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발전 기여해" 부친 유언에…韓 찾은 재일동포 의사가 한 일
"아버지가 생전에 '조국에 이바지해라'고 하셨어요. 이바지할 기회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12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대한재택의료학회 춘계 심포지엄' 강연자로 나선 재일교포 의사 신용문(60) 이사장은 이런 말을 먼저 하고 발표를 시작했다. 그의 강의 주제는 '일본 재택의료의 질 관리 현황'이다. 그는 일본 고베신경내과홈클리닉 이사장이다. 일본의 재택의료 역사와 실태를 40분에 걸쳐 설명했다.
신 이사장은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이다. 조부모가 일본으로 이주했고, 해방 후 고향인 경남 밀양으로 귀국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 이사장의 아버지는 귀국하지 못했다. 일본 공산당에서 활동한 전력 때문이다. 일본에서 혁명이 일어나면 식민지 정책을 포기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공산당 활동을 하며 독립운동을 했고 투옥된 적이 있다고 한다.
신 이사장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갈 것이니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라"고 강조했단다. 그래서 조선총련계한국학교를 다니게 했다. 이 학교의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거쳐 미에현에 있는 미에대학(三重大学) 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졸업 후 신경과 전문의가 됐고, 2016년 지금의 고베신경내과홈클리닉(의료법인)을 열었다.
2018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조국 발전에 기여해라"고 유언을 했다. 신 이사장은 "아버지가 강조한 조국에는 절대 북한이 들어있지 않다. 아버지는 북한을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신문 등을 통해 한국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기여할 방안을 찾았다. 그는 이날 강의에서 2018년 2월 한국에서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에 재택의료학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9월 학회 측에 이메일을 보냈다. 처음에는 한국의 재택의료 현장을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마땅한 데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이번 심포지엄 주제발표를 자청했다.
주제 발표문을 한글로 만들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발표 자료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100여명의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관련자들이 참석해 신 이사장의 강의에 집중했다. 신 이사장은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한국 재택의료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이런 기회를 갖게 돼서 매우 기쁘다"며 "아버지의 유언을 실천한 오늘이 의미 있는 날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일본의 경험을 전수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나서겠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일본은 재택의료의 마진이 나쁘지 않아 재택의료를 하는 의사들의 수입이 괜찮은 편"이라며 "그래서 의사들이 재택의료에 눈을 돌릴 수 있는 동기가 된다. 수가를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환자 1명당 재택의료를 하면 월 90만원의 수가가 보장된다고 한다. 신 이사장은 한국의 '디지털 의료'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이 많이 앞서있다.
신 이사장은 한 해에 몇 차례 경남 밀양을 방문해 작은아버지·고모 등의 친척을 만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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