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흔들리는 한·미동맹, 한반도 밖에 답 있다

2024. 5. 1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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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이 위태로워 보인다.

더 이상 미국이 지역 안보에 나서지 말고, 동맹국이 재래식 억제를 전담하면 미국은 핵 억제로 보조하기를 요구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6배 올리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한국이 동맹인 미국의 안보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 고민할 때다.

중국과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국으로 안보 면에서 언제든 견제할 수 있다는 결기야말로 북한의 위협 앞에서 한·미동맹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강화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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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미동맹이 위태로워 보인다. 작년까지는 동맹 70주년을 축하하고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핵 안보 동맹으로 승격했다고 감격했던 차였다. 시발점은 미 대선 유력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이다. 트럼프 캠프의 안보 브레인인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이 북한 문제에 인질로 잡혀선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과도 싸우기 벅찬데 북한과 싸움에 소모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발언은 미국의 냉혹한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미국은 전력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다. 인력도 감축돼 육군 신병 6만명 모집에 1만5000명이 부족했고, 해·공군도 마찬가지다. 중국 해군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는 전투함 350척의 해군 건설을 주장했지만, 쪼그라든 미 조선산업은 구축함과 잠수함을 연간 1~2척 건조하기도 버겁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자 공화당 집권계획서인 ‘리더십지침: 보수의 약속’에서는 미국의 안보태세 전환을 요구한다. 더 이상 미국이 지역 안보에 나서지 말고, 동맹국이 재래식 억제를 전담하면 미국은 핵 억제로 보조하기를 요구한다. 중국이 주적인 상황에서 그 밖의 상황에서 전력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 국가로 한국을 콕 집어서 얘기하고 있다. 콜비의 발언은 바로 이 ‘리더십지침’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 올인하는 안보전략의 변화는 트럼프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바이든정부의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이 안보파트너로 진화했다고 추켜세운 것도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일본이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반영한다. 대중 압박의 선봉에 주일미군이 서고 자위대까지 힘을 보탠다면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런 시각에서 미국으로서는 북한만 바라보고 있는 주한미군 2만8500명이 아까울 터이다.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까지 겹치면 미국은 더욱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미 양국은 이미 시기가 아니라 조건에 바탕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그 조건은 한국군의 ①연합방위능력과 ②북핵대응능력, 그리고 ③안보환경 조성의 세 가지다. 이미 문재인정부 시절 전환조건 중 두 가지는 상당 부분 만족했다는 검증결과가 나왔다. 트럼프는 모든 조건이 완성됐다고 평가하면서 주한미군 감축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

원래 동맹이란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호혜적인 것이다. 물론 일방적인 약자를 지켜주는 비대칭 동맹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세계 10~15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춘 한국이 미국에 기대기만 해서는 되겠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6배 올리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한국이 동맹인 미국의 안보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 고민할 때다. 우선 현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기조를 실현시킬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질서와 가치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런 한국의 태도에 분노를 터뜨리는 미국 안보관계자들이 많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럴 때 한·미가 하나 된 군사력으로 결속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는 여전히 높다. 한국이 마음을 먹으면 중국 해군을 서해에 가둘 수 있어 중국을 견제하는 최전선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우리가 스스로를 북한 문제에만 한정시킨 것이 문제다. 중국과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국으로 안보 면에서 언제든 견제할 수 있다는 결기야말로 북한의 위협 앞에서 한·미동맹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강화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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