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혈관의 재생! 해답은 줄기세포와 수면

2024. 5. 1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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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박사의 젊은 노인 의학 <6>


혈관은 인간 발생의 시작이자 인간 발달의 과정 그 자체다. 인간은 혈관이라는 신진대사의 통로로 생명 과정의 필수인 산소와 영양소, 호르몬을 조달받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배출한다. 혈관에서 동맥과 정맥이 차지하는 비중은 5%이다. 나머지 95%는 모세혈관이다.

모세혈관은 ‘미세하고 가느다란 실뭉치’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60조개 이상 세포가 이 가느다란 실 주변 0.15㎜ 내에 모여 있다. 최소 단위인 세포와 그 세포가 모인 조직, 기관과 신체에 이르기까지 그사이를 모세혈관이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이 복잡하고 수많은 혈관 다발이 생명의 원천, 항상성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모세혈관도 퇴행과 사멸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적혈구보다 조금 더 두꺼운 정도의 모세혈관은 산소와 영양소를 배달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나르는 과정에서 혈관이 막힐 수 있다. 신생 혈관을 생성시키는 호르몬이나 사이토카인 같은 물질들도 노화와 함께 감소한다. 이런 결과가 쌓이면 모세혈관은 유령 혈관이 된다. 모세혈관의 퇴행은 식습관이 형성된 10대부터 시작되는데 40대 이후부터는 노화 과정과 겹치고 60대에 이르면 모세혈관 절반 정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그 결과 피부는 쭈글쭈글해지고 고혈압이나 당뇨는 물론, 전체 혈류의 15%를 가져다 쓰는 뇌의 경우 뇌경색과 함께 세포의 괴사로 인한 치매나 기억력 감퇴로 이어진다. 내부 장기 또한 모세혈관이 지나가기에 유령 혈관으로의 퇴행은 신진대사 활성화를 떨어뜨려 노화 징후로 보이는 여러 현상을 발생시킨다.

버려진 집과 같은 세포와 조직의 경우 백혈구와 거대세포가 파견돼 이물질화 된 세포를 제거함으로써 괴사를 막아낸다. 하지만 조절이 안 될 정도로 그 양이 많아지면 염증이 심해져 괴사를 가져온다. 이때 괴사한 세포나 조직은 독성 물질을 뿜어 주변 조직에 악영향을 미친다. 독성의 양이 적을 때는 염증이나 사멸 조직 정도로 존재하겠지만 그 양이 커지면 위치에 따라 생명에 위협이 된다.

특히 남자의 경우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이 골반뼈와 고관절을 이루고 있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이다. 대퇴골두의 경우 어렸을 때는 두 개의 혈관으로부터 영양 산소를 공급받아 건강을 유지한다. 30대 이후 비구로부터 나오는 혈관이 서서히 막히면 대퇴골두는 한쪽 방향에서만 혈액 공급을 받게 돼 재생과 사멸을 원활히 이루지 못해 손상될 수 있다. 이때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천식이나 피부병 등으로 스테로이드 약을 많이 쓰는 경우엔 모세혈관뿐 아니라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막혀 뼈 조직이 괴사하는 무혈성 괴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무혈성 괴사가 되면 뼈의 세포와 조직이 죽어 작은 충격에도 고관절이 골절되거나 무너져 내리기 쉽다.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은 비유하자면 고속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 마을과 같다. 심근세포와 뇌세포는 비교적 동맥의 말단 쪽에 있다. 그렇기에 모세혈관의 상태가 약해지면 언제든지 막힐 수 있다.

모세혈관 건강을 스스로 검사하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심장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손톱이나 발톱 끝을 점검하는 방법이다. 5초 정도 눌러 혈액 공급을 막았다가 뗐을 때 2초 안에 분홍색으로 돌아오면 모세혈관의 공급이 원활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연된다면 혈관 건강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모세혈관 건강! 해답은 어디 있을까. 한 가지만 강조하자면 ‘PDGF’ ‘VEGF’ 같은 성장 인자이다. 이 성장인자는 골수에서 유래하는 줄기세포 안에 많이 함유돼 있는데 온 몸을 돌아다니다가 손상된 부위로 유도돼 신생혈관을 생성시킨다. 이 성장 인자를 활성화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 바로 수면이다. 식물인간이 됐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깨어나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데 이 또한 줄기세포가 막혔던 혈관과 조직을 재생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다양한 중독과 스트레스, 일로 인해 가장 중요한 재생 시간인 ‘잠’을 놓쳤다. 어린아이처럼 잠들 수 있다면 젊은 노인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창우 선한목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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