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엔씨…박병무 대표가 구원투수가 될까

유채리 2024. 5.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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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 2007년부터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인연
가장 먼저 구조조정 착수…5023명→4000명대 감원
내부에서도 “다양한 방법론 고민 없는 점 아쉬워”
지난 3월20일 박병무 당시 공동대표 내정자가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엔씨)에 권고사직 ‘칼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박병무 공동대표가 연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은 물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전면에 나섰다. 공동대표 체제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 미디어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요한 메시지는 하나다. 내실을 다져 ‘신성장 동력’을 새롭게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인력감축과 조직개편, M&A다. 피바람이 불 수밖에 없는 험난한 여정인데, 이 과정에서 ‘택진이형’ 김택진 공동대표는 자취를 감췄다.

엔씨는 박 대표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말할 정도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장중 한때 100만원을 넘기기도 했던 주가는 16만원에서 18만원선에서 제자리 걸음 중이다. 지난달에는 16만49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10일 실적 컨퍼런스 콜 이후인 13일 20만원 초반에 머물러있다.

이 때문에 엔씨 출범 이후 첫 공동대표 체제에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그는 2007년 사외이사에 선임된 이후로 기타비상무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2015년 본격화된 넥슨과 엔씨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박 대표가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핵심 역할을 했던 걸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가장 먼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023명인 전체 직원수를 4000명대 중반까지 줄일 계획이다. 유연성 높은 조직으로 개편, 기업에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될 기업과 M&A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문제는 현재 상황에 직면하게 된 근본 원인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씨 내부 관계자는 “인력이 많아 고정비용이 크다는 점 등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원인 분석이 돼야 제대로 된 해결책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이야기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임기 초반이다. 그런데 다양한 방법론을 고민하지 않고 가장 쉬운 방법부터 선택한 거 같다”며 “조직 구성원을 챙겨가며 비용을 줄여나가는 게 전문가고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데 이런 모습부터 보이니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엔씨소프트 판교 R&D 사옥 전경. 엔씨소프트

게임사의 본질인 ‘게임’에 관해서는 놓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대표가 컨퍼런스 콜에서 “유저 친화적인 게임을 내는 게 우선”이라며 “배틀크러쉬와 BSS 등 앞으로 나올 게임들은 배틀패스나 치장용 아이템 판매 등 BM으로 낼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BM이나 장르 다양성은 문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게임 이용자는 “근본적으로 플레이어 간 과도한 경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부분에 관해 방향성이라도 먼저 밝히는 게 우선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리포트에서 “실질적 변화를 창출하기 위해 콘솔과 블록체인 전략, 개발 등 핵심 실무에서 역량 강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직원들과 소통은 멈춰있다. 9일 ‘NC 변화 방향 리더 설명회’라는 명칭으로 온오프라인 직원 간담회를 열었지만 현장에는 실장급 이상만 모였다. 질문 역시 이들에게만 받았고, 설명회처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엔씨 내부 관계자는 “I&M REPORT는 2년 전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I&M 리포트는 전 직원이 참여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지난 2014년 5월부터 시작한 분기 행사였다.

한편, 엔씨에서 시작한 기업 조직 개편이 게임업계 전반에 불안감을 형성하고 있다. 판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개발자는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큰 규모 프로젝트는 유지하는 편인데, 작년부터 근래까지는 규모 불문하고 프로젝트를 없애는 경우가 많아 가늠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개발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높은 편이다. 이직이나 전배를 가더라도 계열사나 작은 회사는 기피하는 추세인데 앞으로 더 심해질 거 같다”고 내다봤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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