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때

2024. 5. 1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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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바뀌면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일이 잦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해 말 미국 경제 연착륙을 자신하며 통화정책 완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이 정책 재검토 발언에서 보듯 많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

경제여건이 불확실할수록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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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새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바뀌면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일이 잦다. 그만큼 경제 상황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이야기다.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 질서가 변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는 확대됐다.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에 대응한 고금리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할 중앙은행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해 말 미국 경제 연착륙을 자신하며 통화정책 완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물가가 잡히지 않자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가 다시 인플레이션에 낙관적 시각을 표출했다. 물가와 성장률, 고용지표 통계에 금리 전망이 인상과 인하를 오가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도 최근 1분기 깜짝성장,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 연기, 유가와 환율 변동성 증대 등 3가지 요인의 변화를 근거로 통화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한 달 전 통화정책 결정 시의 물가와 성장, 대외여건이 방향을 재검토해야 할 만큼 달라질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대한 자료와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중앙은행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 원인이지만 고금리정책 장기화에 따른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미국은 소비자물가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더 높고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5%대 중반이다. 수요 압력이 매우 높으니 고금리를 유지해 수요를 긴축시켜야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고금리로 노동시장이 위축되면 수요 압력이 낮아질 것이니 그때 금리를 낮추면 된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 시장 기대 등에 대한 부담으로 내심 가능한 한 빨리 금리인하를 하고자 하는 조급함이 시장에 혼선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상황은 더 복잡하다.

한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이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2% 초반이다. 미국과 달리 수요가 아닌 공급요인이 물가상승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수요를 위축시키는 고금리가 물가하락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경제성장만 제약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고금리로 가계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여건만 보고 정책을 한다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금리인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이 정책 재검토 발언에서 보듯 많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 1분기 깜짝성장은 통계를 작성하는 한은도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한국 경제는 미국과 달리 대외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미국 금리정책은 갈팡질팡하고 있고 유가나 환율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섣부른 예단보다는 데이터에 의존하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환율상승을 부추겨 물가 압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여건이 불확실할수록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물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어디로 뛸지 모를 때는 동시에 둘 다 노리기보다는 먼저 잡아야 하는 토끼부터 확실하게 잡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줄고 경제주체들도 중앙은행을 신뢰하고 경제행위를 해나갈 것이다. 고금리 부담으로 금리를 인하했다가 물가가 올라가자 다시 금리를 올려야 했던 40여 년 전 ‘볼커의 실수’는 지금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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