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석굴암 위험하다…"산사태 2년 간 방치됐다"

녹색연합, 토함산 산사태 보고서 내놔
석굴암 인근 포함 24곳서 산사태 발생

국보인 석굴암이 산사태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환경단체 분석이 나왔다. 불국산이 위치한 경주국립공원 토함산은 최근 곳곳에서 산사태가 보고됐다.

녹색연합은 13일 '토함산 산사태 위험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 상륙 전후로 토함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를 분석했다. 해당 지역 해발고도 400~700m 지대를 중심으로 현재 약 24곳에서 산사태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정상 동쪽 사면이 대표적인 산사태 발생 현장"이라며 "가장 큰 규모로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주변 2000평의 토석이 쓸려나갔다"고 지적했다.

석굴암 위쪽에 발생한 산사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석굴암이 위치한 부근 위쪽 2곳도 산사태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단체는 전했다. 특히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계곡과 경사면으로 토석이 계속 흘러내리고 있으며, 만일 이곳에 비가 쏟아지거나 지진이 발생해 지반이 흔들리면 석굴암에도 큰 피해가 갈 수 있다. 단체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석굴암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녹색연합은 "석굴암 입구 주차장 쪽에도 2곳에 산사태가 발생했다"라며 "이런 산사태는 힌남노가 닥쳤을 때 발생했고, 2년 동안 방치돼있다"고 지적했다.

토함산 등산로 부근에도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토함산의 산사태가 영향을 미치는 국보는 석굴암뿐만이 아니다. 토함산 정상 능선을 기준으로 서쪽에 있는 불국사 부근에도 10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아직 경내에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녹색연합은 전했다.

단체는 "산사태는 오직 물리적 원리에 따라 아래로 쏟아질 뿐, 세계문화유산이나 국보라고 피해 가지는 않는다"며 "장마철을 앞둔 만큼 문화유산 보호와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신속히 산사태 방지책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방지대책으로 ▲토함산 안전 대진단 ▲산사태 취약 지구 지정 ▲국립공원 산사태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경주시는 지난 3월 석굴암 북서쪽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사실을 파악, 문화재청으로부터 긴급보수비를 받아 대응 마련에 나섰다. 낙석을 방지하는 린네트를 연내에 설치하는 작업이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