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예탁금 장사’ 압박에도...이용료율 재인하 움직임

백서원 2024. 5.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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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논란에도 KB·DB·SK·신한 조정
평균 1%대 그쳐...신용융자 고금리와 비교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데일리안DB

지난해 ‘예탁금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이자율을 높였던 증권사들이 다시 하나 둘씩 인하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예탁금 이자가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이용료율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업권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하향 조정하면서 이용료율 책정을 둘러싼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는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예탁 받은 금액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다. 증권사들은 고객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맡긴 뒤 증권금융으로부터 지급받는 수익금을 증권사에 배분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1일 평균 잔액 100만원 이상의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 1.06%에서 1.02%로 낮췄고 100만원 미만은 그대로 0.05%의 이용료율을 유지했다.

DB금융투자는 지난달 15일부터 기존 50만원 미만 2.0%, 50만원 이상 0.6%에서 100만원 이하 1.5%, 100만원 초과 0.55%로 이용료율을 하향 조정했다. SK증권도 기존 1.02%에서 0.98%로 내렸다. KB증권과 DB금융투자, SK증권은 올해 1월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한 뒤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낮췄다.

신한투자증권은 다음달 3일 예탁금 이용료율을 평균 잔액 50만원 미만의 경우 기존 0.85%에서 0.10%로, 50만원 이상의 경우 1.05%에서 1%로 변경한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022년에 1.05%로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한 뒤 이번에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그간 증권사들은 예탁금으로 챙긴 수익에 비해 고객에 지급하는 예탁금 이용료율이 과도하게 적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0곳이 지난 2019~2022년 예탁금으로 올린 수익은 2조4670억원이었는데 그 중 투자자에게 지급한 이자는 전체 이익의 약 24.18%에 그쳤다.

결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산정 모범 기준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운용 수익률과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격차를 공시하도록 증권사 의무를 강화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등을 시작으로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이 인상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이런 흐름은 본격화됐다. 지난 1월 DB금융투자·IBK투자·KB·SK·다올투자·신영·유진·한국투자·한화투자·현대차증권 등이 일제히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했다.

이를 통해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기존 0%대였던 이용료율이 연초부터 1.00% 혹은 1% 초반에서 적용돼왔다. 한양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이용료율을 2%대로 올려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4곳 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업계가 투자자들로부터 받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최대 9%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탁금 이용료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재인하하면서 다시 낮아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들은 인건비와 전산비 등 업무 원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최근 3개월 증권금융 예치 수익률이 인하됐고 향후 금리 인하 전망 등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업계에선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율 인하가 점차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타사의 이용료율 인하를 의식해 다른 곳들도 내부적으로 검토·논의에 들어가면서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인하에 나서기 시작하면 다른 증권사들도 조정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차는 있겠지만 기준금리 전망과 업계 상황을 고려해 비슷한 수준의 인하를 결정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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