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발 ‘ 인공 눈물 대란’은 모 피부과 의사가 PDRN(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이 든 점안액을 피부에 바르면 좋다고 하며 시작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점안액은 눈물에 맞춰 염분도 들었을 뿐 아니라 같은 제약사에서 같은 원료로 피부에 최적화한 화장품을 내놓은 지 한참인데 굳이?’라는 것.
PROS 피부과 미용 시술로 오래도록 인기인 ‘ 연어 주사’의 핵심 성분, PDRN은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은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처음엔 화상, 당뇨병 환자 등의 조직, 혈관 재생용 의약품으로 개발됐다. 현재도 주사는 '피부이식으로 인한 상처의 치료 및 조직 수복'용 전문의약품이다.
그런데 왜 연어일까? PDRN의 정체가 충격적이게도 강으로 회귀하는 수컷 연어 또는 송어의 정액에서 추출한 DNA 조각이기 때문. 화장품 성분표엔 ‘소듐디엔에이’, ‘하이드롤라이즈드디엔에이’로 표기된다. 연어 PDRN은 사람과 염기 조성이 유사해 피부 재생 효과가 좋으며 부작용 걱정도 적다. 제대로 작용한다면 피부 장벽이 강화되고 탄력이 생기며 윤기가 흐르게 된다. 연어 정소에서 추출하는 PN(폴리뉴클리오티드)은 더 분자량이 많아서 관절강을 채우는 의료 기기 또는 피부를 두껍고 촉촉하게 하는 ‘스킨 부스터’ 주사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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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가 우려된다면?
CONS 비건 화장품이 대세인 지금, 만약 연어의 정액을 쥐어짜는 게 동물 학대라고 생각한다면? 연어 정액은 강으로 회귀할 때만 얻을 수 있고 한 마리당 10~15mL밖에 나오지 않으며, 글로벌 제약사 특허 문제도 있어 매우 비싸 중저가 화장품엔 극소량 들어간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국내 화장품 대기업과 제약사들은 해조류와 육지 식물 꽃, 뿌리 등에서 추출한 다양한 PDRN을 쓰기 시작했다. 따라서 ‘연어 PDRN’을 내세운 제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식물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단 식물성 PDRN은 원물마다, 전달 기술에 따라 다 효과가 달라 함량만 보고 좋은 제품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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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를 깨우는 무수한 미세 침, 스피큘
최근 재미있는 스킨케어 트렌드는 피부 장벽 강화, 재생과 그 반대인 장벽 침투 효과 제품이 동시에 히트 중이란 점. 스피큘은 후자, 장벽을 뚫는 원리다. 보통 바르는 화장품은 세포가 10~20층으로 쌓인 피부의 가장 바깥 각질층에 주로 작용해 그 안쪽 표피, 진피가 원활히 재생되고 탈락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여드름과 모공, 잡티, 노화 등 피부 문제가 심한 사람은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큰 개선 효과를 원하기 마련이라 개발된 방법이 스펀지 같은 해면 동물을 구성하는 무수한 가시 형태 침골(spicules) 활용하는 것.
PROS 피부 관리실에서 여드름 등 문제성 피부에 시술하던 ‘해초 필링’, ‘약초 필링’이 바로 수많은 스피큘을 피부에 눌러심은 후 깜짝 놀란 진피가 재생 속도를 올려 이물질인 스피큘과 묵은 각질, 표피 세포를 밀어내게 하는 방법이다. 새로 생긴 어린 세포로 덮인 피부는 이전보다 탄력과 결이 좋아지고 초기 여드름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 화장품에는 그보다 얕게 들어가는 일정 크기, 형태로 정제된 스피큘이나 실리카 같은 광물 유래 인공 스피큘을 써 자극이 더 적다. 보통 제품에 표기된 샷 수가 강도를 의미. 스피큘에 PDRN, 레티놀, 펩타이드 같은 탄력 강화 유효 성분을 담아 더 깊숙이 전달할 수 있고 병풀 추출물, 비자보롤 같은 진정 성분으로 자극을 완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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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구에게나 좋을까?
유효 성분만 작용하면 좋지만 세균, 바이러스와 유해 물질까지 피부 장벽을 뚫고 들어간다면? 피부가 얇고 예민한 사람, 화농성 여드름, 아토피 등으로 염증이 심한 사람, 피부과 시술 또는 미용 기기 사용 직후, 고함량 레티놀, 비타민 C 사용 후 등 피부를 자극하면 안 되는 상황에 물리적으로 스피큘까지 심으면 더 염증이 심해지고 피부가 얇아져 민감해질 수도 있다. 젊고 큰 문제 없는 피부 역시 장벽을 손상시키기보단 보호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