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대표 과제는 처절한 개혁… 수도권서 나와야”

구자창 2024. 5. 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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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바꿔 봅시다]
‘도봉의 맏아들’ 국힘 김재섭 당선인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이 8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선거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김재섭(37) 국민의힘 당선인은 22대 총선에서 보수의 험지인 서울 도봉갑을 12년 만에 탈환하며 단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도봉갑은 2008년 18대 총선을 제외하고 15~17대에선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9~21대에선 김 전 의장의 부인 인재근 의원이 당선된 민주당 텃밭이다.

김 당선인은 지역 밀착 정치인의 강점을 앞세워 정권 심판론의 파고를 넘었다. 그가 선거기간 내건 구호는 ‘잘 키운 도봉의 맏아들’과 ‘3대째 도봉구민’이었다.

김 당선인은 지난 8일 도봉구 선거사무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도 4년 전 21대 총선보다 못한 결과를 얻었다”며 “그런데도 ‘이만하면 잘한 거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다는 게 엄청난 위기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 원인으로 ‘보수 분열’을 꼽은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앞으로 당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오로지 개혁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이 하라는 것과 반대로 했더니 당선됐다’고 한 말이 회자됐다.

“선거전략보다도 결국에는 진심이 통한 것 같다. 저는 낙선했던 2020년 21대 총선 때도 그랬고 이번 선거에서도 도봉구 주민에게 인정받는 일꾼이 되고 싶었다. 도봉구 출신 국회의원은 제가 처음이다. 김 전 의장이나 인 의원 모두 이 지역 출신이 아니었다. 도봉구 주민들이 느끼는 문제는 제가 정치하기 전부터 겪었던 것들이다. 주민들께서 ‘우리가 믿을 만한 정치인이 나왔구나’ 하는 신뢰를 보내주신 것 같다.”

-총선 참패 후 한 달이 지났는데.

“보수 정당의 3연패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당의 존립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데 지금 분위기는 21대 총선에서 패배했을 때보다 더 미온적인 느낌이다. 누구는 지난 총선 때보다 전체 득표율은 올랐다거나 수도권 의석수가 늘었다고 이야기한다. 당내에 ‘이만하면 잘한 거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게 대단히 큰 위기로 느껴진다.”

-‘영남 자민련’ 지적에 동의하나.

“한동안 당 내부에서 방향성에 대한 토론이 없었던 것 같다. 21대 총선 때 이미 수도권과 중도, 청년이 외면한 영남 자민련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았다. 그렇다면 터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정말로 영남 자민련이 된 것이냐, 아니면 영남이 있어서 이 정도 살아남은 것이냐를 두고도 의견이 갈리지 않나. 수도권과 영남의 민심은 확실히 다르다. 그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황 위원장은 ‘보수 분열’을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나도 동의할 수 없다. 과거 보수당은 진보진영 인사를 영입하고 진보 어젠다를 가져왔을 때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주도권을 쥐었다. 황 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였을 때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도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승리하지 않았나. 우리 당의 성공 공식과는 반대되는 말씀을 한 거라고 본다.”

-22대 국회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은.

“보수 정당 차원의 제대로 된 저출산 담론을 제시하고 싶다. 지난달 30일 첫딸을 낳았다. 임기 4년 동안 이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의 육아·보육·교육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대안을 내보려 한다. 보건정책도 중요하다. 의료비 부담을 늘려 수혜자를 단순 증가시키는 더불어민주당 방식은 지속 불가능하다. 기후위기 대응도 보수가 주도해야 할 이슈다.”

-‘김재섭’ 하면 ‘청년 정치인’ 수식어가 따라붙는데.

“청년은 좋은 뜻이지만 우리 정치에선 배려의 대상, 약자처럼 느껴져서 개인적으로는 그 말을 쓰고 싶지 않다. 저는 도봉구 주민의 선택을 받았다. 제가 청년인지 장년인지 중년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30대로서 동시대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그들의 고민을 정치 담론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당대표가 해야 할 일은.

“개혁과 쇄신이다. 지금 이대로는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 처절한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원내대표가 영남에서 배출된 만큼 당대표는 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

-당대표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어떤가.

“한 위원장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 상처가 났는데, 곧바로 전당대회에 출마해 차기 지도부가 된다면 또다시 상처가 날 것 같다. 한 위원장을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첫목회’가 소장파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까.

“당선인들은 낙선자들보다 개혁에 대한 의지가 절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첫목회가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보다 훨씬 더 생생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이들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의 주역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목회가 당내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미래연대’(미래를위한청년연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야권의 3040 정치인들과도 교류할 생각이 있나.

“그들과는 경쟁하면서 때로는 협력하는 관계가 될 것 같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기성세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미래세대의 삶을 잠식하는 법안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저는 개혁신당뿐 아니라 민주당의 젊은 세대와 협력해 양당 기득권에 맞서 싸울 것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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