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수익률 함께, 여성펀드]②'쉬코노미' 올라탄 KCGI더우먼펀드 수익률 '우수'

김대현 2024. 5.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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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 인터뷰
"'여성생산자' 더불어 '여성소비자' 주목"

"지금까지 '생산자로서의 여성'에만 집중했다면, 이젠 '소비자로서의 여성'이란 측면을 같이 보자는 전략이다. 양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펀드에 편입하면서 우수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KCGI더우먼펀드'는 2018년 국내 자산운용 업계에서 처음으로 나온 '성평등 중시 투자' 펀드다. 일반적인 펀드가 수익증권 형태인 데 반해 KCGI더우먼펀드는 투자자가 주주인 회사형 뮤추얼펀드 형태로 출시됐다.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 사진제공=KCGI자산운용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의 KCGI 본사에서 KCGI더우먼펀드의 책임운용역인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펀드 출시 배경과 함께 최근 높은 수익률을 함께 가져간 노하우 등을 물었다.

"투자 대상 확대로 수익률 상승"

KCGI더우먼펀드는 여성의 경영 참여 비율이 높은 회사를 투자 대상으로 삼으며 출발했다. 여성 관련 펀드 상품을 만드는 데 소극적인 다른 자산운용사들과 다른 행보였다. 이에 따라 펀드는 '남녀 근속연수' '연봉 차이' '여성임원 비율' 등 양적지표와 '기업문화' '회사의 노력' 등 질적평가를 고려해 우호적인 재무제표와 성장성을 겸비한 기업에 투자해 왔다.

명 팀장은 "국내 최초의 '성평등 펀드'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문기관인 서스틴인베스트와 자문계약을 맺었다"며 "우수한 여성인력이라면 성평등 고용과 모성보호 프로그램을 잘 갖춘 기업에 몰릴 것이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높은 기업가치로 이어질 것이란 전제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용역을 맡게 된 명 팀장은 전략을 업그레이드했다. 그는 "새로운 전략을 추가하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바로 펀드 '수익률'이다. 기존 대부분의 사회책임 펀드들이 시장의 꾸준한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는 결국 부진한 수익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아무리 중요하고 올바른 가치를 지향한다고 해도 결국 펀드, 투자회사의 최고 가치는 고객 수익률이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쉬코노미'의 영향이 커진 점에 주목했다. 쉬코노미는 여성을 뜻하는 대명사 'She'와 경제를 의미하는 'Economy'의 합성어로, 여성이 주체가 돼 소비 활동을 하는 경제를 뜻한다. 명 팀장은 "'여성의 소비력·소비결정력 향상이라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성장기업'을 전략적 꼭지로 추가했다"며 "자동차나 IT 기기 등 종래엔 남자들의 구매결정 비율이 높았다가 최근 여성들의 결정력이 높아진 업종들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통적으론 K-팝과 남성복 시장도 여성의 소비결정력이 높다. K-팝 아티스트들의 경우, 걸그룹보다는 보이그룹, 구체적으로는 여성 팬덤이 큰 아티스트들의 수익 창출 능력이 훨씬 크다"며 "최근에 미용 의료기기, 홈 뷰티 등 이전에 없었던 시장이 떠오르면서 수혜를 볼 종목도 펀드에 편입했다. 기존의 중국 등 동남아 위주에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대상으로 수출을 확대 중인 화장품 업종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 편입 회사들도 긍정적…대표 소비재펀드로 자리매김할 것"

성과는 빠르게 확인됐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기준지표 코스피를 6개월 기준 6.9%, 9개월 기준으로 11.8% 초과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펀드 평가회사인 KG제로인 기준으로 각각 상위 5% 이내에 드는 성과다. 현재 순자산은 약 230억원 규모다. 가장 최근 제안서엔 선진국시장에서 화장품 수출 성장세가 놀라운 아이패밀리에스씨, 피부미용과 홈케어에 특화된 클래시스 등이 추가됐다.

성평등 펀드라는 장기적 가치도 꾸준히 실현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의 운용보수 일부는 매년 여성·한 부모, 출산율 제고 지원 단체들에 기부되기 위해 적립되고 있다. 명 팀장은 "KCGI자산운용은 기존의 수동적인 투자에 머무르지 않고, 주주의 권리와 제안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더우먼펀드도 마찬가지다. 피투자기업들과의 지속적인 미팅을 통해 성평등과 모성 보호프로그램에 대한 여러 모범사례 등을 소개하거나 제안한다. 지속적인 개선 요청까지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받은 회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는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을 요구할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이라며 "지난달 더우먼펀드가 최초의 주주총회와 주주행사를 가졌는데, 투자 회사 중 모범사례인 회사들의 담당자가 직접 찾아와 각 사의 성평등 고용 현황과 모성보호 프로그램을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KCGI자산운용 펀드 직접판매 분석 결과, 보다 나은 미래를 살아가라는 취지로 자녀 명의로 가입한 펀드를 선물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명 팀장은 "KCGI더우먼펀드에 편입된 기업이라고 하면 '젠더평등과 모성보호 프로그램이 우수한 회사'로 인식될 정도의 인지도를 갖는 게 개인적 소망"이라며 "향후 한국의 '대표 소비재펀드'로도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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