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함께 한 반려견 도리에게 보내는 반성문

김보빈 2024. 5. 14. 09: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짐승은 쉽게 집에 들이는 것 아니'라고 하신 이유, 이제야 알겠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보빈 기자]

 처음 만난 날에 찍은 도리
ⓒ 김보빈
 
우리 집에서 가장 애교 많고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건 다름 아닌 반려견 '도리'이다. 도리는 3개월 뒤면 벌써 일곱 살이 된다. 7년 동안 같이 살면서 나는 도리에게 완벽한 주인이었을까? 도리는 우리 가족에게 선물 같은 존재이지만, 도리에게도 우리가 선물 같은 존재였을까? 

도리와 우리 가족이 함께한 약 7년의 이야기, 그리고 그동안의 나의 행동을 반성하는 시간을 여기에 남기려 한다. 

첫 만남 

2017년 10월 27일,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극도로 반대하던 할머니께서 유럽 여행을 가신 날 중 하루였다. 중학교 1학년인 나는 어린 마음에 언니, 오빠와 함께 강아지를 키우자고 졸랐다. 아빠 차를 타고 펫샵으로 가는 도중 아빠는 "강아지는 절대 못 데려온다", "그냥 보기만 하고 오는 거다"라고 했다. 때문에 우리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 아이로 바로 분양할게요." 

아빠가 지금의 도리를 보자마자 한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태어난 지 2개월 된 도리를 바로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고 티브이를 좋아하던 아빠는 자고 있던 도리가 깰까 소리도 줄이며 도리만 바라봤다. 우리 삼 남매는 매일같이 강아지를 빨리 보기 위해 학교가 끝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온 뒤 하루 종일 옆에 있었다. 

여기서 첫 번째로 반성하는 점이 있다. 어릴 때는 자세한 강아지 분양 방법을 모르고 무작정 펫샵으로만 달려갔다.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나는 펫샵에서 강아지를 분양받은 것을 후회한다. 

그러면서도 펫샵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도리를 만나지 못하니,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펫샵에서 도리를 데려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펫샵이 아닌 유기견을 분양하기를 권하고 싶다. 동물보호단체만 온라인에서 검색해 봐도 금방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매일 강아지 산책시키고 똥 치우고 밥도 줄게~" 

우리 삼 남매가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다른 가족들을 설득할 때 했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일들은 다 할머니가 하고 계신다. 짐승이 싫다고 질색하던 우리 할머니는 지금 도리랑 매일 같이 자고, 매일 동네 산책을 함께 한다. 

어쩌면 나에게 도리가 너무 당연해진 걸까? 학교에 다녀오면 힘들다고 놀아달라는 도리를 외면하고, 어쩌다 집에 있을 때는 쉬고 싶다고 안 놀아준다. 더구나 나는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다. 도리를 만지고 나면 재채기와 피부가 간지럽다. 가끔 일어나는 증상인데도 이것을 핑계로 도리를 놀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도리에 대한 관심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 것이다.

 
 가장 최근에 찍은 도리
ⓒ 김보빈
  
그러다 지난해 봄, 도리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집에 혼자 있던 나는 잠옷 차림에 울면서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도리가 검사를 받는 동안 지난날 도리에게 대했던 나의 행동이 후회돼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문제가 없었고, 시간이 지나자 도리는 헐떡이던 호흡도 되찾았다. 나와 함께 가족은 많이 울며 도리를 걱정했고, 이날 이후로 우리는 많이 바뀌었다.

동물병원과 집의 거리는 걸어서 왕복 40분이 넘는다. 거리가 멀다고 병원을 정기적으로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지금은 정기적으로 도리를 데리고 병원에 가고 있다.

최근인 지난 3월, 도리의 발등이 심하게 부어올랐다. 바로 병원으로 갔는데 이미 코끼리 피부처럼 변했기 때문에 이제 다시 털도 안 자라고 치료를 해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매일 약도 발라주고 번거로워도 도리가 그 부분을 핥지 않게 양말을 끼워줬다. 저번 주에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는 도리가 발이 다 나았다며 관리를 잘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작은 노력으로 도리가 이제 아프지 않다는 것이 행복했다.

지난날을 후회하며

할머니께서 짐승은 쉽게 집에 들이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책임감' 때문이다.

동물을 그저 귀엽다고 데려오는 것은 하면 안 된다. 강아지를 키우며 드는 비용과 시간은 사람 한 명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은 탓이다.

나는 SNS에서 많은 유기견과 아픈 동물들을 보며 속상해하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정작 내 소중한 가족 도리에게는 무관심했다. 이제는 힘들어도 집에 오면 도리를 놀아주고 쉬는 날엔 항상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도리와의 시간을 소중히 하려고 한다.

아픈 경험을 한 뒤에서야 비로소 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과거 도리에게 소홀했던 나를 반성하고 7년 동안 함께하면서 나는 나쁜 주인이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좋은 주인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도리에게도 한 마디 남기고 싶다. 

"도리야, 그동안 아픈데도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도리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몰랐던 나를 반성하고 있어. 앞으로는 최고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할게, 앞으로 도리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오래오래 함께하자 사랑해!"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