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비자 안전 위협하는 중국발 직구 제품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으로 ‘개인통관 고유부호’의 누적 발급 건수가 2400만 건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소비자 거의 대다수가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경험한 셈이다.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 직구 금액(약 6조7600억원)의 절반가량을 중국이 차지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미국 직구는 감소했지만, 중국 직구는 121.1%나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주로 직구 업체는 알리익스프레스(28.5%), 아마존(27.6%), 아이허브(20.4%) 순이었다. 이들 상위 3개 사이트의 이용 쏠림 현상도 심했는데,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3개 사이트를 통한 직구 비중이 2020년 59.0%에서 2023년 76.5%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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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10%가 해외직구 피해
통관 허술해 위해제품 유입돼
통합 안전관리 체계 구축돼야
」
문제는 직구 이용자의 10.2%가 계약불이행, 품질 불만족 같은 피해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알리익스프레스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았고, 아마존·11번가·네이버쇼핑이 뒤를 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피해 해결률도 가장 낮았다.
최근에는 중국 거점 해외 직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품에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돼 충격을 줬다. 관세청과 국가기술표준원이 실시하는 통관단계 안전성 검사에서는 매년 몇만~몇십만 건의 문제 제품이 적발돼 통관이 막힌다. 지난해 3월 검사에서는 안전기준을 위반한 학용품과 완구류 24만 개가 적발됐다. 이들 중 유해화학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만 2000개였다.
해외 직구로 개인통관하는 제품은 ‘목록통관제도’를 통하기 때문에 수입신고가 생략된다. 목록통관은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들여오는 일정가격 이하의 제품은 송수하인 이름, 물품명 등만 기재한 송장만으로 통관시켜주는 제도를 말한다. 안전 확인이 필요한 의약품·화장품·마약류 등은 ‘목록통관 배제품목’으로 지정돼 일반수입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기준에 적합해야 출시가 가능한 어린이용품·전기용품·생활용품은 목록통관 배제품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다.
문제가 제기되자 최근 정부가 ‘해외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국내법의 차별 없는 엄정 집행’ 전략을 내놨다. 그러나 국내 사업자도 잘 지키지 않는 국내법을 해외플랫폼에 집행하기는 쉽지 않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는 반드시 어린이용품에 안전인증(KC) 표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적발된 경우에도 행정 조치가 늦어지거나 과태료가 적어서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법 집행의 실효성부터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어린이용품을 목록통관 배제품목에 포함해 수입신고를 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안전관리가 될 수 있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에 사전안전관리 대상 전기용품과 생활용품도 목록통관 배제품목에 포함해야 한다. 이번에 부처 공동 대책으로 제시된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4대 주요 항목에는 식의약품, 가품(짝퉁), 청소년 유해 매체물 및 개인정보 침해가 포함됐다. 하지만 어린이용품이 빠져 있다. 어린이 안전은 빈도나 규모를 따질 필요 없이 우선순위로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는 해외 직구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부처의 웹사이트를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소비자원(국제거래 소비자 포털)·관세청(해외직구 여기로)·식품의약품안전처(해외직구 안전정보)는 자기 부처 관련 정보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올해 원스톱 대민 서비스 포털과 앱을 개발한다니 소비자를 위한 ‘원 게이트 정보 서비스’를 기대한다.
정부가 해외 직구 종합대책 TF를 만들었지만, 소비자가 얼마나 신뢰할지 의문이다. 15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사건 때 만든 재발 방지용 범부처 대책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당시 부처별로 제각각인 제품 분류는 산업체의 혼란과 안전사각지대 발생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감사원은 ‘제품분류 표준화’를 권고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13개가 넘는 관련 부처로 확대하기까지는 요원하다.
해외 직구 제품 안전관리를 위해서도 제품분류 표준화가 시급하다. 여러 부처로 분산된 제품안전관리 정보를 디지털 통합망을 통해 각 부처와 산업체가 공유해야 한다. 국민 안전과 디지털 정부를 내세우는 행정안전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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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숙 소비자안전표준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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