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금강의 물수제비 명소, 바로 여깁니다

박은영 2024. 5. 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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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13일-14일차] 흰목물떼새와 함께하는 아이들의 강... 우리의 자산이다

[박은영 기자]

▲ 물수제비 뜨는 아이들 강변에서 물수제비 대결에 신나하는 모습
ⓒ 김병기
 
"나는 물수제비 10번도 더 할 수 있어."

아무래도 세종보 농성장이 금강의 물수제비 명소로 떠오를 것 같다. 금강변에 자갈처럼 쏟아진 아이들이 서로 물수제비를 뜨겠다고 앞 다투어 나섰다. 지난 12일, 대전 빈들교회 공동체의 '흰목물떼새와 함께 드리는 예배'에 함께 한 아이들이다.

우르르 강변에 몰려든 아이들은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둥글납짝한 자갈을 알아서 골랐다. 흐르는 금강과 함께 구르면서 매끄럽게 마모된 돌은 흐르는 강을 상징하는 자연의 유산이다. 어떤 아이들은 활동가가 알려준 알락도요, 깝짝도요, 삑삑도요, 흑꼬리도요 등의 새이름을 되뇌이기도 했다. 천막보다 낮은 곳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한 폭의 평화로운 그림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정부가 쳐 놓은 선을 넘은 천막의 자리이다. 어찌보면 '불법'의 자리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 기꺼이 찾아온 어르신과 청년들, 아이들. 고마운 발걸음에 대한 보답은 콘크리트로 허리가 잘린 강이 아니라 지금처럼 힘차게 흐르면서 여울과 풀과 모래, 자갈이 어우러진 강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함께 예배에 참여하면서 든 생각이다.

홍수 피해 복구는 내년?... 떠내려간 세금은 누구 책임?
 
▲ 금강스포츠공원 복구 안내 현수막 복구가 올해 말 시작해 내년에나 완료된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농성장이 있는 금강스포츠공원은 작년 여름 강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공원입구에는 "금강 1단계 스포츠 공원 집중호우 피해 복구 진행 중", "체육시설 이용 및 하천 출입금지"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시민들이 게이트볼이나 야구장, 스케이드보드나 자전거를 타러 오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복구 계획이 가관이다. 

2023년 11월에 설계에 착수하고, 2024년 12월에 공사 준공해서, 2025년 1월에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고 야구장 경계의 그물에는 빗물에 쓸려온 이물질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작년 여름 강우 피해가 복구되는데 1년 반이 걸리는 셈이다. 만약 올해 또 폭우가 내린다면 복구계획은 더 미뤄질지도 모르겠다. 제 때 복구를 한다고 해도 많은 비가 오면 매번 침수돼서 막대한 세금을 들여 복구공사를 해야한다. 끝없는 반복이다.  
 
▲ 집중호우에 떠내려간 돛배들 백제문화제 당시 갑작스런 집중호우에 떠내려가고 부서진 돛배들
ⓒ 대전충남녹색연합
 
여기뿐만이 아니다. 2023년 9월 공주 대백제전 당시 금강에 웅진천도 475년을 기념하기 위한 475척의 돛배를 설치하고, 추가로 160개의 유등을 설치했었다. 하지만 축제를 시작하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비로 50여 채 남짓을 제외하고 모든 유등과 돛배가 떠내려갔다. 이후 모니터링을 해보니 파손된 유등과 돛배의 잔해들이 교각에 걸려있고, 강변에 나뒹굴고 있었다.

당시 발견된 것은 지극히 일부였고, 나머지는 하천 어딘가로 다 떠내려가 버렸다. 야간에 조명 한 번 켜보겠다고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시설을 설치했는데 다 떠내려가 버린 것이다. 대백제전 유등설치에 들어간 세금은 지금도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불황을 견디고 있는 국민들의 주머니 돈에서 나왔다.

홍수 때마다 떠내려가는 시설물들…하천 주변 설치는 지양해야  
 
▲ 집중호우에 잠겨버린 세종보 수력발전소 모습 홍수상황에서 하천 내 시설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가 와서 강변 운동시설이 물에 잠기면 홍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래 제방 안쪽은 모두 하천이다. 수변공간에 설치한 파크골프장, 축구장, 야구장 등은 본래 하천의 영역이다. 하지만 여름철 강우가 한번 지나가면 전부 망가지고 펄이 뒤덮는다. 그러면 또 예산을 들여서 시설 교체하고, 청소하고 복구하며 예산을 쓰면 그것만큼 큰 낭비가 없다. 

거기에 쓸 예산을 차라리 자연하천을 조성하고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전하는데 쓰면 어떨까? 모래사장이나 배후습지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둔다면 어떨까? 수변공간이 아닌 시민들 이용이나 접근이 편리한 공원을 조성하거나 시 소유지를 활용해 체육시설을 설치하면 물난리 걱정 없이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세종보 수문을 닫아서 물을 채워놓고 수륙양용차를 띄우겠다, 오리배를 띄우겠다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나 공주보 수문을 닫아 황포 돛배를 띄워 세종까지 오가게 하겠다는 '금강 옛 뱃길 살리기'도 대표적인 예산낭비 하천사업들이다. 심지어 지금 지자체장 임기 내에는 삽도 뜨지 못할 사업들이다. 그런데도 마치 자기 임기 내에 실현될 수 있을 것처럼 시민들을 호도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용역만 진행하지만 결과도 내지 못하는 사업이 하나 둘이 아니다.  
 
▲ 살아있는 강은 신의 마음이다 물과 산과 흙을 섬기러 오신 그리스도의 마음이 살아있는 강을 대하는 신의 마음이다
ⓒ 강형석
"물과 산과 흙을 섬기러 오신 그리스도"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함께 걷는 교회' 예배 설교 중에 묘사한 그리스도의 모습이다. 자신을 버려 세상을 구하겠다던 예수의 삶은 오래된 자연을 만나고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스도는 이 날 물수제비를 뜨며, 자연을 기꺼이 누리는 해맑은 아이들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았을까. 세종보가 재가동된다면 이곳에서 영영 보지 못한 풍경이다. 물을 섬기러 온 그리스도는 그 물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지 않았을까. 살아있는 강은 신의 마음이다.

형과 누나, 언니를 따라 주먹만한 돌 한 개를 강물에 첨벙 빠뜨리고 혼자 꺄르르 웃은 아이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되는 아이들이 던진 납작 돌은 흐르는 강물 위를 대여섯 번 튕긴 뒤 물속에 잠겼다. 그 때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갈밭 위에서 뛰어다녔다. 금강을 꼭 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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