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엔 폭우, 남극엔 더위…일상이 된 ‘이례적’ 재난 [위기의 기후①]

장정욱 2024. 5.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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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사막 국가에 이례적 폭우
지난해 봄 남극 기온 큰 폭 상승
식료품 가격 급등 ‘기후 인플레’ 탄생
비관적 전망에도 남은 방법은 실천뿐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물에 떠내려가고 있다. ⓒAFP통신 홈페이지 캡처

# 사막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폭우가 쏟아졌다. 12시간 동안 내린 비는 100㎜가량이다. 이는 두바이에 내리는 1년 치 평균 비의 양과 맞먹는다. 도로는 침수됐고,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중 하나인 두바이 국제 공항도 활주로가 잠겨 운영을 한 때 중단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지난 3월 이후 폭우가 계속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228명이 숨졌고, 72명이 실종됐다. 나쿠루주(州) 올드 키자베 댐이 무너지면서 한꺼번에 58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수도 나이로비에는 최근 7일 동안 305mm의 비가 내려 도시 전체가 사실상 물에 잠겼다. 케냐 기상부는 이런 폭우가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2022년 봄 남극 온도는 계절 평균보다 40℃ 가깝게 올랐다. 남극 콩코르디아기지 과학자들이 그해 3월 18일 확인한 남극 기온은 계절 평균보다 38.5℃ 높았다. 전 세계 기상센터가 측정한 기록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기온 상승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남극 기후 변화는 지구 나머지 지역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재앙의 전조’가 된다.

세계 곳곳이 이상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사막에는 쏟아진 폭우에 경험하지 못한 홍수 피해가 발생하고, 수만 년 얼어붙은 땅에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어 만년설을 녹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후 이변’, ‘이상 기후’라 칭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현상은 전혀 일상처럼 반복하고 있다.

UAE와 케냐 등에서 보듯 기후 위기는 이미 코앞에 다가왔다. 일부 국가에는 아직 위기 상황에 그치지만 일부 국가에는 재앙적 상황을 현실로 마주했다. 극단적인 사람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늦어버렸다고 주장할 정도다.

대다수 사람은 지구가 기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위기’의 정도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르다.

‘금 사과’에서 확인한 기후 위기, 갈수록 악화

한국은 어느 수준일까? 전문가들은 명확한 수치로 설명하기 어려울 뿐,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당장 최근까지도 물가 상승 대표 사례가 되는 사과만 하더라도 기후 위기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아 사과 공급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인데, 작황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게 기후다.

폭염이 이어진 지난해 8월 2일 인천국제공항 제2합동청사 확장 등 8동 시설공사 근로자가 근로자 쉼터에서 물로 머리를 적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 ⓒ뉴시스

기후 위기를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건 기온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14.9℃로 기온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4월 평균 기온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37℃를 기록했다. 이 또한 사상 가장 높은 온도다.

불볕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2818명이 나왔다. 전년 대비 약 두 배(1.8배)다. 남부지방 평균 강수량은 712㎜로 역대 1위, 전국 평균 강수량은 660.2㎜로 역대 세 번째 많은 기록을 남겼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17.5℃로 2021년에 이어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2021년 해수면 온도는 17.7℃였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해양에서 방출된 열이 대기 현상에 영향을 주면서 극한호우 가능성도 커진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아시아 지역에 극심한 폭염과 폭우가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 확장하고, 강한 비를 내릴 위험이 커져 동아시아 전역에 극한호우가 내릴 확률이 높다.

더 미룰 수 없는 친환경 ‘닥치고 실천’해야

기후 위기 영향력은 날씨 등 기상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이상 기후 현상을 줄이기 위해 세계 선진국들이 ‘탈(脫)탄소’ 전략을 펼치면서 기업들도 친환경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 제도를 채택한 것이나, 우리 정부가 무탄소연합을 추진하는 것 역시 결국엔 국가 경제와 직결한다.

모순되게도 인류는 기후 위기의 주범이다. 동시에 피해자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인간 외 누구도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다.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즉 현 수준보다 0.4℃ 상승하면 인구 14%가 최소 5년에 한 번씩 심각한 더위에 노출된다.

WMO는 지난해 5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66%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WMO 주장을 근거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66%의 확률로 1.5℃ 이내로 억제하려면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대략 10년 남짓이다.

페테리 탈라스 전(前) WMO 사무총장은 “이상 기후는 인간이 유발하는 기후 변화와 결합해 지구의 온도를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며 “고온 현상은 건강, 식량 안보, 물관리,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 사과’ 탄생시킨 날씨, 수박·딸기·복숭아도 예외 없다 [위기의 기후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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