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조원재 작가의 ‘삶은 예술로 빛난다’<1>

조인경 2024. 5.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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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잘살고 있는 걸까? 누구나 한번은 이런 물음을 마주할 때가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공허해지고 박탈감마저 든다.

어제와 달리 오늘 마주한 거대한 캔버스는 잔잔한 물결을 머금은 터키블루 바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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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잘살고 있는 걸까? 누구나 한번은 이런 물음을 마주할 때가 있다. 스펙을 쌓고, 취직을 하고, 집을 사고, 일을 하며 끝없이 달린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공허해지고 박탈감마저 든다. 이만하면 괜찮은 삶 아닌가 싶다가도 마음 한편에 왠지 모를 의문이 밀려든다. 조원재 작가는 ‘예술’을 통해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 전공자도, 전문가도 아니었던 그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것,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아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던 것, 관성적인 삶에서 벗어나 매 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모두 예술 덕분이라며, 자신이 직접 예술을 즐기고 체험하며 깨달은 통찰을 전한다. 글자 수 1060자.

삶은 반복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것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관성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어떤 일을 처음 경험할 당시에는 분명 아주 새롭고, 너무 소중하고, 정말 감사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하루 이틀, 한 달, 1년, 3년, 10년이 반복되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처음 느꼈던 새롭고, 소중하고, 감사했던 그 모든 감정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무감각해져 그 어떤 것도 음미할 수 없게 된다. 분명 내 삶 속에, 내 곁에 있지만 사실상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내가 보고 있는 것도, 만나고 있는 것도, 하고 있는 행위도, 하고 있는 일도, 모두 다. 그렇게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시들어간다.

(중략)

화가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점을 찍기 위해 그 앞에 선다. 어제와 달리 오늘 마주한 거대한 캔버스는 잔잔한 물결을 머금은 터키블루 바다 같다. 오늘 찍는 점은 그 바다에 풀어놓은 한 마리 혹등고래가 될 것이다. 대양과 공명을 일으킬 신묘한 위치에 고래를 풀어놓아야 할 것이다. 청명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며 온몸의 상태를 세심하게 느껴본다. 오늘따라 몸이 바람처럼 가벼워 붓이 마음 가는 대로 훨훨 날아갈 것만 같다. 미세하지만 조금 더 농밀하게 배합된 물감에 붓을 담가본다. 물감의 존재감이 붓을 통해 손목까지 뜨겁게 전해진다. 붓을 캔버스와 만나게 하기 직전, 화가는 혹등고래가 다이빙할 단 하나의 절묘한 지점에 모든 집중력을 쏟아붓는다. 집중력이 가닿는 소실점의 근원으로 허리를 천천히 숙이며, 붓과 물감과 하나가 되어 거대한 회화의 심해 속으로 풍덩 빠져 들어간다.

누군가가 보기엔 반복되는 매 순간이 다를 바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매 순간의 일회성을 깨닫고 감각을 깨워 완전히 열어놓은 행위자에게 매 순간은 늘 전혀 다르고 새로운 순간으로 다가온다. 매 순간 새롭게 감각하며 새롭게 깨어 있는 화가의 행위가 물리적으로, 회화적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선과 점 앞에 그림을 보는 우리가 선다. 그리고 그림이 우리에게 말없이 묻는다. 반복의 숙명을 지닌 우리의 삶. 그 삶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경험하며 살고 있냐고.

-조원재, <삶은 예술로 빛난다>, 다산초당, 1만8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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