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당 견인해야 될 입장… 외연 확장 안하면 국민 설득에 한계"

배경환 2024. 5.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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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출장 중 현지서 정부여당에 '정치적 메시지' 전달
당에 변화 촉구… "보수 결집도, 외연 확장도 못했다"
'한동훈 등판론'에 "본인이 할 일… 야당 프레임에 걸어가"
전당대회에 '치열한 노선 투쟁' 전망… "여러 해법 나올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의 정체성을 보다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행보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보수 분열'을 꼽으며 '보수 정체성 확립'을 강조한 데 대해 사실상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읽힌다. 총선 후 정부여당이 구심점을 잃은 상황에서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에 나섰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시내의 한 호텔에서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출처=서울시]

지난 5일부터 5박 7일간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에 나섰던 오 시장은 9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시내의 한 호텔에서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지금 비대위원장과 의견이 같다 다르다, 당의 정책 기조와 같다 다르다를 떠나 책임 있는 위치에, 당의 중진으로서 오히려 당을 견인해야 될 입장에 있다"며 이같은 메시지를 꺼냈다.

앞서 오 시장은 출국 직전 언론을 통해 위기에 빠진 보수의 이념과 노선을 '약자와의 동행'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며 낡은 보수의 시각에 매몰된 정부여당에 일대 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오 시장을 견제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하지만 오 시장은 "선거에서 상당히 많은 의석 차로 패배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한 의견 표명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외연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당을 운영하지 않으면, 선거 직전에 당에서 나오는 메시지로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보수의 이념과 노선을 '약자와의 동행'으로 재정립하자는 자신의 정치 철학을 재차 강조한 대목이다.

황 비대위원장과의 입장차에 대해서는 "선거라는 게 외연 확장도 중요하지만 본질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황 비대위원장이) 하신 말씀이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는 보수도 결집시키지 못했고 외연 확장도 못했다는 판단이다.

정치권에서 '한동훈 등판론'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조 심판론, 운동권 심판론 등 야당의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며 선거 패배의 원인을 재차 지적했다. 야당이 정권 심판론을 제기하는 예측 가능한 상황임에도 유권자들의 시선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돌리는 전략이 쓰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한 전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당연히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신임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당정 간 논쟁이 치열하게 붙을 부분은 붙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건강한 긴장 관계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는 지난 선거의 결정적 패착이 '대통령께 직언하는 당이 아니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오 시장은 "당정의 일치 내지는 화합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운영이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고 봤다. 조만간 치러질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치열한 노선 투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당내에서 여러 가지 해법이 나오겠지만 자연스럽게 외연 확장 쪽으로 정리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꾸준히 차기 대선주자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향후 당 문제에도 적극 개입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오 시장이 당내 서울 지역 낙선자, 당선자들과 각각 만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서울 지역 당선인들과 회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역시 외연 확장을 위한 기반으로, 협치를 보여주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밖에 의료개혁과 관련한 현 상황에 대해서는 "의료개혁이 발표된 초기에 방향은 대체적으로 맞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3년간 서울시 산하 일부 시립의료원의 의사 공석 상황을 언급하며 "인건비의 배 정도를 올려드렸는데도 지원하시는 분 자체가 없다.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의사 수급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부다비=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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