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때문에”…테너 김우경 16년 만의 독창회
‘환생한 프리츠 분덜리히’. 테너 김우경(47·사진)이 20대에 들었던 찬사다. 분덜리히(1930~66)는 자연스럽고 기품있는 미성으로 전설이 된 테너다. 김우경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독일 콩쿠르에 참가한 후 이런 평을 들었다.
김우경의 노래는 꾸밈없고 자연스럽다. 특별히 거대하고 엄숙한 소리는 아니지만 미성으로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 1위, 비냐스 국제 콩쿠르 1위 등의 경력을 쌓았다.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때는 30세였던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최초로 한국 소프라노와 테너가 한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김우경은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역으로 노래했다. 이듬해에는 영국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라 보엠’의 주역으로 홍혜경과 한 무대에서 노래하며 화제가 됐다.
그런 그가 16년 만의 독창회를 연다. 왜 16년이 걸렸을까. “정말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시간을 낼 수가 없었어요. 완벽주의 성향이 있기도 하고요.”
지난달 중앙일보와 만난 김우경은 “더 늦기 전에 독창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보이고 싶은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슈만이 작곡한 ‘시인의 사랑’ 16곡 전곡. 사랑의 기쁨과 비극을 그린 노래들로, 무엇보다 프리츠 분덜리히의 녹음이 지금까지도 압도적 명반으로 꼽히고 있다.
“사물·자연·사랑을 대하는 마음이 그동안 완전히 달라졌어요. 어떤 것에는 더 무덤덤해지고, 때로는 더 가슴이 아파지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시인의 사랑’에서 사랑이 싹트는 첫번째 노래를 부르면 찌릿찌릿한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좀 더 뜨겁고 차분한 감정이 들어요. 표현력, 속도, 소리의 크기까지 모두 달라지죠.”
김우경은 여기에 이탈리아 작곡가 프란체스코 파올로 토스티, 프랑스 작곡가 레날도 안의 노래를 더해 부른다. 마지막은 한국의 노래다. 섬집아기, 과수원길, 반달, 오빠생각 등 친숙한 노래들을 엮어서 하나의 환상곡처럼 새로 편곡했다. 작곡가 최영민에 의뢰한 곡이다.
“인생의 많은 기간을 외국에서 보냈지만, 노래의 가사를 공부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한국 노래를 부르면 마음을 샤워한 것처럼 좋아요.” 그는 청중에게도 그런 감정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성악의 기술이 아니라 진심의 힘을 빌려서 정서를 전할 수 있는 노래가 한국 노래죠.”
김우경의 독창회는 17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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