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산 것도 아닌데 매달 따박따박 입금… 은퇴 후 대비는 좋지만

이광수 2024. 5. 1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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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배당 ETF로 ‘파이어족’ 꿈꾸는 투자자들
게티이미지뱅크


경제적 자립을 이뤄 직장에서 조기 은퇴하는 ‘파이어족’을 꿈꾸는 투자자들이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를 사 모으고 있다. 건물 한 채 살 돈은 안 되도 매달 일정한 수준의 현금 흐름은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 판단해서다. 개인 투자자들이 즐겨 찾는 한 재테크 채널에선 연 배당금 4000만원을 만들었다는 영상이 13일 기준 조회수 125만회를 넘어섰다. 월배당 ETF는 ETF에 포함된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을 투자자들에게 매달 분배금 형태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파이어족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더 중요해진 노후 현금흐름 확보를 위해 배당형 ETF를 찾는 이들도 많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개인, 올해만 2조 투자… 순자산 7조 이상

과거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은 주로 국내외 성장주를 투자처로 삼았다. 코로나19로 각국 중앙은행이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면서 국내 바이오주나 미국 자동차 업체 테슬라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됐다는 이들이 각종 미디어에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만 32.18% 하락했고, 주가 급등으로 식당 사장님을 은퇴시켜준 종목으로 유명했던 코스닥 바이오 셀리버리는 현재 상장폐지 위기다.


대신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향한 곳은 배당형 ETF다. 이날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월배당 ETF는 36개였지만 이날 기준 58개로 60% 넘게 늘었다. 삼성자산운용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개인이 순매수한 월배당 ETF 규모만 2조525억원이다. 순 자산 총액은 7조원이 넘었다.


개인 투자자가 월배당 ETF 중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다우존스가 미국 우량주를 선별해 만든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배당다우존스’다. 미래에셋운용과 신한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연관 상품이 나와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바이오 기업 암젠, 석유업체 셰브론,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 등이 담겼다.

미래에셋운용의 ‘TIGER미국배당다우존스’ 기준 매달 받는 분배금과 편입 종목 주가 상승을 포함한 올해 수익률은 9.86%다. 코스피(2.17%)나 다우존스(4.77%) 등 시장 수익률을 웃돈다. 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 시가 배당률(3.64%)을 보면 해당 상품에 6억원 투자시 매달 182만원 수준을 분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일반 배당형 ETF보다 더 높은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커버드콜(Covered Call) ETF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래 발생할 수 있는 수익 일부를 미리 포기하고 현재의 배당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어서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률을 기대할 수 있다. 기초자산이 하락해도 콜옵션 매도로 받은 수수료 수익으로 손실이 일정 부분 방어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임은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시장 하락기에 커버드콜 ETF의 상대적 우위가 부각돼 2022년 이후 글로벌 ETF 시장에서 관련 상품 출시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18개 상품이 상장돼 있다. 상품에 ‘커버드콜’ ‘프리미엄’ 등 이름이 붙어있어 일반 월배당 ETF와 구분이 가능하다.

“복리 효과 없어”… 상품 구조 이해필수

그렇다면 앞으로 개인들의 재테크 고민은 사라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상품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조언이다. 장기로 투자했을 때 일반 주식이나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어서다. 월배당 ETF의 경우 매달 분배금을 지급하는 대신 복리효과를 누릴 수 없다.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재투자하는 방식의 ETF와 비교했을 때 장기 투자 시 최종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배금을 매달 받더라도 기초자산 하락으로 원금 손실에 접어들 수도 있다. 부동산 투자에 빗대자면 오피스텔에 투자해 월세를 받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악화 등으로 오피스텔 가격이 하락하고, 임차인을 위해 집수리 등을 해주는 비용이 발생한다면 결과적으로 손해 보는 투자가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무작정 배당률이 높은 상품을 선택해선 안 되고 기초자산 가격이 잘 방어되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커버드콜 ETF도 마찬가지다. 커버드콜 ETF도 장기로 투자하게 되면 일반 주식 ETF를 장기 투자하는 경우보다 낮을 수가 있다. 커버드콜 ETF의 장점인 높은 배당률과 하락장 방어력은 미래 주가 상승에 따른 일부 차익을 포기하는 대가다. 강세장이 펼쳐진다면 상승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해 상대적인 박탈감에 노출될 수 있다. 이경준 미래에셋운용 ETF전략본부장은 “커버드콜 ETF를 투자할 때에는 옵션 비중이나 적정분배율, 기초자산 등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며 “최근에는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옵션매도 비중을 적절하게 줄이는 상품이 유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수익에 부과되는 세금도 따져봐야 한다. ETF에서 발생한 수익은 분배금과 매매차익 두 가지다. 국내 주식형 ETF는 분배금에 대해서만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월배당 ETF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주식형의 경우 분배금에 대한 배당소득세는 물론이고 매매차익에 대해서도 소득세가 부과된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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