있다.


관계자들은 '축구협회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성향이 후임 감독 선임을 서두르게 만들었다. 대행 체제가 길어지면 그만큼 비판도 길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본다. 외국인 감독 선임은 원하는 시기에 마무리되기 힘든 일인데도 촉박한 데드라인을 밀어부치다 보니 '아직도 국내 감독 선임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여전히 떠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외국인 감독 선임을 위해 노력하고, 암암리에 거론됐던 국내 후보들이 연달아 고사한 상황에서도 이런 전망이 나오는 건 그만큼 축구협회가 설정한 기한과 조건에 맞춰 외국인을 선임하는 게 불가능해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캐나다 축구협회 X(구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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